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말에 부뚜막의 부지깽이도 덩달아 날뛴다는 가을입니다.
아이들과 차를 타고 가면서 나도모르게
"아~~~참 좋다!!!"
했더니 제 딸녀석 뭐가 좋냐고 하네요.
보이는 곳마다 온통 노오랗게 황금빛으로 물든 요맘때 들판이 참 보기 좋다고 했더니
녀석들,피식 웃으며 돈들어오는게 좋은 거 아니냐고 하네요.^^;;;
에궁,이런 삭막한 녀석들......
나는 저희를 물질적인 인간으로 키우지 않았건만 녀석들은 어찌하여 대뜸 경제적 가치로만 인식하는지...참내......
(이렇게 아름다운 가을 들판으로 만들기위해 한해동안 땀흘린 농부들의 수고로움과 그 정성을 알아 폭우와 가뭄과 냉기를 이겨낸 낱알 곡식의 기특함은 말도 못 꺼냈네요.ㅠㅠ)
그저 혼잣소리처럼 들판을 보고 속삭입니다.
"얘들아 잘 자라줘서 정말 고마워"
난생처음 면도라는걸 하는 막내 아들을 보고도 속으로 속삭입니다.
"아들아, 잘 자라줘서 정말 고마워"
이제 180센티미터를 훌쩍 넘을 정도로,
하루하루 그 자라는 모습이 신기하고 대견해서 보고 또 보곤 하는데,
요즘은 힘도 세어졌다고 저도 번쩍 들어올리고, 아빠도 번쩍 들어올리는 그 모습이 보기 좋아서 저절로 미소가 지어지네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는 행동은 아직 어린아이 같아서 이렇게 집에 들어와서 자기 사촌동생이 놓고간 비누방울로 열심히 허공에 비누방울을 만들며 놀고 있습니다.
가을은 보이는 모든것에 감사하게 하고 보이지않는 모든 것에도 겸손함을 더하게하는 아름다운 계절입니다.
추석연휴를 맞아 모처럼 집에 와서
온통 심부름뿐인
농부의 아들딸인 녀석들에게는 죽을맛인 계절이겠지만요.ㅋ
가을볕이 너무 좋아 이것저것 밑반찬거리도 장만하고, 수확한 것들을 갈무리 하고 있습니다.
여름내 우리 식구들 밥상을 풍성하게 해 주었던 오이맛고추
이녀석들도 따서 하나하나 꼭지를 다듬고
예전에는 바늘로 하나하나 찔렀지만 지금은 요령이 생겨 포크로 찍어 간장 들어갈 구멍을 내고
고추 장아찌를 담았습니다.
플라스틱 김치통 보다는 아무래도 우리 전통 옹기에 담은 장아찌와 김치가 제 맛이 나길래
항아리에 담아놓고
이곳저곳으로 나르는 것도 역시 우리집 힘센 녀석들 몫^^
전나무 가지까지 뻗쳐 올라갔던 머루도 한알갱이 한알갱이 모두 따서 설탕과 일대일로 섞어 머루액기스를 담고
이집 저집 나누고, 장아찌를 담고도 남는 고추는 반으로 갈라 부침가루를 묻혀 쪄내고 햇볕에 말려 고추부각을 만들고 있습니다.
겹치지 않게 땀 뻘뻘 흘리며 하나하나 펼쳐 너는 것도 역시나 우리집 녀석들 몫^^
여름내 호박잎을 따서 쪄먹고도 잘 여문 멧돌 호박들을 거둬들여 쌓으니
일하다 지쳤는지 녀석들 엄마가 셋씩이나 된다고 놀려대네요.
이렇게 이쁜 호박 엄마 봤냐고 눈을 흘겼더니 이번에는 자기네들끼리 호박 삼남매라며 깔깔 거립니다.
추석날 저녁, 둥실 떠오른 보름달을 보며 마당에서 하루종일 수고한 녀석들과 숯불 바베큐 파티를 했지요.
음...
열심히 먹느라고 바베큐 파티 장면은 못 찍고...^^;;
남은 열에 구워낸 찰옥수수 사진만 찍었네요.
냉동시켜 두었던 찰옥수수를 호일에 싸서 숯불속에 넣으니 노릇하게 구워지면서 이날의 가장 맛난 먹을거리가 되었네요.
마지막으로 미흑찰옥수수 멧돌 호박죽 레시피 올려드립니다.
냉동실에 잘 얼려두었던 미흑찰옥수수를 3분간 전자렌지에 돌려서 알갱이를 따고
멧돌호박이나 단호박을 물과 굵은 소금을 한큰술 넣고 팍팍 끓입니다.
시간을 절약하고 싶으면 믹서기에 갈아도 무방하나 오래 끓여 은근히 물러지면 더 맛나기도 하지요.
어느정도 익은 호박을 체에 걸러 으깨어주고, 찹쌀가루를 두 큰술 정도 넣고, 미흑찰옥수수를 넣고 설탕을 한큰술 정도 넣어주면 맛난 찰옥수수 호박죽 끝!!!
톡톡 씹히는 찰옥수수의 알갱이 맛과 호박의 단맛이 환상적인 궁합을 이룹니다.
시간 되시면 함 해보셔요^^
가족들 웰빙간식으로 딱(!)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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