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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이야기

삼생아짐 2012. 10. 22. 1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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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벼타작이 끝나고 나면

 

 

농가에서는 콩, 팥, 참깨, 조, 수수, 기장, 들깨, 찰옥수수 말린 것 등 

 

 

온갖 산골 잡곡류의 수확이 본격적으로 시작됩니다.  

 

 

잘 골라낸 콩들이 햇볕에 바짝 말리워져가고

 

 

늙은 호박을 길게 썰어 말리기도 하지요.

 

 

 

저희집에서도 잘 마른 찰옥수수를 한송이 한송이 수확하여

 

따사로운 가을볕에 바짝 말렸지요.

 

 

나란히 나란히 널어놓은 찰옥수수 송이들을 보고

 

울 딸, "찰옥수수 아냐, 애벌레같아~~"

 

라고 설레설레 고개를 저었지만 분명 잘 마른 찰옥수수지요.

 

안토시아닌 색소가 풍부한 미흑찰옥수수랍니다.

 

 

찰옥수수 분리기, 일명 탈곡기의 한 종류인데, 

 

 콩터는 기계 비슷하게 생겼네요.

 

농가에서 잠시 쓰는 이런 기계들은 하나하나 일일이 구입하기 어려워

 

농업기술센터에서 하루 임대해왔습니다.

 

사실 농가에서 쓰는 농기계들을 구입하느라고 지는 농가부채가 정말 만만치 않거든요.

 

그나마 요즘은 농기계를 임대할 수가 있어 정말 농가부담을 덜었습니다.

 

 

예전에는 빈 하우스에 앉아 한 알 한 알 손으로 까다보면

 

동네분들이 오셔서 도와주시기도 하고

 

또 만만한게 콩떡이라고

 

우리 두 아들넘들 붙들고 앉아 까곤 했었는데

 

나중에는 손목이 아프고, 손가락에 물집마저 잡히곤 했었지요.

 

 

 오늘은 트랙터를 옆에 세워놓고 트럭에서

 

탈곡기를 이용하여

 

옥수수숭탱이에서 잘 여문 찰옥수수 낱알들을 분리해 내었습니다.

 

 

눈처럼 하얗게 날리는 가루들은

 

바로 옥수수 숭탱이에서 함께 깎여져나온 가루들이며

 

먼지가 아니랍니다.

 

 

온 마당에 하얗게 날려서 마치 눈이 온 것처럼 보입니다.

 

제 머리에도 남편 머리에도 마당천지에도 때아닌 찰옥수수눈이 내렸습니다.

 

숨쉴때마다 코로 들어가기도 하는데

 

그래도 찰옥수수 특유의 달콤하고 구수한 향이 맡아지네요.

 

 

이렇게 숭탱이에서 분리해낸 찰옥수수 알갱이들을

 

 

컴프레셔로 불어 숭탱이 조각들을 날려버리고

 

선풍기를 틀어 작은 가루들을 다시 한 번 날려보냅니다.

 

 

농촌에서 20년이 넘도록 살았지만

 

아직도 키질을 할 줄 몰라

 

콩이나 깨와 같은 잡곡들을 골라낼 때

 

선풍기를 이용하곤 하지요.

 

제 남편, 저보고 무늬만 농가주부라고 놀려대면서

 

 이렇게 곡식 까부는 일을 선풍기로 대신해 줍니다.

 

사실 이 전부다를 키질로 선별하려면 제 팔뚝 힘이 남아나질 않을듯도 싶어

 

어떨때는 그냥 모르는게 상팔자란 조금 현명한(?) 생각을 할 때도 있습니다.

 

 

이렇게 골라낸 찰옥수수들을 방앗간에 가지고 가서

 

껍질을 벗기고 잡티를 또 한번 날려내어

 

미흑찰옥수수쌀을 만듭니다.

 

 

껍질 벗긴 찰옥수수 알멩이들을 다시 체로 걸러

 

으깨어진 쌀알들과 통곡으로 분리

 

 

통곡은 샐러드용이나 호박죽 등을  끓일때 넣거나

 

그리고 밥을 지을 때 하루 전날 불려 넣으면

 

찰옥수수 통알이 밥과 어우러져 아주 맛난 밥이 됩니다.

 

뻥튀기로 튀겨먹기도 하는데 껍질을 벗겨내어었기 때문에 입안에 걸리는 것이 없고

 

부드러워 좋답니다.

 

 

밑으로 내려간 쌀알들은 다시 기계에 넣고 걸러 가루를 불어내고

 

밥을 지을때 쌀과 함께 씻어

 

바로바로 밥을 해서 먹으면

 

별미인 미흑찰옥수수밥이 되지요.

 

 

 

미흑찰옥수수쌀은 밥과 함께 지으면 밥맛이 약간 달콤하면서도 찰기가 생기고

 

쫀득하게 씹히는 맛이 생겨서

 

밥을 먹기 싫어하는 아이들도 매우 좋아한답니다.

 

아이들 이유식으로 이용해도 좋고

 

찰옥수수 그라탕이나 샐러드, 뻥튀기, 볶음밥, 약식 등

 

여러 요리에 활용할 수 있어 매우 요긴한 잡곡이랍니다.

 

 

원래는 풋옥수수로 다 팔았었는데

 

위 사진처럼 색깔이 진하게 나온 시기에는 찰옥수수가 빨리 굳어지기 때문에

 

마을 주민분들 찰옥수수 판로를 고민하다가

 

개발해낸 것이 바로 미흑찰옥수수쌀이랍니다.

 

지금은 미흑찰옥수수만큼 미흑찰옥수수쌀의 인기가 좋아

 

해마다 이렇게 찰옥수수쌀을 생산해내곤 합니다.

 

그만큼 정성과 손길이 많이 가지만

 

두고두고 미흑찰옥수수를 즐길 수 있어 나름 괜찮은 농가의 수입원이 되고 있습니다.

 

 

이제 찬바람이 불기 시작하면

 

따뜻한 아랫목에 앉아 어머님들은 콩이나 팥을 고르고

 

 

부지런히 수확한 멧돌호박, 고구마 등을 이용하여 겨울철

 

밤참거리를 준비하지요.

 

역시 부지런한 농부가 곳간을 채운다는,

 

그리고 뿌린만큼 거둔다는 옛 말을 실감하는 때가

 

바로 가을철이 아닌가 싶습니다.

 

 

그러고보면 키질만 못할 뿐이지

 

저도 이젠 어느정도 부지런한 개미과에 속한다는 뿌듯한 자부심이 생기네요. 

 

 

 

울 막내아들녀석, 어렸을때

 

이솝이야기를 읽어주면

 

 개미와 베짱이 동화는 잘못 되었다고

 

베짱이가 노래를 불러주기 때문에 개미의 작업 능률이 올랐다면서

 

요즘은 연예인은 겨울철에 굶어죽기보다

 

더 행복하게 잘 산다고 나름 자기 주장을 펼치곤 했지만

 

그래도 시골에서 오래 살다보니

 

역시 부지런히 몸을 놀린 농부만이 따뜻하고 풍족한 겨울을 나는게 맞습니다.

 

땅의 진리는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변하지 않을 터이니까요.

 

 

더 추워지면 미흑찰옥수수를 넣고 맛난 호박죽을 끓이려고 해요.

 

맛난 미흑찰옥수수 호박죽 드시러 놀러오세요, 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