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제역때문에 사람의 왕래가 뚝 끊긴 우리마을...
나오는 것도 들어가는 것도 여의칠 않을 뿐더러 이웃방문도 모두 금지네요.
게다가 겨울 방학 내내 예정되었던 우리 막내의 돌봄학교 활동도 모두 취소되어 버렸어요.
미술도 배우고, 바이얼린도 배우고, 컴퓨터도 배우고, 도시에 영화관람도 가고
에어로빅이며 논술교실이며 다양한 프로그램이 준비되어 있어서 방학해도 심심치 않고 참 좋겠다 했었는데
모두 취소되니 녀석, 갑자기 폐인이 되어버렸어요.
하긴 울 최후의 보루, 영재랑 수향이랑 모처럼 온 가족이 다모여서
모두 있을 때 가족사진 찍자고 했었는데
고담날 다짜고짜 셔터를 눌러대더니
나중에 컴에 올린거 보니
모두가 텔레비젼 앞에 늘어지거나
컴앞에 앉아있거나
아님 누워서 빈둥빈둥 잠자는 포즈들...
머리도 엉망, 얼굴도 엉망...
가족 사진이 아니라 완전 폐인모드가 되어버려서
사진 보고 다들 지워달라고 아우성이 났네요.
(제껀 얼릉 지워버렸죠^^;;)
그와중에 민재녀석, 밥 먹자마자 또다시 이부자리로 기어들어가길래
삼생아짐; 너 밥먹고 금방 드러누움 소된다!!!
했더니 녀석, 태연하게 : 구제역만 안 걸림 돼!
하면서 여전히 텔레비젼 시청 돌입
아무래도 구제역여파는 우리 생활 곳곳에 미치고 있네요.
삼생아짐 ; 이렇게 전국이 난린데 넌 그 와중에 구제역만 안걸림 된다는 소리가 나오냐???
했더니
민재넘 ; 내가 아빠보고 다리 아프다 그랬더니 아빠가 "어어, 클났다, 구제역이다!'그랬어, 엄마!!
에휴...
이렇게 시국이 심각한데 아빠나 아들이나 정말 똑같아요.
근데요...
수향넘이 때아닌 여드름 때문에 이마가 울긋불긋해서 고민하니깐
영재넘; 누나 구제역아냐???
그러는거예요.
여드름이랑 수포랑 비슷하다 이거죠.
내참...
농부의 자식들은 어떻게 놀아도 이렇게 직업적으로 노는건지......
구제역의 여파는 이렇게 가족간에도 후휴증을 남기네요.
그나저나...어제 비로소 우리 소들도 예방주사를 맞고
조금 한시름 놓았네요.
이제는 구제역이 걸려도 구제역 걸린 집의 소만 묻을 뿐
예방접종한 다른 집들 소까지 살처분 하지는 않는다네요.
그것만 해도 얼마나 시름을 더는지..
우리 집 소뿐만 아니라 발생 500미터 이내의 소들을 모두 살처분하기에
남에게 피해를 줄까 싶어 이중으로 맘고생 했거든요.
(우리 동네같은 경우는 붙어있어 한 집이라도 걸리면 온동네 소들이 몰살이거든요......)
예방접종 부작용이 있다기에
약 2주정도 더 지켜보아야 하지만
그나마 조금이라도 안심할 수 있어 다행입니다.
아직도 추가 발생이 계속되고 있고
소와 돼지와 사슴과 양을 묻어버린 많은 농가들의 아픔과
텅 빈 우사를 바라볼 때면 더욱 시릴 축산농민들의 고통을 헤아려
조금이라도 더 빨리
그 분들이 살아갈 수 있는 대책이 마련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왜 이렇게 전국적으로 확산되었고
발병원인이 무엇인지
살처분밖에는 방법이 없는 것이었는지
또한 방역작업에도 허점은 없었는지
방역작업과 살처분 작업으로 동원되었던 공무원분들과
축산농민들의 육체적, 정신적 고통 및 후휴증도 어떻게 치유할 것인지
참으로 많은 과제가 남아있네요.
정보통신의 최첨단을 달리고
달나라에도 가고, 우주개발도 하는 오늘날
과학기술과 문명이 이렇게 발달했음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가축전염병 하나도 다스리지 못하는 사태는
우리가 더 많이 생각해보아야 할 듯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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