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마을 이야기

소 똥 거름내는 날(2)

삼생아짐 2011. 4. 4. 1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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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꼬마들과 만나 도란도란 조잘조잘 떠들던 민재녀석

 

갑자기 큰 소리로 자기가 애들을 도와줘야 한대요.

 

무슨 일인가 했더니

 

영균이네 개 두 마리가 어젯밤에 탈출해 버렸대요.

 

문득 뒷집 할아버지가 어젯밤에 닭 두마리를 어떤 나쁜 개XX(?)들이 와서 잡아놓았다고

 

아침에 투덜거리시던 생각이 나서 얼릉 개 찾는거 도와주라고 보냈죠.

 

 

그러고보니...이 음메소들 지키는 건 제 몫이 되어버리고 말았어요.

 

 

한손에 삽들고, 또 한손에 작대기들고

 

양팔벌려 입구를 지키는데......

 

이녀석들, 지키는 사람이 바뀌니깐

 

또 슬며시 다가오면서 호시탐탐 틈을 노리네요.

 

 

어떤 넘은 바짝 다가와서 제 옷을 킁킁 냄새 맡기도 하구요...

 

솔직히 저보다 큰 녀석들이 가까이 다가오니

 

쬐끔 무섭기도 하더라구요.

 

삼생아짐 ; 야, 난 너네 밥주는 사람이야.

 

개도 밥주는 사람은 안 문다는거 몰라???

 

너네 개XX보다 못해, 앙???

 

 

그와중에 이넘들, 뿔싸움하며 세력다툼하는 녀석들꺼정 생겼어요.

 

우당탕탕 그 큰 덩치로 우사안을 마구 뛰어다니더니

 

어떤 넘은 마치 투우하는 것마냥

 

앞발을 척척 구르면서 달려들 태세...

 

분위기가 심상찮아요.

 

 

그러더니 한바탕 서로 뿔로 치고 받더니 싸움에 밀린 녀석,

 

 

 슬금슬금 제게 다가오네요.

 

이녀석들도 사람을 가려서 자기보다 약해 보이는 사람한테는 개긴다네요.

 

예전에 대기네 형님 밥주고 소똥치다가 녀석의 뒷발질에 그만 걷어차여

 

갈비뼈가 부러질 뻔했대요.

 

그 소리가 생각나기도 하고...

 

저녀석이 동에서 뺨맞고 서에 와서 화풀이하면 어쩌나 싶어 제가 은근히 쫄아서......

 

 

삼생아짐 ; 야, 절루가~~~~

 

제가 기겁을 하니깐 울 최후의 보루

 

제가 들고있던 짝대기를 빼앗아서

 

녀석의 콧잔등을 파악 때리니깐

 

녀석 돌아서서 가요.

 

저보고 다가오면 인정사정없이 콧잔등을 때리라는데...그게 마음이 좀... 

 

 

 

하여튼 그럭저럭 소똥을 다 치우고

 

왕겨를 잔뜩 깔아주었더니

 

뭔가 저한테 날아와요.

 

게다가

 

잠시 딴데보다가 돌아보니 송아지들이 왕겨를 잔뜩 뒤집어쓰고 있어요.

 

 

알고보니 이 황송아지녀석,

 

새 왕겨가 얼마나 좋은지

 

겅중겅중 뛰다가 발길질로 왕겨를 발로 차서 뿌려대는데

 

이게 하늘로 올라가서 온 주변에 흩뿌려지는거예요.

 

그넘 참, 재주도 좋아요.

 

이넘땜에 졸지에 왕겨를 뒤집어썼잖아요.

 

나쁜넘......

 

그래도 이제 며칠 후면 이녀석, 다른 집으로 입양되어 갈 넘이라서 참았네요.

 

구제역 종식되고 무사히 넘겼다 싶더니

 

이동제한에 묶이고

 

또 거래량이 파악 줄어서

 

엄청 힘드는데...

 

그나마 이넘을 발견하신 어떤 분이 굉장히 마음에 드셨는지 당장 사가겠다고

 

하시더라구요.

 

역시,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은 있나봐요.

 

 

무사히 연중행사를 마치고

 

소들 칸막이를 다시 설치하고

 

수고한 울 최후의 보루에게 커피라도 타다줘야지 하고 들어왔다 나갔는데...

 

 

우와~~~

 

금방 쌓아놓은 거름더미(=모락모락 똥산)위에 꼬꼬닭들이 줄지어

 

등산을 하고 있어요.

 

 

제가 다가가자 나란히 도망가는데

 

수탉 한 마리 머리만 살짝 보이네요.

 

삼생아짐 ; 까꿍!!!

 

 

앞서가는 놈들은 몽조리 암탉들

 

맨 뒤에 아까 대가리만 보이던 넘은 수탉이예요.

 

 

임장로님네가 기르는 토종닭들인데

 

매일매일 우리집에 와서 놀아요.

 

저번에 마악 닭우는 소리가 들리길래 나가봤더니

 

우사위 왕겨 더미에 알을 하나 낳았더라구요.

 

 

근데 비둘기인지 까치인지 깨뜨려 버려서 아쉽더니

 

오늘도 역시 우리집에 마실왔다가 돌아가는 길이네요.

 

 

예전에 닭을 길러봐서 아는데

 

닭이 알을 낳고 우는 울음소리는 조금 달라요.

 

기냥 울음소리는 '꼬꼬' '꼬꼬'인데

 

알 낳고 우는 소리는

 

"꼬꼬댁 꼬꼬꼬꼬"이거든요.

 

음...잠시전에 요 "꼬꼬댁 꼬꼬꼬꼬" 소리가 들렸으니...

 

보물찾기 하듯 함 집 주변을 돌아봐야겠네요.

 

 

 

오늘 쳐낸 소똥거름들은 이제 밭으로 나가

 

올여름 옥수수밭의 요긴한 거름이 될 거랍니다.

 

돼지똥이나 닭똥과는 달리 소는 풀만 먹기에 소똥 냄새도 향긋하고

 

또 땅의 산성화를 일으키지도 않아요.

 

늘 그렇듯 땅심이 좋으면 비료도 농약도 칠 필요가 없어

 

쫀득쫀득 달고 맛난 무공해 찰옥수수 생산에 큰 힘이 되니깐요.

 

 

모처럼 따스한 봄날......  

 

겨우내 가득 쌓였던 거름을 퍼내니

 

이제 본격적으로 농사일이 시작되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늘 그렇듯...

 

올 한해에도 풍년농사 되기를 기원하며...

 

하루종일 거름 퍼내느라 고생한 울 최후의 보루, 팔이라도 주물러줘야겠네요.

 

트랙터 운전하던 한쪽 팔이 엄청 부어올랐거든요.

 

이거 안 가라앉히면 짝팔될터인데요......

 

역시 농사일은 무엇을 하든 쉽지가 않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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