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사는 이야기

월드컵...그 후...

삼생아짐 2010. 6. 29.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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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입시를 앞둔 고딩이라도

 

월드컵중계를 외면하고 공부만 할 순 없지요.

 

전 국민의 마음이 하나로 모여 기를 실어야 할 판인데, 무신 공부를...

 

(선생님들의 과감한 결정이 존경스럽네요. 무작정의 공부를 고집하지 않는...)

 

 

다목적실에 빔프로젝트를 띄우고

 

공연도 보고, 다함께 응원도 하고...

 

 

함께 기를 모으기로 했지요.

 

 

녀석들...

 

그 와중에 앞자리에 가려 화면이 안 보인다고 하더니

 

기어이 책상위에 의자놓고 특별석을 만들어 올라가 앉았네요.

 

 

내 자리두 만들어준대요... 

 

이걸 어찌 거절하나...(한편으론 솔직히 올라가 앉아 보고싶긴 해요...ㅋㅋ

 

그랬다간... 넘어지는 날이면...어휴...무셔라...)

 

근데 이상하게도 제가 축구를 보면 꼭

 

우리나라가 지거나 비겨요. 

 

녀석들과 축구를 봐야하나, 말아야하나...고민되는 순간...

  

 

근데...GTB이광구 피디님에게서 문자가 왔네요.

 

아나운서랑 편성제작국 팀 직원들이 우리 마을에 오셔서

 

워크샵을 하신다고 하셨었거든요...

 

함께 응원하자고 하셔서 맥주랑 육포를 들고 얼릉 빠져나갔네요.

 

이광구피디님은 언제 봐도 늘 반가운 분이시죠.

 

가족적이고, 다정다감하시고...따뜻한 프로그램을 많이 만들고 계신 분이시죠.

 

모둘자리 농원에 큰 스크린을 설치하고

 

엔터테인먼트 전문 진행하신다는 분도 마이크 잡고 함께 응원할 준비를 하고 계시고...

 

정말 축제분위기가 그대로...넘치네요.

 

함께 응원 하자시는데....  

 

근데...학교에 남겨두고 온 아이들이 생각나기도 하고...

 

민재녀석도 응원한다고 밥도 안먹고, 집에도 안 오고, 그랬던 생각이 나서

 

함께 하질 못하고 나왔네요.

 

(그리고 제가 축구보면 진다그랬잖아요.

 

 

학교 운동장에서 땀을 뻘뻘 흘리며 개기고 있는 민재넘을 데릴러 갔지요.

 

역시 축구 끝날 때꺼정 자리를 안 뜬다네요.

 

월드컵 경기가 벌어지는 날이면...전...솔직히 아무곳에도 못 끼네요.

 

원래 전 축구를 별로 좋아하질 않는 편인데다가...

 

게다가 우리나라가 한다 그래서 중계방송 보면 꼭 지니깐...

 

이젠 아예 안좋아한다로 바꿔버린거죠.

 

 

사람들이 월드컵 운운하면서 모두 열광하는 거 보면...

 

축구도 야구나 농구나 테니스나 다른 기타 경기들과 같은 운동아닌가...그런 생각도 했어요.

 

한 골 넣자고 스무 명 넘는 사람들이 두시간동안 이리저리 뛰는 거 보면

 

시간이 아깝다는 생각도 했구요.

 

(월드컵 팬들에겐 몰매맞아죽을 소리인거죠......)

 

가끔 울 신랑한테 남자들 군대얘기랑 축구얘기하는거 보면

 

밤샐거라고 투덜거렸더니

 

어떤 분이 남자들이 모여 군대에서 축구한 얘기 하면 여자들이

 

지겨워서 뒤로 넘어진다나요...

 

하여튼 이 얘기 하자마자 축구광팬인 울 아들넘 젤 먼저 방방 뜨더라구요.

 

 

 월드컵 시작된 이후로 오로지 축구공 타령만 해대서 사줬더니

 

'쟈블라니'라나...무지무지 아끼는데 자면서도 끼고 자요.

