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찰옥수수 씨를 부었답니다^^

삼생아짐 2013. 5. 3. 0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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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름전부터 찰옥수수씨를 부어야 한다며 흘리듯 말하던 남편

 

 

그런데 계속 비가 오고, 얼음 얼고

 

 

도무지 화창한 봄날씨 같지를 않아 실감하질 못했네요.

 

 

 

게다가 못자리며 출장이며 이런저런 일들과 교육과 회의를 쫓아다니다 보니

 

 

무심히 듣고 흘려버렸는데...

 

 

도저히 안되겠는지 비가 와도 씨를 넣어야 한다며 남편이 서둘러서

 

 

찰옥수수 씨앗넣기 작업을 했습니다.

 

  

 

 

가로 일곱줄 세로 열다섯줄

 

 

도합 105개의 옥수수씨알이 들어가는 옥수수모상자입니다.

 

 

대부분 밭에다 직접 씨를 뿌리시는 분들도 많읃데

 

그랬을 경우 발아되지 못하는 것들도 있고,

 

비둘기며 까치들이 달려들어 씨를 파내어 먹어버리기 때문에

 

저희 지역에서는 이렇게 찰옥수수도 씨를 넣어 모종으로 키워 밭에 내보냅니다.

 

 

이 포토에 한구멍한구멍 빠짐없이 흙을 채워넣으면

 

 

오목하게 손가락 자국을 내고 그 속에 씨앗을 하나씩 똑똑 떨어뜨립니다.

 

 

 

 

 

미흑 찰옥수수씨랍니다.

 

 

일반 미백 찰옥수수씨는 분홍색인데

 

 

얘는 이미 빨간색 색소인 안토시아닌 색소를 충분히 머금고 있어

 

 

씨앗 자체도 붉습니다.

 

 

이 씨앗을 한 알 한 알 겹치지 않게 넣어야 하는 거지요.

 

 

 

 

한구멍에 두개의 씨앗이 들어가버리면

 

 

두 개의 싹이 나오는데

 

 

자라는 동안 모의 굵기도 신통치 않거니와

 

 

밭에 내어 심어도 제대로 된 열매가 달리질 못해

 

 

한포기는 뽑아내어야만 하는 번거로움이 있지요.

 

 

 

예전에 일찌감치 옥수수씨를 밭에다 직접 파종했던 형님들

 

 

5월에도 때아니게 얼음얼고 진눈깨비 내리는 바람에 찰옥수수싹이 얼어버리고

 

 

다 죽은 줄 알고 그 구멍에 고대로 씨를 넣었다가 다시 살아나는 바람에

 

 

또다시 한포기 한포기 일일이 뽑아내야 하는 번거로움을 보았었지요.

 

 

 

 

센터로 출근하기 전, 부지런히 넣어야 한다며 남편도 나도 손길을 재게 놀리는데

 

 

마침 동네 형님이 오셨습니다.

 

 

우리 집 앞에 형님네 논이 있어 일하러 오셨나 했더니

 

 

씨 넣는 일을 거들러 오셨다고 하시네요.

 

 

저런~~

 

 

이렇게 고마울데가......

 

 

역시 사람은 죽으란 법은 없나봅니다.

 

 

 

 

안그래도 일이 자꾸만 늦어져서 걱정했는데

 

 

형님이 오셔서 거들어주시는 바람에

 

 

생각보다 훨씬 일이 일찍 끝나게 될 듯 해

 

 

그제서야 마음의 여유가 생깁니다.

 

 

몸빼바지 주머니에 잘 챙겨넣었던 카메라를 꺼내듭니다.

 

 

" 농사짓는 과정은 기록으로 잘 남겨야 해, 그래야 소비자들이 신뢰를 하지."

 

 

일하는 틈틈이 사진을 찍어서 기록으로 남겨야 한다고 했더니

 

 

남편이 픽 웃습니다.

 

 

 

" 남들은 벌써 다 부었는데 우린 늦어도 한참 늦었어."

 

 

그러는거예요.

 

 

 

대기네 형님도 씨익 웃으시더니

 

 

"우리 모는 벌써 파랗게 올라와서 크고 있다?" 그러시네요.

 

 

 

 

에궁...

 

옛 어른들 말씀 그른거 하나도 없습니다.

 

 

 

부지런한 농부가 곳간을 채우고

 

 

드문 곡식이 역시 곳간을 채운다지요.

 

 

 

농사일은 뒤쳐지면 안된다고, 언 땅이 풀리기 전부터

 

 

일찌감치 논과 밭을 갈아엎어 부지런히 농사를 준비하시던 동네 어른들 말씀이 이해가 갑니다.

 

 

양껏 욕심내어 많이 심으면 많이 거둘 줄 알고 빽빽이 심어대는데

 

 

오히려 그게 환기와 성장을 방해해서 알찬 결실을 맺기가 어렵다는 것도 실감했었지요.

 

 

그러고보면 농사일에는 삶의 진리가 정말 고스란히 담겨 있는 듯 싶습니다.

 

 

 

 

씨앗을 다 넣고 흙으로 다시 덮어준 후에

 

 

모판위를 부직포로 덮어 보온을 해줍니다.

 

 

그리고 그 위에 물을 촉촉이 내려줍니다.

 

 

그래야 씨앗도 흙속에서 튀어나오지 않고

 

 

햇볕을 받아 적당한 온도를 유지하고

 

 

습기를 유지해서 싹이 트니까요.

 

 

 

 

제가 출근한 사이 남편이 어느새 하우스 안을 정리하고

 

 

다 떨어진 비닐지붕을 걷어내고

 

 

혼자서 새로이 비닐을 씌웠네요.

 

 

 

이 안에서 찰옥수수 어린 모들은

 

 

따뜻한 햇볕을 받아 온기를 머금고

 

 

아침 일찍 뿌려주는 물들을 받아 습기를 유지하면서

 

 

조금씩 조금씩 싹을 틔우고 순이 돋아나겠지요.

 

 

 

 

작년 이맘때 밭으로 나갔던 찰옥수수 모들이랍니다.

 

 

그때는 밭에 심어놓고도 비가 안 와서 무척이나 마음 졸였었는데요...

 

 

 

세상만물, 모든게 다 때가 있다는 것을 실감합니다.

 

 

거름을 내고, 밭을 만들고, 씨를 뿌리고, 가꾸고...

 

 

그 어떤 것에도 노력과 정성이 없으면 이루어지는 것이 없겠지요.

 

 

뿌린만큼 거둔다는 진리를 마음속에 되새기며......

 

 

파랗게 뒤덮이는 앞 밭을 상상하면서 씨앗을 넣고 난 오늘, 늘 그렇듯 속삭입니다.

 

 

"무럭무럭 자라라, 아가 옥수수들아^^"

 

 

 

농부의 아내이자 이땅의 여성농민의 마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