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2로 올라서는 장남녀석
지금쯤이면 장차 진로가 정해져서 좀 더 목표를 향해 매진해야 할 때가 아닌가 싶어
저녁 식사를 하고 다과상에 다함께 둘러앉았다.
영재녀석, 자기는 국문학과에 가서 기자나 피디, 또는 도서관 사서가 하고 싶단다
재치도 많고, 심성도 곱고, 내성적이고, 다른 사람을 잘 배려해주고, 지나치게 감성적이고...
하여튼 딸보다 더 다정다감한 아들녀석의 성정을 잘 알기에 아무래도 이과쪽은 잘 안 어울리겠다 싶었는데
막상 문과쪽을 택했다니까 조금 서운한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남자들은 전문직이거나 기술자격증이 있어야
이담에 취직하기도 쉽고 처자식 부양도 낫지 않나 싶은데
곰곰이 생각해보면 녀석의 성격상 조용히 자기 할 일 하는 직업이 나을 듯도 싶어서
그냥 녀석의 결정을 존중하기로 했다.
근데, 문과쪽 대학에 진학해서 할 수 있는 직업을 찾는데 녀석은 기자가 되고 싶다하니 제 아빠가 그런다.
울 최후의 보루 : 그것도 좋지. 근데 기자가 되려면 강단도 있어야 하고,
불의를 보면 굽히지 않고 맞설 수 있는 용기가 있어야해.
피디도 마찬가지야, 예능피디가 있고 다큐나 시사문제를 다루는 피디도 있는데
시사매거진 2080같은 프로그램을 만들려면 외압에 굴하지 않는 자기 확신과 주장이 있어야지.
역사의식이랑 확고한 민중의식도 있어야하고.
다들 그 말에 나름 진지해져서 열심히 듣고 있는데
그순간 민재넘, 조그마한 소리로 : 엄마, 2080이 아니라 2580아냐??
삼생아짐 : 그러게.
영재넘, 아빠가 연설하시니 가만히 있으라는 듯 눈치주는데, 민재넘 고개를 갸웃거리며 계속 말한다.
민재넘 ; 2080은 치약이름인데?? 20세의 건강한 치아를 80세까지~~
근데 되게 웃긴다. 시사매거진 2080!!! ㅋㅋㅋ
시사매거진 2080을 함께 읊조리며, 민재랑 나랑 킥킥 웃는데, 울 최후의 보루 얼굴이 빨개지며 그런다.
최후의 보루 ; 몰라, 내 방에 텔레비젼은 잘 안나와서 글씨가 제대로 안 보여서 그래!!
그순간 나름 아빠의 권위를 지키려던 영재넘마저 푸하하~~ 배꼽쥐고 웃고 말았다.
내참, 것두 변명이라고......
하여튼 나이가 들면서부터 생각하는거랑 말이랑 자꾸 헛갈려 나오기 시작하는데,
울 최후의 보루랑 나랑 그 증세가 요즘 부쩍 심해졌다.
울 아들에게 텔레비젼 고만 보고 샤워하고 옷갈아입으라는 말을 하려 했는데
옷 고만 보고 샤워 입으라고 해 버린다던지
컴 게임 고만 하고 밥 먹으라고 해야하는데 빨랑 컴퓨터 먹으라고 하질 않나
하여튼 앞 뒷말 잘라버리거나 바꾸거나 뒤섞어버리는 게 다반사다.
나야 애시당초 워낙 건망증도 심하고 이런 언어의 오류사용이 잦아 그러려니 포기해버렸는데
울 최후의 보루는 곧죽어도 텔레비젼 화면이 제대로 안 나오는 탓이란다.
가장이 그렇다면 그렇게 믿어줘야지 어쩌겠나.
가장은 하늘이라는데.
시사매거진 2080,
20세의 진정한 패기와 80세의 현명한 지혜가 아울러 공존하는 프로그램으로 살아남았으면 좋겠다.
요즘은 너도나도 글을 쓰면, 누구라도 볼 수 있도록 되어있고
다들 글을 잘 쓰지만
주관이 명확하게 서 있지 않으면
즉 가치관이 제대로 서있지 않으면
이 세상에 쓰레기 하나를 더보태는 일이 많아질것이란 생각을 한다.
제대로 된 생각을 갖고 글을 쓰는 일을 해야지......
그래서 가끔은 글쓰는 일이 두려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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