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잠이 많아 아침에 학교에 갈 때마다 늘 저랑 씨름하곤 하는 울 막내녀석
옷 갈아입고 차 데워질 동안 잠시 멍하니 있더니,
다짜고짜 말하네요.
민재넘 ; 엄마, 옛날말이 다 맞는건 아냐.
삼생아짐 : ??
민재넘 ; 있잖아, 옛말에 사람은 낳으면 서울로 보내고
말은 낳으면 제주도로 보내라 그랬잖아.
근데 내가 제주도 갔다와 보니깐 그 말이 하나도 안맞아.
삼생아짐 : ???
민재넘 ; 입에 뭐 물어서 먹지도 못하지~~
공연하지~~~
엉덩이 채찍으로 맞지~~~
사람 태우지~~~
무거워도 찍소리 못하지~~~
개고생하지~~~
죽은 다음에 뼉다귀꺼정 팔리지......
말은 제주도로 가면 안되겠어, 엄마.
삼생아짐 ;
그러게요.
제주도에서의 말은 정말 여러모로 요긴한 자원이었습니다.
근데 울 아들넘이 보기에 좀 불쌍해 보였나봅니다.
자기가 말로 안 태어난게 정말 다행이라고 하네요.
민재넘, 잠시 또 곰곰이 생각하더니
민재넘 ; 근데 엄마, 사람은 낳으면 서울로 가라는 말이 맞는건가??
삼생아짐 ; 글쎄, 그 말은 맞을 수도 있고, 안 맞을 수도 있지.
그치만 살아가면서 네가 사람을 사귀는데 알아야 할 꼭 한가지가 있어.
민재넘 ; 뭔데??
남의 말 하기 좋아하는 사람과는 어울리지 말란 말은 맞는 거 같아.
네 앞에서 친한척하며 누군가의 험담을 주로 하는 사람은
다른사람에게도 가서 네 흉을 보는 사람이거든.
그런 사람은 어디에가나 분란을 일으키는 사람이야.
무슨 일이든 잘 되게 만들기보다 망가뜨리는 사람들이 있는데
살면서 그런 사람은 꼭 경계해야해.
민재 ; 으응...그럼 친구들 흉보지 말아야겠네?
아, 그럼 그 말이 그 뜻인가??
향을 싼 종이에서는 향내가 나고,
생선을 싼 종이에서는 비린내가 난다.
5학년때 배웠어.엄마, 그 말은 맞는 말이지??
삼생아짐 ; 그렇다고 할 수 있지. 꼭 그런것만은 아닐수도 있지만......
아이들과 대화를 하다보면......
늘 저로 하여금 무언가 되돌아보고 생각하게 합니다.
그리고 제 자신의 말과 행동이 일치하지 않음을 발견할 때
스스로 부끄럽게 여겨지기도 합니다.
제나이쯤 되어 곰곰 생각해보면...
세상 살아나가는 건 참 간단하고도 쉬운건데
사람과 사람이 만나 얽히고 설키면서 복잡해지고 망가지고
자신의 의도와는 완전히 달라져버리는 결과를 보곤 하지요.
우리 어린 아들녀석에게 어떻게 살아야 현명하고 지혜롭게 살 수 있는건지
아직도 저는 그 방법을 한마디로 설명하지 못합니다.
이렇게 늘 녀석에게 '꼭 그렇지만은 않아......'라고 설명해야만 할때...
정말 곤혹스럽거든요.
"꼭, 반드시, 그래......"라는 확신의 말은
도대체, 언제, 어디쯤에서나 가능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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