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의 아주머님께서 일찌감치 상추를 많이 심었다고
먹어보라고 주셔서 맛나게 먹었지요.
상추를 데쳐서 무쳐먹기도 하고,
겉절이로 하기도 하고,
물론 쌈으로 싸먹기도 하지요.
(덕분에 가뜩이나 짧은 여름밤이 더 짧게 느껴져요.
상추 많이 먹으면 잠이 소올~~솔 정말 잘 오거든요.
불면증 없애는덴 상추가 최고인듯 싶어요.
단 시험땐 먹음...난리나죠.)
반쯤 덜어먹고 반은 베란다위에 놔두었는데
마저 꺼내려다 보니 개구리 한 마리가 폴짝 뛰어나오네요.
얼마나 놀랐는지......
엄지손가락 손톱만한 아기 청개구리죠.
민재녀석, 제가 '엄마야!!!' 놀라는 소리에 뛰어나왔다가 보더니
민재넘 ; 엄마, 청개구리도 나처럼 상추 좋아하나봐^^
왜냐면 울 민재랑 수향이랑 둘다 상추를 무지 좋아하거든요.
살짝 데쳐서 무치기도 하고,
생으로 썰어서 초고추장에 버무리기도 하고...
잘게 채썰어서 비빔밥으로 해 먹기도 하고...
어려서부터 많이 먹어 그런지 녀석들도 제 입맛을 닮아 가네요.
가끔 요맘때쯤이면 청개구리 녀석, 집안으로꺼정 뛰어들어와
자는 얼굴에 폴짝 스치고 지나기도 하고
텔레비젼에 붙어 함께 텔레비젼을 보기도 해요.
청개구리만 보면......
울 장남 생각나네요.
청개구리 한다고 예전에 저를 골탕먹이던 녀석...
정말 청개구리마냥 제가 이렇게 하라 그럼 저렇게 하고
요기로 가라 그럼 저기로 가고 부단히도 제 속을 태우던 녀석인데...
엄마, 아빠 떨어져서 한 반년 학교 기숙사에서 살아보더니 조금 철이 들었나봐요.
일주일에 한번씩 빨래를 가져다가 할머님댁에 맡겨놓으면
누나가 빨아서 들여보내곤 했는데
빨래가 넘 많다고 양말은 빼고 가져왔대요.
수향넘 ; 이그 돌대가리야, 어차피 세탁기 돌릴건데 기냥 가져오지...그걸 빼놓고 가져와??
했더니 영재넘, 너무 미안하다고 양말은 제가 빤다네요.
그러더니 덧붙이는 말 ; 엄마, 교복이 터졌었는데 내가 꿰맸어.
감침질인가, 휘갑치기인가 그걸루......바느질했다??
그리구 단추 떨어져서 내가 기둥두 세웠어.
순간 수향넘과 제 눈이 거짓말처럼 따악(!)마주치며 서로 눈웃음을 주고 받았네요.
다 큰 사내녀석 입에서 바느질의 종류가 주르륵 나오니깐
얼마나 우스운지...
게다가 단추기둥도 세웠대요......
전 좀 안됐기도 하고 마음도 짠한데......
울 최후의 보루, 제 심란한 듯한 표정을 보더니...작년에 학교 나갈 때 보니깐
커다란 사내녀석들이 쉬는 시간에 바늘이랑 천 붙들고 앉아
산적같은 손으로 바느질하느라 낑낑대는거 보고
한참 웃었다고 하네요.
학과목중에 가사시간이란게 있는데 바느질이 수행평가였다나봐요.
영재녀석도 그 가사시간에 바느질을 배웠나봐요.
어쨌든 녀석, 제 누나를 배려해 양말도 제가 빨려하고
바느질도 손수하고...
지난번엔 제가 전화 자주 안 한다고 조금 서운해 했더니
어젠 한밤중에 전화해서 안부도 물어보고...
녀석과 전화를 하면서 요즘은 녀석이 부쩍 커간다는 느낌이 드는데... 문득 장난기가 발동
삼생아짐 ; 영재야, 고추에 털 났니??
했더니 녀석, '어유, 엄마!!!!!!!!' 하고 자지러지며 전화 끊겠대요.
그러더니 전화가 정말 뚝(!) 끊겨요.
샘단지 민재넘, 제 옆에서 영재랑 통화하는거 가만히 듣고 있더니
민재넘 ; 엄마, 나는 털은 안 났지만 털구멍이 났다???
하면서 보여준다고 바지를 내리려해요.
이번에는 제가 기겁했죠.
하긴 뭐, 어려서부터 똥오줌 기저귀 갈아주며 내 속으로 낳아서 기른 자식들이지만
차츰차츰 자라나면서 수염도 나고, 목소리도 변해가고, 키도 훌쩍 크고,
손발도 이젠 저보다 커버렸어요.
제 신발보다 큰 치수의 운동화 신은지는 이미 오래죠...
게다가
2차 성장의 징후들이 나타나니
조금씩 어색해지긴 해요.
게다가 수향넘, 노트북을 살펴보는데 민재넘이 어디서 가슴 큰 여자 만화를 다운받았나봐요.
게다가 영재 핸폰에도 야한 사진 엄청 많다고...그거 비번 풀어 보려다가
영재한테 깔려서 죽다 살아났대요.
화장도 다 지워졌다나요.
두 넘 다 징그럽다고......더러운(?)넘들 이래요.
자기 동생들 같지 않다고 고개를 설레설레 젓네요.
하기는...
여자아이들보다 좀 더 적극적이고 시각적이고 원초적인 사내녀석들의 호기심이
아직은 이해가 가지 않을때죠.
언제까지나 품엣속 자식들만같던 아이들.....
녀석들이 하루하루 자라나는 모습을 보니 신기하기도 하고...
조심스럽기도 하고...
대견하기도 하고...
그러네요^^
그나저나 울 영재넘, 하두 기겁을 하길래 제가 이상한거 물었나 싶은 생각에
컴퓨터 공부하러 온 운기엄마한테 물어보았죠.
(운기엄마는 우리 영재랑 수향이 또래의 아들만 둘이죠^^)
운기엄마, 처음엔 제 직설적인 질문에 헉(!) 놀라는 눈치더니
사실 떨어져 살면 궁금하긴 할 거래요.
왜냐하면 아이들의 크는 모습을 옆에서 볼 수가 없기 때문이란거죠.
(고로 운기엄마는 아들들이 넘 허물없어서 그도 당황스럽다네요...ㅎㅎ)
뭐, 어쨌든...
무럭무럭 자라는 우리 아들넘들...
올바른 성의식을 갖고, 밝고 건강하고 건전하게 성장했으면 좋겠네요.
그나저나 영재넘, 집에 왔길래 이번에는 방법을 달리해서 물어봤네요.
삼생아짐 ; 영재야, 겨드랑이에 털났니???
영재넘, 이번에도 자지러지며 도망가요.
왜 대답을 못하는지...더 궁금하넹...
아들의 성장이 궁금한 엄마로서 제 질문이 정말 이상한가요???????
울 영재와 같은 남자니깐 울 최후의 보루한테 물어봐야겠네요.
삼생아짐 ; 어이, 최후의보루, 당신은 몇 살때 헐크가 되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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