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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사리가 저를 꺾는대요ㅡㅡ;;

삼생아짐 2013. 6. 3. 2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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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철, 모내기철만 되면 시골 여자들의 몸은 논에 있지만

 

마음은 다른 곳으로 내닫지요.

 

어디냐구요?

 

 

바로 앞산, 뒷산이랍니다.

 

 

모를 심고, 밭에 농작물을 심느라 바쁘지만

 

작년에 보아둔 고사리밭에 고사리가 얼마나 올라왔는지 궁금해서 견딜수가 없는 거지요.

 

 

 

 

 

정말 오랫만에 남편과 함께 뒷산을 올랐습니다.

 

 

뒷산 바로 아래에 저희 논이 있기에 논을 삶기 위해 남편은 트랙터를 몰고

 

 

전 제 지정석인 트랙터 옆자리를 떡하니 차지하고 산으로 향합니다.

 

 

(논에 비료를 칠 때에는 제가 트랙터를 직접 몰기도 하지만

 

 

대개는 옆자리가 제 지정석이 되지요. ^^)

 

 

 

 

 

제가 처음 농촌으로 시집 와 살던 곳의 이름은 연애골이었습니다.

 

 

연애골 산 아래 첫 집이 있었고 그 집에 세를 들어 살았지요.

 

 

펌프질로 물을 길어 써야했고

 

 

또 방은 나무를 때어 데워야 했으며

 

 

가마솥에 데운 물로 부엌에서 샤워를 해야했던 불편한 곳이었지만

 

 

 

 

 

지금은 아무도 살지않아 폐가가 되어버렸지만

 

 

나이든 지금, 다시 살아보고 싶은 그런 추억의 집이 되었네요.

 

 

잘 정비된 아파트형의 농가주택보다

 

 

나무를 때고 물을 긷고 넓은 대청마루가 있는 그런 집이 요즘은 어쩐지 그리워져요.

 

 

나이들어간다는 증거겠지요.

 

 

토속적인 우리 옛집이 그리워지는거요.

 

 

저희 친정어머니는 저를 시집 보낸 후 처음 찾아오셨다가 눈물을 머금고 돌아가신 집이지만요.ㅎ

 

 

 

 

 

남편이 트랙터로 논을 삶는 동안 전 산에 오릅니다.

 

 

 

 

 

푸르고도 하얗게 펼쳐진 호밀밭이 이제 베어낼 때를 기다리고 있네요.

 

 

 

 

 

호밀은 땅심을 키워주고 소의 조사료가 되기 때문에

 

 

추수가 끝난 논에 간혹 호밀을 심는 분들이 계십니다.

 

 

저희도 한때 호밀을 심었었는데 호밀밭이 바람에 날리는 걸 보면

 

 

농촌 경치가 꽤 아름답게 느껴지기도 하고

 

 

집 앞에 심었던 호밀밭에서 체험객들에게 사진을 찍어 주기도 했지요.

 

 

그 생각이 문득 나서 오랫만에 호밀밭의 파수꾼이나 되어볼까 하고 들어가 사진찍으려 했더니

 

 

남편이 뱀나온다고 들어가지 말라네요.

 

 

 

 

 

헐~~

 

 

예전에 패떴 찍을때 예진아씨 호밀밭에서 엄청 잘 놀았는데.....

 

 

기다리기 귀찮으니까 그런거 아냐...하면서 속으로 궁시렁거리고

 

 

어쨌든 뱀은 무지 싫어하는 동물이므로 포기하고 산으로 올랐지요.

 

 

연애골 집을 지나고 논을 지나면 우리집안 선산이 나옵니다.

 

 

 

선산에는 고사리가 많이 나온다고 어머님이 해마다 봄 모내기철이 되면

 

 

 

산에 올라가셔서 고사리를 꺾어 오셨는데

 

 

저는 참 오랫만에 모처럼 산에 오르는 거지요.

 

 

 

 

 

혼자서 산을 오르며 이것저것 야생화와

 

 

청살모가 먹어치우고 남은 잣송이 등을 찍으면서

 

 

"도대체 고사리가 어디에 있다는거야??"

 

 

투덜투덜 오르는데

 

 

논을 갈고 있는 줄 알았던 남편이 쫒아오며 저를 부릅니다.

 

 

아마도 길을 잃을까 염려되었나봐요.

 

 

남편이 이끄는대로 졸졸 따라가는데 남편이 갑자기 뒤를 돌아보며 피식 웃습니다.

 

 

남편 : 내 뒤를 따라오네?

 

 

 

 

 

삼생아짐 : ?? (잘 따라오나 확인하는건가??) 

 

 

한참을 따라 오르는데 또 뒤를 돌아보며 한마디 합니다.

 

 

남편 : 내 뒤만 졸졸 따라오네??

 

 

삼생아짐 : ?? (고사리 많은데 알려주려는건가??)

 

 

계속 오르는 남편을 놓칠새라 더 부지런히 쫒아가는데 또 뒤를 돌아봅니다.

 

 

" 고사리 안 꺾고 왜 내 뒤만 졸졸 따라와??"

