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깻몽아지

삼생아짐 2013. 10. 24. 0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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깻잎 장아찌 담그는 철이 돌아왔네요.

 

 

 

제가 세상에서 가장 좋아하는 반찬중의 하나가 깻잎 장아찌

학창 시절 제 별명은 깻몽아지였죠.

 

얼마나 깻잎 반찬을 좋아했는지 학년이 올라가 반이 바뀌었어도 친구들이 깻잎 반찬 싸오는 날이면 점심 시간에 일부러 깻잎 반찬을 들고 찾아오곤 했답니다.

그때마다 제 입은 귀에 걸렸구요.

지금 생각해도 참 고마운 친구들이지요.

 

깻몽아지란 깻잎에 붙어사는 벌레인데, 전 이 벌레가 꽤나 이쁜 줄 알았어요.

근데 농사를 지어보니 이녀석이 꽤나 통통하고 엄청 크고 실한게 좀 그렇더라구요.

농부의 자식들이었던 친구들은 제 별명이 깻몽아지라고 하면 마악 웃었는데 왜 웃는지 그땐 몰랐는데 이젠 잘 알겠네요.하여튼 그 덕분에 전 학교 다닐때 깻잎 반찬은 시골서 온 친구들한테 실컷 얻어먹었지요.친구들이 돌아가며 가져다 주었거든요.

 

하여튼...양가 어머님들 모시고, 며칠 여행다녀오니 집안일들이 반갑다고(?) 살랑살랑 손내미네요.

 

 

 

찰옥수수 틈사이에 꽂아놓았던 들깨가 누렇게 익어 알갱이가 떨어질듯 하구요, 가을날은 정말 하루하루가 다르네요.

들깨 부각 할 시기는 놓쳐버렸고 대신 장아찌를 담아야지 맘 먹고 들깨밭에 들어섰습니다.


 

 

요번 여행길에 두 분 어머님께 장아찌담을 예정이라고 지나가는 말로 말씀드렸더니 시어머님은 소금물에 담았다가 하라 하시고 친정어머니는 삶아서 양념하라 하시고 각자의 의견이 달라 대략난감...-_-;

가만 듣다가 그냥 깻잎이파리 따다 드릴터이니 알아서 각자 방식으로 담으시라 했더니 남편이 피식 웃습니다.

 

 

 

하여튼 각자 담으시란 말씀을 드렸으니 열심히 따다드릴 수 밖에 없지요.

남편은 부지런히 베어내고 저는 깻잎을 따고...

그 와중에도 바람이 살랑 불면 깨알이 떨어지기도 합니다.

 

 

 

더 늦어지면 깨알들이 건들지 않아도 후두둑 떨어지기에 요맘때 부지런히 따야 깻잎을 먹을 수 있지요.

 

 

 

그리고 장아찌 담는 깻잎은 파란것보다 이렇게 노랗게 물든 깻잎이 삭았을때 더 향과 맛이 좋답니다.

 

 

 

요렇게 바구니 가득, 봉지 가득 여러차례 깻잎을 땄습니다.

 

 

 

아마도 저희가 심은 들깨이기에 이렇게 마음놓고 딸 수 있는 것이겠지요.

예전에는 서로서로 깻잎 따가라고 말을 해주기도 했지만 어떤 분들은 깨알들 떨어진다고 못 따게 하기도 합니다.

 

저도 여행다녀오니 동네 형님이 누가 우리집 깻잎 딴다고 저한테 얘기했냐고 물어보시네요.

그런 말 들은 적 없다고 했더니 누가 우리집 깻잎 따가지고 갔다고 일러주시네요. 그러면서 깨알들 떨어지는데 주인 허락도 없이 깻잎 따갔다고 마악 화내시면서 말씀하세요.

"괜찮아요, 형님. 뭐 조금 덜 먹음 되지요."

제가 도리어 위로 해 드렸더니 혀를 끌끌 차세요.^^;;

 

 

 

저녁에는 낮에 딴 깻잎들을 한장한장 손질합니다.

 

 

 

가위로 꼭지를 자르고 깨끗하게 씻어서 찹찹이 겹치고 양념도 끓여서 붓습니다.

장아찌 담는데 소금물로 해라, 실로 묶어라...자랄 때 자기 어머니가 하시던 방식을 보았는지 옆에서 잔소리 비스름하게 거드는 남편,

 

 

 

확 남편 앞으로 몽땅 다 넘기고 '당신이 다해!!!'하려다 참습니다.
도와준다는데 구박하면 안되겠지요??? ㅋ

 

 

 

근데 그냥 도와달랠걸 그랬네요. 생각보다 손이 많이 가네요.

