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사는 이야기

퉁쳐요???

삼생아짐 2010. 12. 8. 16:21
728x90

 참 이상하죠??

 

전 어려운 수학문제 풀이는 좋아하고 또 곧잘 푸는편인데...

 

그리고 마음 심란하면 수학문제 들고 앉아서 지금도 풀곤 하는데......

 

생활속의 날짜나 시간, 숫자계산, 기념일에 관해서는  이상하게도 무심(?)해요.

 

반면 남편은 학창시절 수학점수는 별로(?)인듯 싶었는데

 

묘하게도 이런 쪽에는 기억과 셈이 빠르고, 날짜나 숫자 기억도 잘 해요. 

 

그래서 우리 집안의 중요한 날들은 모두 남편에 의해 일깨워지곤 하죠.

 

 

 어제저녁, 울 최후의 보루, 저녁밥을 열심히 먹고 있는 민재넘더러 선물 사왔냐고 묻대요.

 

민재넘, 아차......그래요.

 

그래서 웬 선물인가 했더니, 아...

 

오늘이 바로 울 결혼기념일이었던거죠.

 

(역시나 저는 이번 결혼기념일도 새까맣게 까먹고 있었던거죠...)

 

 

민재넘, 담날 기말고사 시험본다고 프린트 열심히 풀면서 그러대요.

 

민재넘 ; 엄마, 내 크리스마스 선물 준비했어??

 

삼생아짐 ; 뭔 크리스마스 선물을 벌써 준비해??

 

민재넘 ; 선물 줄거야?

 

삼생아짐 ; 생각 좀 해 보고.

 

민재넘 ; 그럼 준비하지마, 우리 퉁치자.

 

삼생아짐 ; 퉁쳐?? 

 

민재넘 ; 내 크리스마스 선물이랑 엄마아빠 결혼기념일 선물 퉁치자구.

 

삼생아짐 ; 퉁치자는 소리는 또 어서 배웠냐??

 

민재넘 ; 고도리칠 때 그러잖아, 퉁친다구.

 

아빠도 잘 그러시잖아, 퉁친다구.

 

삼생아짐 ; 헐~~

 

 

오늘 아침 밥을 먹는데 제가 울 최후의 보루더러 그랬죠.

 

삼생아짐 ; 선물!!!

 

그랬더니 울 최후의 보루, 애꿎은 민재넘을 쳐다보네요.

 

민재넘, 당당하게 ; 아빠, 전 퉁쳤어요!

 

 

울 최후의 보루, 뭔 말인가 쳐다보길래 설명을 해줬죠.

 

삼생아짐 ; 얘가 어제 나보고 자기 크리스마스 선물 뭐해줄거냐 그래서

 

생각좀 해보자 그랬더니 퉁치재.

 

그랬더니 울 최후의 보루, 씨익 웃으며, 단번에 ; 그러지,뭐.

 

그러는거예요.

 

내참...

 

어쩌면 이렇게 두 부자가 똑같아지는지요.

 

 

하도 어이없어서 웃고 말았지만...

 

 뭔가 조금 씁쓸한 생각이 드는 거 있죠? 

 

 

지난번에 페스타 갈 때 녀석을 할머님께 맡겨두고 갔다왔더니

 

녀석, 할머님이랑 심심한지 매일 맞고 치더니 고스톱 용어도 해박해지고

 

텔레비젼을 얼마나 봤는지 완전 시사문제에 통달해서

 

졸졸 쫓아다니며 별 별 소리를 다 늘어놓더라구요.

 

 

어떤 회사사장이 회사 직원을 때리면서 한대에 백만원씩 돈을 줬다는 등

 

(전 어디 딴나라 이야기나 영화이야긴줄 알았어요.)

 

연예인 누구는 어떻다는 둥

 

녀석의 입에서 나오는 소리들은 모두 뉴스에서 나오는 것들인데

 

어쩐지 녀석에게 뉴스를 보여주면 안 될 것 같은 느낌마저 드는 거예요.

 

 

요즘은 뉴스가 왜 이리 부정적이고 안 좋은 이야기들만 가득한지

 

사실 뉴스 보다보면 사람들이 모두 비정상적으로 보이고,

 

세상이 살기가 겁난 곳으로 느껴지기까지해요.

 

 

민재넘, 마지막으로 한마디 더 하네요.

 

엄마, 맥주를 따르는 양으로 사람의 바람기를 측정할 수 있다는데

 

50프로만 따르면 바람기가 100프로고

 

70프로 따르면 20%

 

거품이 찰랑찰랑하게 가득 따르면 바람기는 없는데 스토커가 될 가능성이 높고

 

넘치면 바람기가 50프로인데, 의욕이 넘치거나 매력이 있다는 얘기래.

 

삼생아짐 ; 그건 또 어서봤어?

 

민재넘 ; 텔레비젼에서.

 

 

역시나 텔레비젼이 이넘의 정보원이었네요.

 

기냥 한숨만 푹푹 쉬는데 민재넘 마지막으로 한마디 더 보태네요.

 

민재넘 ; 근데 엄마, 내가 볼 때 아빤 바람기 빵프로야.

 

맨날 위에 거품이 찰랑찰랑하게 따르잖아.

 

그니깐 걱정하지마.

 

삼생아짐 ; 바람기가 뭔줄이나 아냐??

 

민재넘 ; 이쁜 누나 만나서 술 마시는거잖아.

 

 

에휴...

 

참 자식기르는 어미로서 요즘은 자식 교육을 어찌해야하나...걱정이 많이 되네요.

 

하긴 저또한 늘 우리 아이들에게 모범만 보이는 부모는 아니지만

 

요즘은 우리 막내녀석 쳐다보면...가끔 제가 넘 무심한듯 싶어 미안해지기도 해요.

 

 

게다가

 

이담에 이녀석 자기 색시한테도 늘 퉁치기만 함 미안해서 어쩌죠???

 

 

퉁친다는 건 결국 서로서로 아무것도 하지말자는 거 아녜요?? 

 

뭐, 하긴 낳아준 부모한테두 퉁치자는 녀석인뎅......

 

 

요즘은 제가 자식교육이랑 세상살이에 무언가 퉁치고 있는 건 아닌지 되돌아보아지네요.

 

'세상사는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인사 열 번만 하면???  (0) 2011.01.03
그러하지 않도록......  (0) 2010.12.16
얼어죽진 말아요^^  (0) 2010.11.05
누가 더 축하해???  (0) 2010.10.15
바늘꼬리칼새  (0) 2010.10.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