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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씨를 넣었습니다

삼생아짐 2013. 8. 27. 0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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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복 중복 말복도 지나고, 처서도 지났지만  햇볕은 짱짱합니다.

 

옛말에 처서가 지나면 모기입이 비뚤어진다고 했는데 아침 저녁으론 선선해도 낮의 기온은 여전히 높습니다.

 

그동안 마을 일 때문에 미뤄두었던 집안일을 시작했습니다.

 

농사일은 다 때가 있는 법, 그 시기를 놓치고 나면 알찬 수확을 기대할 수도 없거니와 애써 뿌린 씨앗이 헛수고로 남기에 모처럼 주말을 맞아 집에 들어온 녀석들을 살살 꼬셔서 밭으로 나갔지요.

 

 

 

 

김장배추모는 아직 어리고, 무씨를 심었습니다. 올해에는 무를 넉넉히 심어 시래기도 매달고, 무말랭이도 좀 말려볼까 싶어 넓은 밭을 채워 심어볼 작정입니다.

 

 

 

 

한 알은 땅에 사는 벌레들이, 한 알은 하늘을 나는 새들이,그리고 나머지 한 알은 사람이 먹으라고 우리 조상들은 세 알의 씨를 뿌린다고 했더니......일 거들던 아들 녀석들......한녀석은 구멍을 내고, 저는 씨를 넣고, 또 한녀석은 뒤따라오며 덮으면서 새들도 벌레들도 좀 더 많이 먹게하면 안되겠냐며 연실 씨앗의 남은 양을 확인합니다.

 

한마디로 무심기가 지루하고 힘들단 말이지요.ㅡㅡ;;

 

 


 

가만 있어도 무더운 날씨, 땀 뻘뻘 흘리면서 한참을 일하더니 나중에는 한 줌 정도 그냥 집어 넣으면 안 되겠냐고...아님 허공에 휘익 뿌려버림 안 되겠냐고...ㅡㅡ;;

 

너희들 학비가 되고 신발이 되고 기숙사비가되고 용돈이 될거라고 했더니 미안 미안하다며 무를 마저 후다닥 심고 빨갛게 익은 고추도 따고 시키는대로 다시 열심히 일하네요.

 

 

김장무로 키우려면 이렇게 넣은 씨 세 알 중에서 새도 벌레도 찾아먹지 않으면 나중에 사람이 일일이 솎아 주어야 한답니다. 그렇게 솎아낸 열무로 김치도 담고, 국도 끓여먹고 나물 무침도 해먹고, 농가에서는 늦가을, 요긴한 반찬이 되긴 하지만 솎아내는 작업도 만만치 않지요.

 

 

 

 

 

이번에는 빨갛게 익은 고추밭으로 향했습니다. 팔게 아니라 집에서 먹을 고춧가루 양념정도나 하려고 이웃집에서 주신 모를 얻어다 심었는데 여러번 뽑아 주었어도 풀이 강산이네요. 그래도 올해에는 고추가 병도 안하고 실하게 잘 달려서 빠알갛게 잘 익어가고 있습니다.

 

어제 무씨는 저랑 두 아들들이 심었는데 오늘 고추따기는 아빠랑 두 아들들이 함께 합니다.

 

 

 

 

 

삼부자가 고추밭에 숨어서 똑똑 고추를 따 내네요. 막내아들의 모습은 안 보이고 똑똑 고추 따는 소리만 들려서 불러봤더니 아빠의 농군 모자를 쓰고 고추만큼이나 빨갛게 익은 얼굴만 빼꼼히 내밉니다.

 

세상에서 가장 미안하고도 이쁜 모습이네요.♡♡♡

농사일이든 공부든 이 세상 그 무엇도 노력없이 쉽게 이루어지는 것은 없는 법이지요. 제 아이들이 이 삶의 진리를 현명하게 일찍 깨달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열심히 일한 아들녀석들을 위해 저녁에는 삼생아짐표 샐러드를 준비했지요.

 

옥수수밭 사이에 심어두었던 들깨가 옥수수대궁을 베어내자마자 쑤욱 쑥 자라나서 이녀석들 이파리도 몇 개 따고

 

 

 

 

 

빨간색 방울토마토와 대추토마토, 그리고 토마토를 따서

 

봄에 담아 두었던 매실액에 간장, 참기름, 참깨를 섞어 버무려서 토마토 매실소스 샐러드를 만들고

 

 

 

 

 

호박잎을 뜯어 약고추장과 함께 호박잎쌈밥을 만들어줬지요.

 

 

 

 

 

 

호박잎쌈은 어려서 친정엄마가 많이 만들어주셨는데, 그땐 제 맛을 몰랐었지요.

 

마디끝 세네개쯤 되는 곳에서 여린 호박잎을 따서 깨끗이 씻고, 찜솥에 쪄내기만 하면 되는 아주 간단하고 맛난 쌈밥이지요. 참치살을 으깨어 양파, 오이피클을 넣고 양겨자소스와 버무려 쌈밥속에 넣으면 더 맛나답니다.

 

우리 아이들도 어느덧 제가 여름마다 해 주는 호박잎 쌈밥에 입맛이 길들여져 고기반찬보다 아주 아주 좋아한답니다.

 

 

고향의 맛 중의 하나라고 할까요? 시골이 아니면 도시에서는 도저히 먹기 힘든 반찬중의 하나지요.

 

이녀석들이 나중에 호박잎 보면 엄마 생각 해 줄려는지......어찌보면 고향의 추억도 어머니의 손맛도 애써 알려주지 않으면 금새 잊혀져갈 것들이란 생각이 드네요.

 

 

 

참고로...

 

약고추장 만드는 법과 매실 소스 만드는 법 알려드려요

 

 

매실간장 소스 : 매실 한큰술, 간장 한큰술, 참기름 한큰술, 참깨 한스푼 넣고 잘 섞어주면 끝! (믹서기에 넣고 함께 갈아주어도 괜찮습니다.)

 

약고추장 만들기 : 갈은 소고기(반근)를 참기름을 넉넉히 두르고 볶다가 고추장 세큰술,참깨 한큰술, 다진마늘, 다진파, 꿀을 세큰술 넣고 볶아주면 두고두고 맛난 약고추장이 만들어집니다.

 

이 약고추장은 만들어 두셨다가 비빔밥에 넣거나 반찬 마땅 찮을때 상추나 깻잎, 양배추 등의 각종 야채쌈에 넣어 싸먹으면 아주 요긴하답니다.

 

 

여름이 다 가기전에, 텃밭에 보이는 호박잎으로 쌈밥 함 만들어 드셔보셔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