 

 

 

하여튼 전 제 방식대로 깨끗이 씻어 물기를 뺀 깻잎을 차곡차곡 통에 담고 마늘을 편으로 저미고 붉은 고추도 썰어넣고, 간장, 설탕, 식초, 물엿, 매실액 등을 적당량의 비율로 섞어 끓여 부어주었습니다.

요렇게 부어주면 약 3일만 지나도 맛이 들어 먹을 수 있지요.

단 조금 센 이파리들은 보름정도 지나면 더 연해져서 맛이 좋답니다.

 

 

 

들깨를 베어내서 그 자리에 몇 단씩 모두어 3일정도 늘어놓으면 남아있던 깻잎 이파리들이 모두 떨어져 나갑니다.

그 후에 이녀석들을 한 자리에 모아 떨어내어야 하는데, 이렇게 주워들이는 작업도 만만찮지요.

남편은 하루종일 베어내기는 베어냈는데 들여오는 작업이 만만치 않은지 은근 고민하는 눈치길래 제가 마침 시험 끝난 막내녀석과 큰 딸에게 소고기 구워준다고 꼬셔서 불러들였습니다.

 

 

 

뭐하러 애들한테 농사일 부담시키냐고 핀잔주던 남편, 애들이 오자마자 녀석들을 데리고 나가 고추도 뽑고, 들깨도 걷어들입니다.

참, 말이라도 말 것이지......

 

 

 

걷어들이다 보니 해가 저물어 막내녀석, 이마에 핸드폰을 꽂아 즉석에서 라이트를 만들었습니다.

하여튼 이녀석 덕분에 제가 늘 웃고 삽니다.

 

 

 

큰 녀석들, 늘 제가 막내만 이뻐한다고 투덜거리기도 하지만 그래도 이녀석의 기발한 장난들은 저뿐만 아니라 온 가족을 웃게 만들곤 하지요.

 

담날에도 무가 잘 자라서 양가에 깍두기나 담아드시라고 뽑아 내보는데 이녀석, 무잘라낸 시래기를 어느새 머리에 꽂고 '러시앤캐시'를 외치고 있네요.

자기는 무과장이랍니다.^^;;

 

깻잎을 딸 때에도 예전에 늘 이녀석이 나와서 거들거나 저지레를 치곤 했는데, 몇 년 전 사진을 보니 감회가 새롭습니다.

 

 

 

 

제가 밭에서 일할 때나 산책할 때, 하여튼 제 뒤만 졸 졸 쫓아다니던 녀석, 깻잎밭까지 따라 들어와 자꾸만 깻잎을 뜯어내길래

 

 

 

남의 깻잎밭 망치면 안 될까봐 뱀있다고 허풍을 쳤죠...

 

 

 

그랬더니 잔뜩 삐친 녀석, "엄마, 모르는 소리 마세요.뱀은 깻잎 냄새 싫어해서 깻잎밭엔 뱀 없어요.엄마는 제가 귀찮으세요????

하면서 사진 찍지 말라고 얼굴을 가리고 심통을 부리더니

 

 

 

그때부터 심통난 이녀석."엄마를 뱀한테 뺏길 순 없죠!!!"

하더니...

 

제가 깻잎 뜯어 담던 바구니를 빼앗아서 집으로 가고 말았죠.

얼마나 황당하던지...하지만 그때는 녀석의 심통이 이쁘기도 하고, 어이없기도 하고 한참 웃었던 생각이 납니다.

 

정말 이젠 저도 추억을 먹고 사는 나이가 되었나봅니다.

 

예전에 올렸던 이녀석과의 추억이 지금 이 글을 쓰는 저의 입가에 미소를 짓게 하니 말입니다.

 

자, 이 가을이 가기전에 깻잎 뜯어서 맛난 장아찌 담아보셔요, 만약 귀여운 자녀들이 있다면 함께요.^^

 

(자녀를 데리고 먼 곳으로 여행을 간다고 좋은 추억이 생기는 건 아니랍니다. 만약 시골에 부모님이 계시다면 자녀들과 함께 부모님댁에 내려가 농사일을 거들고요, 맛난 반찬거리도 장만하고, 부모님도 도와드리고...그렇게 주말을 보내보셔요.

 

부모님께는 효도하는거고 자녀들에게는 가족간의 좋은 추억을 만드는 시간이 될 거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