 

 

삼생아짐 : 엥??? (고사리 많은데 알려주려던거 아니었나???)

 

 

 

 

 

알고보니 남편은 제게 고사리밭을 알려주려고 길안내를 한 게 아니라

 

 

나름대로 열심히 꺾으면서 저도 찾아다니며 꺾으라는 뜻이었나봐요.

 

 

산에서 뒤를 졸졸 따라다니면 나뭇가지에 받혀 눈을 다칠수도 있다면서

 

 

졸졸 따라다니자 말라네요.

 

 

그니깐 너는 너대로, 나는 나대로 고사리를 찾아 꺾자는 뜻이었는데

 

 

전 또 남편이 친절하게 제게 길안내를 해 주는줄 알고 뒤를 강아지마냥 졸졸~~

 

 

 

삼생아짐 : 고사리가 도대체 어디에 있다는거야?? 씨......

 

 

 

투덜거리는데 남편이 손가락으로 가리킵니다.

 

 

남편 : 거깄잖아, 발 밑에.

 

 

에궁, 정말 고사리들이 여기저기 보입니다.

 

 

 

 

 

하여튼 부지런히 쫒아다니며 이곳에서 한개, 저곳에서 한 개

 

 

그럭저럭 꺾어서 배낭에 집어넣었습니다.

 

 

 

 

 

저만큼 앞에서 고사리를 꺾던 남편 : 이야 ~~ 고사리 밭이다!!!

 

 

탄성을 지릅니다.

 

 

헐레벌떡 달려갔더니 고작 세 네개......

 

 

그런데도 이 곳 저 곳 오르락내리락 한 두 개씩 꺾던 것에 비하면

 

 

가히 고사리밭이라 할 만 하답니다.

 

 

그동안 동네 형님들이 한 근씩 두근씩 먹으라고 주시던 고사리가

 

 

얼마나 힘들고 발품을 팔아가며 꺾은 것인지 가히 이해가 될 정도로

 

 

고사리는 이곳저곳에 떨어져 있습니다.

 

 

내려가고 올라가고 하여튼 한 놈이라도 눈에 띄면 그냥 갈 수가 없습니다.

 

 

 

 

 

한참을 꺾으면서 온 산을 뒤지는데 남편이 갑자기 안 보입니다.

 

 

순간 겁이 확 납니다.

 

 

 

 

 

수향아빠아~

 

 

......

 

 

영재 아부지~~

 

 

......

 

 

민재 아버님~~~

 

 

......

 

 

여봉~~여보야~~서방니임~~병현씨이~~

 

 

 

 

 

 

어라? 이거 혹시 뱀에라도 물린거 아냐??

 

 

폰 가져올걸...배터리 갈기 싫어서 남편 폰만 가져왔는데, 은근 후회됩니다.

 

 

마지막으로 한 번 더 불러봅니다.

 

 

서방nom아~~~

 

 

 

 

 

그제서야 나무 숲 사이에서 모습을 드러냅니다.

 

 

왜 대답을 안 하냐고 투덜거렸더니 했답니다.

 

 

귀찮으니깐 대답 안 했지, 뭐.

 

 

투덜거리며 뒤를 돌아보니 헐~~

 

 

 

 

 

앞을 보면 첩첩산중인데 뒤를 돌아보면

 

 

한 백발자국쯤만 가면 마을입니다,

 

 

예전에 동네형님들 조르고 졸라서 깊은 산으로 나물 뜯으러 따라 갔다가

 

 

길 잃어버려 헤맨이후로 아무도 데려가질 않고

 

 

뜯어온 나물 먹으라고 조금씩 가져다주던 생각이 나네요.

 

 

 

 

 

제 배낭을 먼저 채워주신 형님들,

 

 

저보고 험한 산은 못다닌다고 먼저 내려가라고

 

 

산에서는 길 잃어버리면 계곡만 따라 내려가면 된다 그래서

 

 

계곡따라 내려오다가 물이끼에 미끄러져 발 목 삐고 엄청 헤매는데

 

 

저 산 위에서 형님들이 나물을 잔뜩 뜯어오다가 저를 발견하고 깜짝 놀라더군요.

 

 

거기서 뭐하냐, 왜 계곡에서 헤매고 있냐구요?

 

 

 

알고보니 계곡따라 난 산길로 가라그런거지 누가 계곡으로 내려가서 가라고 했냐고

 

 

글루 내려가면 한 시간 갈 거 여섯시간 걸린다며

 

 

안 만났으면 클날뻔 했다고 안도의 숨을 내쉬더라구요.

 

 

그후부터 남편도 말리고 동네 형님들도 말려서

 

 

제 나물산행은 종쳐버렸지요.ㅡㅡ;;

 

 

 

 

 

하여튼 남편과 부지런히 꺾은 덕에 하루에 요만큼씩 네 번 정도 꺾었습니다.

 

 

 

 

 

고사리는 꺾는 즉시 밥을 떼어내야 더 세어버리지 않는다고 해서

 

 

밥을 떼어주고 데쳐서 널었습니다.

 

 

 

 

 

데쳐낸 고사리들...초록색이 참 예쁩니다.

