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아이들(성장일기)

발등꺼정 담그면 안되겠냐???

삼생아짐 2010. 8. 3. 2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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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천에서 볼 일이 있어 나갔다가 돌아오는 길......

 

아들녀석이 과자가 먹고 싶다고 문자를 보내왔네요.

 

 

방귀도 텄다며 좋아하던 룸메이트가 방학이라 집으로 가버리고

 

 혼자서 좁은 기숙사방에 있으려니 녀석,

 

쓸쓸하기도 하고, 답답하기도 한가보네요.

 

 

 

사먹으라 했더니 기숙사 밖에 있는 가게에 나가기가 싫대요.

 

바로 10미터만 나감 되는데...

 

여전히 움직이기 싫어하는 나무늘보같은 녀석... 

 

그래서 과자를 한보따리 사들고 녀석에게 갔더니

 

녀석이 과자사왔다는 소리에 한걸음에 달려 나와서 반갑게 맞아주네요.

 

 

방학이 딱 하루 뿐이라 가뜩이나 마음이 안타깝던 차에

 

녀석이 지나가는 말처럼 친구들은 가족여행간대요.

 

가족여행 가면 며칠은 빠질 수 있답니다.

 

그러면서...녀석 잘 들어가시라며 손을 흔드는데...

 

요즘 키는 부쩍 컸지만 아직 얼굴은 어린티가 남아있어

 

애써 감추는.....시무룩한 그 표정에 마음이 아려오고...

 

밤 열한시 넘은 시간...엄마아빠를 보내며 얼마나 집에 따라서 함께 오고 싶을까......

 

녀석을 기숙사에 홀로 올려보내면서 참 마음이 그랬네요......

 

 

 

그래서 졸지에 예정에 없던 가족여행을 계획하게 되어버렸죠.

 

어머님도 오시라하고, 수향넘도 들어오라 하고...

 

음메소들 때문에

 

단 하룻밤도 못자고 돌아오는거지만 그래도 하룻만이라도 가족끼리 집을 떠나갔다 오자고

 

그렇게 계획을 세웠어요.

 

 

울 최후의 보루, 출발하기 전날 큰소리로 ; 내일 아침 일곱시에 출발이야.

 

못 일어나는 사람은 안 델구 간다!!!

 

그리고 바닷가에 가서 발가락만 살짝 담그고,

 

돌아오는 길에 양양에 들러서 편육 먹자.

 

 

이렇게 가족여행을 선포할 때 바로 가장의 권위가 서는 거겠지요??

 

안델구 간다는 협박에 우리집 늦잠탱이넘들 시무룩해지는데 

 

 

그 말을 가만 듣고 계시던 울 어머님 ; 발등꺼정 담그면 안되겠냐??

 

웃지도 않으시면서 한말씀 던지시네요.

 

그 소리에 다들 하하 웃었네요.

 

녀석들, 할머니,짱이라고...

 

울어머니도 정말 가끔씩 재치만점이 되시거든요.

 

 

그래서 바닷가에 도착해 정말 발등꺼정 담근 녀석들...

 

후덥지근한 바람도 불고, 단 몇시간 놀자고 몇만원짜리 파라솔 빌리기도 아깝고...

 

그래서 발목꺼정은 담가보고 돌아섰네요.

 

차라리 집에 가서 시원한 계곡에서 놀자고 의견일치를 봤지요.

 

 

울 최후의 보루, 조금 서운한 듯한 울 아들넘들 꼬시는데...

 

"야, 해운대보담은 물이 별로지??"

 

뭔소리냐면요 작년에도 찰옥수수 작업을 한창 하다

 

어머님께서 부산에 계시는 이모님이 보고 싶으시다고 해서

 

무작정 부산 해운대로 내려간 적이 있거든요.

 

마침 울 최후의 보루친구가 호텔을 잡아줘서 1박2일동안

 

해운대에서 놀다왔는데...

 

그때 쭉쭉빵빵 비키니 입은 아가씨들을 보며

 

울 최후의 보루랑 아들넘들 무지 황홀해 했거든요.

 

그치만 해운대 얘기만 나왔다 하믄 울 막내넘, 머쓱한 미소짓죠.

 

왜냐구요??? 

 

 

 

 울 최후의 보루 이종사촌이 형사라는 소리를 듣는 순간 옆에 착 달라붙어

 

다리털도 쓸어보고

 

귀도 만져보면서 용감하게 생겼다느니

 

씩씩하고 남자답다느니 애교를 부리더니

 

아쿠아리움 가는 길에 기어이 운전석 옆자리에 올라타고 왔는데

 

호텔에 도착한 순간 남들은 다 내리는데 녀석은 머뭇머뭇...

 

왜그러나 봤더니 녀석 안 보는새 수갑을 뒤져 차고서 그걸 못 풀어서 낑낑...

 

열쇠도 부러뜨리고...

 

결국 순찰차 불러서 해결했지요. 

 

그 와중에도 녀석 한쪽 수갑으로 하트모양 만들었다고 엄마 이거 보라고 자랑을...

 

경찰에 잡혀간다고 협박했더니 그 뒤로 얌전히 앉아 조용한 휴가를 보냈지요.

 

 

그 후로도 녀석은 해운대 얘기만 나옴 조용해져요.

 

어쨌든 바다보다는 조용하고 시원한 우리동네 계곡이 낫겠다는 결론하에

 

도로 집으로 향했지요.

 

돌아서 나오면서 이쁘게 맺혀있는 해당화 열매도 한 컷 찍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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