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난히 쌀쌀하던 봄날씨
추워추워하다가 어느날 갑자기 여름처럼 따뜻해져버려서
입었던 스웨터를 벗고 반팔이 그리워져
헥헥거리던 날......
삼생마을내 피리골마을에 살고 계시는 어르신 댁에 산나물이 나온다길래
산나물 구입도 하고, 상품 사진도 찍을겸
겸사겸사 찾아갔어요.
마의 태자가 피리를 불고 넘어갔다는 전설이 있어
일명 피리골이라 불리우는 생곡2리
예전에 저의 남편이 농촌마을 종합개발 사업 실사를 받을 때
심사위원들과 차를 타고 마을을 돌며 마을을 설명하는데
마의태자가 '산죽'을 불고 넘어갔다고 해서
동네분들이 심사위원들 뒤에서 터져나오는 웃음 참느라 엄청 애쓰다가
실사 끝나고 나서 마을분들이 '이 사람아, 자네가 마의 태자가 산죽부는거 본 적 있어??'
하며 한동안 놀려댔던 그 마을입니다.
사실 산죽은 가느다란 대나무로 주로 소쿠리를 엮거나 바구니를 엮을 때 쓰는 갈대 비스름한 대나무지요.
시골에서 태어났어도 초등학교 일학년때 도시로 나와 학교를 다니다가
대학 졸업하고 바로 귀향한 남편으로선 조금 상식이 딸리기도 했겠지만
덕분에 동네분들 두고두고 즐거웠습니다.^^;;;
깊은 골짜기 높고 높은 태산아래 자리잡은 이 어르신댁은
예전에 '패밀리가 떴다 - 이별여행'편에서
김수로님과 이천희님이 장뇌삼을 캐어 드시던 바로 그 댁이지요.
집 뒤에 바로 산이 있어 이 산에다 장뇌삼과 곰취와 곤드레, 참나물, 취나물, 병풍나물, 누리대 등
각종 산나물을 심어서 알음알이로 판매하신답니다.
제가 방문한 날에도 나물을 한 짐 가득 뜯어오셔서
점심 식사도 못하고 계시더군요.
아직 판매는 하고 있지 않고 번식시키기 위해서만 애쓰고 계신다는 병풍나물
이파리 하나가 자그마치 지름 일미터가 넘을 정도로 자라나는 나물들이랍니다.
키도 마찬가지고요.
날개를 펼친 박쥐를 닮았다고 해서 박쥐나물이라고 하기도 하는데
정확한 이름은 병풍취입니다.
얼마나 녀석들이 크고 실한지 숨바꼭질 해도 되겠어요...했더니
실컷 하고도 남는다고 하시네요.
안 그래도 굽은 허리가 안쓰러워 보이셨는데
조금 더 구부리면 마을의 어머님이 숨고도 남겠지요?
나물을 뜯어 주시면서 덧붙이는 말씀
이녀석들은 산에서 비를 만나면 우산이 되기도 해서 우산나물,
너무 더우면 햇볕을 가려주는 모자가 되기도 해서 모자나물이라 부르고
나물 뜯으러 다닐때면 여러 용도로 요긴하게 사용하기도 하신대요.
그럼 배고플때에는 파드득 퍼드득 뜯어서 먹음 되겠어요, 했더니 하하 웃으시네요.
씨를 받아 번식시키기도 하고
씨가 떨어지고 나면 주변에 새로운 줄기가 하나씩 생겨나 번식시키기도 한다네요.
맛도 크기도 다른 나물에 비할 바가 아니라서 나물의 여왕이라 불리운대요.
피리골 마을 주민분들에게 거의 한 두 포기씩 나누어 주셔서
다들 집에 조금씩 키워 먹는다고 하시면서
제게도 몇 뿌리 캐어주셨어요.
잘 키워 번식시켜 보라고요.
제게도 숙제 하나 떨어졌습니다.
또 먹어보라고 몇 이파리 뜯어 주셨는데
이게 다섯장만 해도 거의 일키로가 나갈 정도로 실하네요.
이녀석 한 장이면 밥 세공기는 싸먹을 수 있을 정도로 커서
나물의 여왕이라 불리울 만 해요.