 

 

그렇지만 이 고사리는 바로 먹으면 독성이 있어 화장실에 직행하기에

 

 

꼭 말려서 다시 삶아 우려낸 후 드셔야 합니다.

 

 

 

 

 

그럭저럭 말라가는 고사리들^^

 

 

(요 시기에 비라도 내리면 제대로 못 말려 버리게 됩니다.ㅠㅠ)

 

 

 

 

 

다 말린 고사리들^^

 

 

고사리 밥을 완전히 떼어내고 억센 부분들은 하얗게 말라버리므로

 

 

잘라내어 버리고 부드러운 부분만 밀봉하여 보관합니다.

 

 

 

 

 

 

하여튼 처음으로 고사리 꺾으러 갔던 날,

 

 

남편은 논에 남아서 일하고 저는 혼자 내려오면서

 

 

동네분들을 여러분 만났는데 다들 저를 보고 깜짝 깜짝 놀랍니다.

 

 

이른 새벽부터 어디 다녀오냐구요.ㅋ

 

 

 

고사리 꺾으러 갔다온다 그랬더니 마악 박장대소하면서

 

 

고사리가 저를 꺾겠다고......대놓고 놀려대십니다.

 

 

 

고사리 꺾느라고 신발은 엉망이 되어버렸지만

 

 

그래도 나름 재밌고 운동도 되고,

 

 

 

 

 

 

또 남겨두고 온 고사리가 고개를 살짝 내밀고 방긋 방긋 손짓하는거 같아

 

 

그 후로 저는 한 번 더

 

 

남편은 몇 번을 더 다녀와서 그런대로 조상님들 제사상에 올릴 만큼은 꺾었습니다.

 

 

 

 

 

 

해마다 우리 동네 어머님이 꺾으신 고비와 고사리를 팔아드리곤 했었는데

 

 

그 때마다 먹으라고 저에게 고사리와 고비를 주시기도 하셨는데

 

 

그게 얼마나 힘들게 어렵게 꺾은 고사리인지 정말 정말 실감한 요즈음입니다.

 

 

 

그래도 시골은 이렇게 어머님들이 농사일 틈틈이 산으로 다니시면서

 

 

고사리, 고비를 꺾어 판매하셔서 부수입도 올리시고

 

 

운동도 되기에 도시분들보다 덜 아프신듯 싶습니다.

 

 

 

올해에도 어머님이 꺾으신 고사리와 고비를 상품등록해서 판매해 드립니다.

 

 

연하게 부드럽게 꺾어 맛나고

 

 

조상님들 제사상에 올리기에도 손색없는

 

 

정성이 들어간 산나물입니다.

 

 

수입산인 중국산이 밀려 들어와 점차 설 자리를 잃어버리고 있지만

 

 

우리 산에서 꺾은 자연산 고사리는

 

 

중국산따위 도저히 따라올 수 없을만큼 향도 좋고 부드럽고 맛나지요.

 

 

자연산 고사리, 고비를 먹는다는건

 

 

농촌어머님들의 정성을 먹는다고 생각하면 딱 맞을 듯 싶어요.

 

 

(요번에 삼성 SDS사와 저희 마을 자매결연을 맺고

 

 

직거래 장터를 열었을 때 많이들 구입해 주셨네요.

 

 

이 자리를 빌어 감사드려요^^)

 

 

 

어쨌든 소중한 우리 농산물을 지키는 일...삼생아짐이 조금이나마 앞장섭니다^^

 

 

 

아...참고로 산주인의 동의 없이 약초 산나물 등을 몰래 채취하다 적발될 경우

 

 

7년 이하의 징역이나 2000만원 이하에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고 합니다.

 

 

하지만 어머님들 말씀이 송이버섯은 산임자가 있지만

 

 

고사리는 눈감아 주신다네요, 아직은 살아있는 시골의 인정입니다^&^

 

 

 

ps 참고로 고사리와 고비의 구별법 알려드립니다.

 

고사리는 한대궁이 올라와서 위로 세가닥으로 갈라지지만

 

고비는 퍼드러져도 한대궁입니다.

 

그래서 제사상에 올릴 때 손이 번지라고 고사리를 쓰지만

 

원래는 더 고급인 고비를 썼다네요.

 

그런데 워낙 그 양이 적다보니 고사리를 대신 썼다고 하네요.

 

사실 먹어보면 고사리보다 고비가 더 부드럽고 맛납니다.

 

 

고비는 붉은색의 팥고비(일명 참고비)가 있고 푸른색의 풀고비가 있는데

 

팥고비는 쓴 맛이 더 강하지만 그만큼 향도 강하고 맛도 좋고요

 

풀고비는 연하고 부드러워 아이들과 먹기에 좋습니다.

 

그리고 산에 다니다 보면 털이 부숭부숭 호랭이 눈을 부릅뜬 것  처럼 숭악하게 생긴 고비가 있는데

 

이녀석은 못 먹는 호랑고비라는 녀석입니다.

 

아무리 산나물이 몸에 좋다해도 식용과 비식용은 꼬옥 가려야겠죠?

 

(이상 삼생아짐 식물도감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