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에서 시집온 새댁 레이아가 화상상봉을 하는동안
전...애보기를 맡았습니다.
잠시도 앉아있지 않고 연실 돌아다니는 세살짜리 재민이
다섯살짜리 수민이
한동안 요녀석들 뒤를 졸졸 쫓아다니다가
꾸러기 놀이방에 들어가서 동요를
틀어주었지요.
한동안 두녀석, 옛날 이야기도 듣고
노래도 따라부르고, 잘 놀아줍니다.
그치만 이것도 잠시...
또랑또랑 이쁜 재민이녀석
잠시도 가만 있으려하지 않습니다.
요맘때 우리 아이들을 제가 부르던 별칭이 있었지요.
움직이는 시한폭탄이라고...
가는 곳마다 사고를 치니깐요.
재민이녀석도 벌써 이마에는 어디에서 생겼는지 다 아문 흉터가 남아있습니다.
카메라도 비틀어보고,
돋보기 안경들도 몽조리 꺼내서 두드려댑니다.
유리에 다칠까 싶어 안경은 치우고, 통만 주었더니
장난감처럼 던지고 줍고, 신나게 놉니다.
재민이를 안아주니 샘이 난 수민이가 안아달라고 보채서
두녀석을 양쪽 무릎에 앉히고 놀아줍니다.
근데 이거...쉽지가 않습니다.
두녀석이 서로 싸움이 붙어버렸습니다.
서로 깨무는데...우와~~ 깜짝 놀랐습니다.
세 살짜리가 하나도 안 지네요.
우리 아이들 세 살 때에도 이랬나 싶은게 등에 식은 땀이 쭈욱 납니다.
이번에는 수민이가 그림을 그려달라 그래서
정말 오랫만에 그림실력(?)을 보여주었지요.
뱀과 악어를 그려달라네요.
길게~~길게~~~를 주문해서
정말 기다란 뱀 한마리를 그려주었네요.
한동안 제가 그린 그림위에 덧그림을 그리던 수민이녀석
이녀석 봐주는 동안에 그만 재민이가 문에 손이 끼어 버렸습니다.
달려가서 녀석을 달래주는데...손가락 뼈라도 다쳤을까 싶어 가슴이 철렁합니다.
다행이 아무 이상 없는듯 싶어 마음을 놓았지만,
불안불안합니다.
자장면으로 두 녀석을 달래고...
드뎌 화상상봉이 끝나고 집에 데려다 주는데...
녀석들 제 아빠의 오토바이를 타겠다고 떼를 쓰네요.
위험하기도 하고 그래서
수민이만 태워보내고
레이아와 재민이는 제가 데려다 주었지요.
갓 시집와서 검산리 마을회관에서 저녁마다 운동할 때
신랑을 따라 나와서 놀던 레이아
늦장가를 간 남수씨가 레이아 얼굴에 점도 빼주고...
늘 같이 다니고, 얼마나 이뻐하던지...참 보기 좋더니
지금 이렇게 두 아이를 낳고 알콩달콩 살아가는 모습을 보니 참 흐뭇합니다.
지역에서 어렵게 어렵게 결혼한 분들이 많건만
다들 결혼하고 얼마 못 살고 도로 고국으로 가버려서
정말 마음아픈 경우를 많이 보았는데
이렇게 적응해서 농협 공동선별장에 일도 다니고
아이도 낳고 잘 살아주는 걸 보면 얼마나 기특한지 모릅니다.
농촌에서의 고령화와 함께
다문화가정이 늘어나는 추세는 어쩔 수 없는
현실이라 생각합니다.
다문화가정 주부들이 적응하고 살아갈 수 있는 일자리라든가
언어지원, 그리고 다문화가정 자녀들을 위한 혜택이
좀 더 많아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 봅니다.
어차피...... 세상은 함께 살아가야 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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