생것으로 쭉 쭉 찢어 쌈을 싸먹기도 하고
살짝 데쳐 쌈을 싸도 좋고
깻잎처럼 잘라서 장아찌를 담아도 좋고
데쳐서 들기름과 된장으로 조물조물 무쳐도 좋고
또 고기말이를 하거나 총떡을 부쳐서
두루두루 먹을 수 있는 나물입니다.
중풍울 예방하는 효과가 있다고 하는데 거의 모든 산나물이 고기에 비해 그런 효과가 있겠지요?
제 남편이 가장 좋아하는 누리대
이녀석은 또한 제가 가장 싫어하는 나물인데
나물 자체에서 누린내(빈대냄새)가 나서 저는 이것만 보면 인상을 찡그리는데
제 남편과 시어머니, 시숙은 가장 좋아하시지요.
또한 이곳 산골에서 나고 자란 분들도 누리대 나물이라면 거의 열광할 정도로 좋아하시는데
나른한 봄철, 소화가 잘 되게 하는 나물이라네요.
도시분들은 그 특유의 향 때문에 쉽게 좋아지지 않는 나물이예요.
나물을 참 좋아하시는 친정어머니가 처음 저의 집에 오셨을 때
제 남편이 장모님 오셨다고 특별히 구해다 드렸는데
냄새를 한 번 맡아보시더니 으악~~비명을 지르시며 밥상에서 내려놓으셨던 그 나물이지요. ㅋ
고추장이나 된장에 박아 장아찌를 담으면 장맛이 좋아지며 장에 벌레가 안 생긴다고
장에 많이 넣고
또 이파리로 전을 부치면 향이 사라져 맛이 꽤 괜찮긴 해요.
(저도 누리대 이파리 메밀전은 한 두 번 먹어보았습니다, 정확히 한 번이요.ㅋ)
또 날것으로 초고추장을 찍어 먹는데
제 남편은 누리대 두 줄기면 물에 말아 밥 한 공기 너끈히 먹어치우더라고요.
바쁜 봄철, 농사일이 피곤하고, 입맛 없다고 할 때 제가 몇 번 사다주곤 하는데
그때마다 저는 남편이 맛나게 먹는 걸 코를 막고, 인상 찡그리고 쳐다보곤 하지요.
농촌생활 20년이 넘었어도 도저히 친해지지 못한 먹을거리들이 몇가지 있는데
멍멍이고기, 개구리구이, 그리고 이 누리대지요.
요즘은 고가의 가격을 받기 때문에 재배하시는 분들도 꽤 많습니다.
제가 가장 좋아하는 나물중의 하나인 곰취를 직접 수확해 주셨습니다.
산 속 소나무 숲에서 자라 그런지 향도 좋고 연하고
맛도 아주 그만입니다.
저는 생으로 쌈을 싸서 먹는 걸 좋아하는데
남편은 살짝 데치면 연하고 향이 더 좋다고 데쳐서 싸먹곤 하지요.
요즘 같이 산나물이 나오는 봄철이면
식탁이 풍성해져서 반찬 걱정을 하지 않는답니다.
사실 예전에 나물 뜯으러 갔을 때
도시락을 싸가지고 갔는데 밥 한 공기와 고추장 한 종지만 가져가면
산에서 나물을 뜯어 즉석에서 쌈을 싸먹으면 참 달고 맛났지요.
지금은 산림보호법에 의해 산나물 채취가 금지되어 있으므로
함부로 들어가면 안된답니다.
고무줄로 묶은 네 뭉치 정도의 곰취면 일킬로가 훌쩍 넘습니다.
줄기에 빨간 줄 두 줄 간 거 보이시죠?
이게 정말 참곰취랍니다.
곰의 발바닥 모양을 닮았다고도 하고
곰이 가장 좋아하는 나물이라 해서 곰취라 불리우는데
그 맛과 향이 뛰어나 나물의 황제라 불리우지요.
전 이녀석들을 요맘때 구입해서 장아찌를 담기도 하고
데쳐서 찬물에 헹구지 않고 지퍼백에 밀봉포장하여 냉동시켜 두었다가
일년 내내 두고 먹는답니다.
이밖에도 이 어머님 댁 주변 산에는 여러 산나물들이 많은데
햇순이 올라오는 가시오가피
참두릅
금방 세어져버렸다고 안타까워 하십니다.
