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전,후배로부터 전화가 왔더라구요.
자기딸이 요즘 사춘기에 접어선듯 싶은데..
신경이 날카로와 아무하고나 싸우고, 신경질을 많이 내고, 예민하다구요...
이제 초등학교 5학년이면 그럴때도 됐다 싶은데...
문제는 그 딸아이가 자주 부딪히고 싸우는 대상이 바로 우리 민재라 이거죠.
요전번에 민재가 와서 마구 울분을 토하며 이야기하는데...
제가 울 최후의 보루, 회의한다고 멀리 가서 소 밥도 줘야하고
민재넘, 저녁밥도 챙겨줘야 하고
또 요즘 강의도 나가야 해서 너무 바빠 들은둥 마는 둥 했더니...
바로 그런 문제가 있었나봐요,
그 당시에 민재가 마구 화를 내던 것중의 하나가
바로 후배의 딸아이인 녀석의 친구가 민재넘더러 변태라고 불렀다는 것인데...
아마도 민재가 옷에 달린 모자를 잡아당겼더니 변태라 했다나봐요.
민재말로는 후배의 딸아이가 수업중에 자꾸 자리에서 일어나니까
민재가 말로 하다 안되니깐 옷을 잡아당겨 자리에 앉혔대요.
그랬더니 그녀석이 민재가 자기 속옷을 보았다고 민재더러 변태라 한거지요.
게다가 여자애들이 자기네끼리 똘똘 뭉쳐 합동으로 공격해대니
억울한 민재넘, 분이 안 풀려서 제게 얘기한건데
제가 흘려들어 버렸으니 얼마나 억울했을런지요...
조금 많이 미안하단 생각도 들고...
요 시기의 여자애들에 관한 얘기도 좀 해야겠다 싶던 차에...
울 최후의 보루가 정중협 회의차 마산에 갔다가
미더덕을 한박스 가져왔네요.
얘를 갈라 내장이랑 뻘흙을 빼내고
회로 먹는데, 무척 맛나더라구요.
울 최후의 보루, 제일 먼저 손질해서 민재 입에 넣어주었는데
민재넘, 이걸 못 삼키고 어쩔줄을 몰라해요.
울 최후의 보루 ; 개고기랑 회도 먹으면서 왜 이 좋은 걸 못먹어??
이거 먹으면 고추 커진대.
그랬더니 민재넘, 귀가 솔깃...
오만상 찡그리고 못 삼키던 미덕덕회를 꿀꺽 삼켜버리더라구요.
삼생아짐 ; 헐~~~
민재넘 ; 아빠, 정말 고추 커져요???
이넘아빠 ; 그럼, 생긴 걸 봐, 고추같이 생겼잖아.
이거 하나 먹고, 고추 한 번 보고, 이거 하나 먹고, 고추 한 번 봐봐.
그리고 오줌 눌 때, 발 뒤꿈치 들고 오줌누면 고추 커진대.
민재넘, 그 담부텀 걸어다닐때에도 발뒤꿈치를 들고 걸어다녀요.
나참...
이걸 도대체 어떻게 해석해야 할런지...
며칠 곰곰 생각해보니...
이 시기에 여자애들만 사춘기를 맞는 게 아니라
남자애들도 사춘기를 맞는게 아닌가 싶네요.
얼마전부터 부쩍 성에 대한 호기심이 늘어서
이것저것 여러가지를 물어대는데...
민재넘 ; 엄마, 질이 뭐야?
삼생아짐 ; 질?? 그건...여자들...생식기인데...
아기 낳을때 거길 통해 나오잖아.
학교에서 영화 안 봤어??
민재 ; 봤어. 그럼 질 세정제는 뭐야??
삼생아짐 ; (미치겠다, 정말...)
그건 또 어서 봤어??
민재넘 ; 목욕탕에서.
삼생아짐 ; 에휴.....
.
삼생아짐 ; 그건...비누처럼 여자들이 씻을 때 쓰는거야.
민재넘 ; 색깔이 이상한데??
삼생아짐 ; 열어봤어??
민재넘 ; 응. 남자들이 고추 닦을 때 써도 돼??
삼생아짐 ; 안될건 없지만...(이넘이 밥은 안먹고, 아침부터...)
민재넘 ; 엄마, 생리는 언제부터 해???
삼생아짐 ; 사람마다 다르지만 보통은 초등학교 5학년이나 6학년부터 하는데...
제가 진땀을 흘리자 울 최후의 보루 ; 그건 아침부터 밥상에서 할 얘기는 아닌것 같다.
하더니 말을 끊어 주네요.
그치만 이 기회에 여자애들의 변화에 대한 생각을 조금 알려줘야겠다 싶어서...
삼생아짐 ; 이 시기에 여자애들은 가슴이 나오려고 하기 때문에
무척 아파해.
그래서 신경이 날카로와서 누가 건들거나 잡으면 신경질 내고, 짜증내.
남재애들이 멋모르고 옷을 잡아당기면 '변태'라고 놀리기도 해.
그 말을 듣고, 민재넘, 당황한 듯, 얼굴이 빨개지네요.
울 최후의 보루 ; 그런건 시험에 안 나와!!
어이구, 너 지각했다!! 어떡할래???
.
민재넘, 부랴부랴 준비해서 나갔지만
이미 지각!!
전 녀석이 학교에서 다 배워서 알면서도 짖궃어서 그런 줄 알았더니
가만 생각해보니 이성과 성에 눈을 뜨고, 자기 신체에 관심을 갖기 시작하는
바로 그 사춘기 증상들이잖아요.
녀석을 데려다주고 오면서 녀석의 형과 누나가 있었더라면 조금 더 자연스러웠을텐데..싶은 아쉬움이 드네요.
녀석의 호기심을 무작정 눌러버리지 말고
되도록이면 이해가 쉽도록 설명해 주고
여자와 남자의 차이를 녀석이 이해해서
조금 더 원만하게 학교생활도 하고, 아이들과도 갈등을 일으키지 않게 하고 싶은데...
쉽지는 않네요.
도대체 첫째와 둘째는 어찌 키웠는지...
늦동이들 둔 엄마로서 새삼 고민에 빠져버렸네요.
그나저나 울 최후의 보루, 요즘 새로이 민재 놀려먹는 재미가 하나 생겼어요.
삼생아짐 ; 민재야, 시험 공부 안 해? 담주가 시험이잖어.
울 최후의 보루 ; 걔한테 중요한건 시험공부가 아냐. 고추 키우는 거지.
민재넘 ; ......
삼생아짐 ; 헐~~~
근데요, 더 웃긴건 저녁에 민재넘이 제 귀에 쏙닥쏙닥 속삭이는거예요.
민재넘 ; 엄마, 내가 학교에서 오줌누는데 발 뒤꿈치 들고 눴더니
애들이 왜 그러냐고 묻더라??
삼생아짐 ; 그래서 뭐라 그랬는데??
민재넘 ; 발 뒤꿈치를 다쳐서 그랬다 그랬지. 잘했지, 엄마??
삼생아짐 ; 그래, 잘했다.
민재넘 ; 근데 엄마, 나 정말 고추 커진거 같아, 한번 볼래???
삼생아짐; 됐어, 이넘아.
에휴...좋은 엄마 노릇은 정/말/정/말...
힘......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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