 

논에 빠뜨리더니

 

아빠 장화신고 삽들고 논으로 뛰어들기도 하구요

 

 

신난다네요.

 

 

매일매일 공을 끼고 살아요.

 

 

 별 재주를 다 부려보더니

 

 

 결국은 또 빠뜨렸지요.

 

(현기네형님 논인데 이녀석이 매일 공 건지러 들어가는 거 알믄...

 

한소리 듣겠죠??)

 

 

꺼낸건 좋은데...

 

공의 물기를 닦는다고

 

방금 샤워하고 난 녀석이 새옷속에 집어넣어 공의 물기를 닦네요.

 

 

만삭의임산부 모양도 기가 막힌데...

  

 

마치 새생명을 잉태한 양 넘 뿌듯하고 행복해해요.

 

근데요...

 

제가 소 밥주고 돌아서보니...

 

 

 못보던 흙이 떨어져 있어요.

 

이상하다 했더니...

 

그러면 그렇지...

 

 

더덕 화분 쏟아서 사고친거지요.

 

예전엔 집안에서 공 갖고 놀다가 장식장 유리 깨먹더니...

  

게다가 요즘 매일 학교에서 축구하느라 제때 집에 오질 않아서

 

제가 데릴러 가면

 

땀 뻘뻘 흘리면서 맨날 시합했다네요.

 

전교생 합해야 축구선수 한팀 만들 인원도 안되어

 

맨날 승부차기만 하면서도 축구한다네요.

 

오늘도 울 최후의 보루, 민재에게 골인 좀 시켰냐하니깐

 

민재넘, 자랑스럽게 ; 열다섯골 넣었어요,아빠!!

 

울 최후의 보루, 어이없다는듯 ; 농구했냐??

 

하더니 자기는 우루과이와의 시합 안 볼거래요.

 

자기가보면 진다구요.

 

삼생아짐, 속으로 : 어라?? 나랑 똑같은 소리 하넹???

 

그랬더니

 

민재넘 ; 아빠 생각보다 참 소심하시넹.

 

그러는데

 

수향넘이 저한테 문자 넣었더라구요. 

 

 

 그러게요. 

 

차라리 제가 안 봤으면 이겼을런지도 모르는데...

 

근데 이 경기 보면서 축구에 관한 제 생각 많이 바뀌었어요.

 

비록 졌지만... 그래서 8강진출에는 실패했지만

 

정말 우리나라 선수들 잘 하더라구요.

 

 

예전보다 체력도 많이 좋아졌고, 부지런히 움직이고, 과감한 슛 시도도 많이 하고...

 

비를 흠뻑 맞아가며 진짜진짜 열심히 잘 뛰었는데

 

아쉽게도 져버려서 저도 안타까움에 눈물이 나더라구요.

 

 게다가 심판의 몇 몇 석연치 않은 판정에도 화가 나고...

 

저도모르게 흥분해서 마악 욕을 했더니 민재넘, 뻔히 쳐다보네요.

 

 

두시간이 정말 어찌 지나갔는지도 모를 정도로

 

흥분과 스릴의 연속인 경기였네요.

 

이 맛에 축구를 보나보다...라는 생각도 들어요.

 

게다가 축구는 한 개인의 재주만이 아닌

 

팀플레이라는 것이 타 스포츠와 비교되는 것이 아닌가 라는 생각도 들구요...

 

 

아마도 4년 후에는

 

우리나라가 월드컵에서 우승을 할 수도 있지 않을까 싶은 희망도 들어요.

 

대한민국 축구선수들...

 

자랑스러워요.

 

잘 싸웠고, 고생 많았네요. 그리고

 

비록 탈락하긴 했지만 전국민의 마음과 힘을 하나로 모우는데

 

조금도 부족함 없는 멋진 경기를 펼쳤다고 생각해요.

 

이제 저도...앞으로 누군가 축구얘기 하면 설레설레 고개젓지 않고

 

당분간은 목소리 높여 열변을 토할 정도가 되진 않을까...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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