그리고 취나물, 참나물, 곤드레 등
거의 모든 산나물들이 정말 산에서 재배가 되고 있어
밭이나 하우스에서 재배하는 나물들에 비해 그 향이나 맛이 비할 바가 아닙니다.
바빠 바빠 하시면서 올 해 심어야 할 씨앗들이 눈길을 끌어서 보았더니
신기한 붉은 찰수수네요.
요렇게 구부러진 녀석들은 새가 덜 파먹는다고 하시면서 건사한 씨앗을 들어보여주시네요.
수수가 익어갈 무렵이면 새들이 극성스럽게 대들어 쪼아먹어
다들 망사자루를 일일이 씌워 놓기도 하는데
요즘은 경제적 가치가 없어 사라져가는 우리 고유의 농작물들을 그래도
심으시는 어르신들이 계셔 그나마 우리 고유의 씨앗들이 보존이 되는 듯 싶습니다.
그리고 그렇게 수확한 우리 고유의 잡곡류들을 수입산과 싸워 이겨내기 위해
전자상거래로 판매해서 판로를 확보해 드리는게 제 일이기도 하지요.
뜯어주신 산나물을 포장을 해 보았습니다.
앞으로 곰취를 드실 땐 꼭 요 빨간 줄기를 확인해 주세요.
요 곰취와 똑같이 생겼으면서 빨간 줄이 없는건 알가지라고 하는데
산에 가서 보면 계곡이나 물기 많은 곳에 곰취와 어우러져서
무늬만 곰취인(이파리만 곰취인)체 시침 뚝 떼고 곰취 행세하는 녀석들이 있습니다.
곰취보다 쓴 맛이 강하고 알알한 아린 맛이 있어 알가지라 부르는데
알가지는 일명 동의나물이라고 불리우며 어린 순을 주로 먹고
자라면 독성이 있어서 우려내어 먹어야 하기에
삶아서 말렸다가 묵나물로 주로 해 먹습니다.
저희 친정어머니, 어느날, 난장에서 알가지를 잔뜩 사오셔서
곰취라고 좋아하셔서
그게 아니라고 말씀드렸지요.
먹기는 먹되 제대로 알고 먹는게 중요하지요.특히 건강이 달린 먹을거리는요^^
그리고 일반적으로 요즘 곰취라고 많이 나오는 것들은
정확한 이름이 국화과에 속하면서 곰취가 아닌 곤달비라고 하는 것들이지요.
도시분들은 곰취보다 곤달비를 더 좋아하시기도 하는데
곤달비는 곰취보다 크기가 작고 맛은 곰취와 비슷하지만
향은 조금 차이가 있지요.
곤달비도 쌈밥으로 먹거나 장아찌를 담으면 참 맛납니다.
4월은 잔인한 달이라고 누군가 말했지요.
황사바람 불고 꽃샘추위 가득하던 4월이 5월까지 이어지나 했더니
계절은 속이지 못하나봐요.
온갖 꽃이 흐드러지게 활짝 피고, 새소리, 물소리 어우러지고
향긋한 산나물들이 쏟아져 나오니
마음은 절로 풍요로워 지는 듯 싶습니다.
문득 온천지에 만발한 꽃을 보니 남편과 하던 농담이 생각납니다.
길가나 산 속에 흐드러지게 하얗게 피어나는 하얀색 꽃들이 너무 신기해서
무슨 꽃이냐고 물었더니
'하얀꽃'이라 하네요.
그럼, 진달래는 분홍꽃, 국화는 노란꽃, 장미는 빨간꽃이냐니까 맞다네요.
엉터리라고 놀려대며 눈을 흘겼는데
지금은 조팝나무라는걸 알겠는데
그때는 무슨 꽃인가 두고두고 궁금했었지요.
근데 얼마전 우리 동네 형님들과 이야기하는데
형님들도 그렇게 말씀하시네요.
싸리꽃은 하얀꽃, 철쭉은 분홍꽃, 다리화는 노란꽃...등등...
학명이나 정확한 이름은 몰라도 눈을 뜨면 저절로 눈에 들어오는
꽃 피어난 그 풍경들이 참으로 좋은 시절입니다, 봄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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