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겹도록 한달 내내 쏟아지던 비가 그치자마자
35도가 넘는 더운 날씨가 이어지네요.
지치고, 피곤하고...그나마 이곳 산골지역은 태풍의 영향인지
아침 저녁으론 가을을 연상시키는 서늘한 바람이 불어
제때에 자라지 못한 작물들을 보면 가슴이 서늘해오지만요.
벼도 발아를 할 때인데...발아할 때 찬바람이 불면 꽃가루받이를 못해
쭉정이벼가 되어버리기 쉽상이지요.
결혼하고 나서 다섯째 되던해인가..
냉해를 입어 예년 수확의 삼분의 일도 못 건져 상심했던 때가 있었던 기억이 나
여름 날씨에 무척이나 민감하게 됩니다.
농사는 하늘이 먹어라 해야 먹는다는데...그 말이 어쩜 그리 딱 맞는지요.
그래도 요즘처럼 무더운 날씨에는 땀도 많이 흘리고, 쉬이 지쳐버립니다.
어쩌면... 낮에는 쉬라는 하늘의 뜻인지도 모르겠지만요.
남편이 군산 깐치멀마을에 이사회를 다녀오면서
주박장아찌를 가져왔습니다.
처음에는 장아찌에 된장도 아닌 누런 가루분같은 것이 잔뜩 묻어있어
이게 뭔가 했더니...
바로 술지게미(주박)이라는 것이더군요.
주박이란...청주를 빚고 난 후 나오는 술지게미로 된장처럼 생겼는데
여기에다 소금에 절였던 무나 오이, 참외, 울외 등의 장아찌류를 박는거죠.
주박에 장아찌를 만들 소금에 절인 야채를 넣어두면
자체가 뱔효하면서 달콤한 맛이 생겨난답니다.
이걸 씻어내니
커다란 오이 같은게 남네요.
중국음식점이나 일본요리에 나오는 바로 그 오이라네요.
나나스케라고도 하는데 원래 일본 나라지방의 승려들이 담아먹던 그 오이라네요.
그치만 장아찌류의 절임식품이야 뭐, 우리나라도 일찍부터 담아먹던 것이라서
굳이 일본 문화에서 왔다고는 볼 수 없지요.
사실 김치 등은 우리나라가 종주국인데 일본이 '기무치'라는 걸로 더 세계화시키고 있어
경계할 필요는 있지만요.
그냥 얇게 썰어서 먹어도 좋지만
전 검정깨와 참기름, 파, 마늘,부추를 넣고
자체가 간이 강한 편이라서 찬물에 살짝 우렸다가 아무 간도 안 하고
조물조물 무쳤어요.
더운 여름날, 물에 말아서 먹는
무장아찌와는 또 색다른, 맛난 반찬이 되네요.
아삭아삭 씹히면서도 단맛도 나고, 짠맛도 나는
달콤짭조름한 여름철 밑반찬이 되는거죠.
어렸을적에 할머니가 만들어주셨던 참외장아찌랑 비슷한 맛이예요.
그때는 개똥참외라고 하던가요
작고 못 생긴 참외, 또 파란 색의 참외를 속을 갈라 씨를 파내고
고추장이나 된장에 박았다가 꺼내서 참기름, 파, 마늘, 물엿을 넣고 조물조물 무쳐 주셨었는데
할머니가 해 주셨던 그 맛이랑 비슷해요.
한때 식량부족때문에 술을 담지 못하게 해서
이 주박장아찌는 사라졌던 음식이라는데
지금은 다시 양조장이 하나둘씩 늘어나면서
이 주박장아찌도 되살아나게 되었다네요.
시골, 고향의 맛을 그리워하는 분들이라면
무더운 여름, 밑반찬으로 마련해놓고 드셔보셔도 좋을 듯 싶어요.
더운 여름, 흘린 땀만큼의 염분 보충도 되고,
물에 말아 밥 한 그릇 뚝딱(!)에는 조금의 모자름도 없을듯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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