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사는 이야기

황송아지가 암송아지 되어버렸대요.ㅡㅡ;;

삼생아짐 2010. 3. 1. 0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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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달 초, 춘천에 교육 다녀와서 이것저것 밀린 일을 하느라 밤 늦게꺼정 잠을 이루지 못했는데

 

새벽 두시쯤...외양간쪽에서 자꾸 울음소리가 들려요.

 

나가볼까 하다가.....좀 무섭기도 하고, 피곤하기도 하고...

 

그래서 그냥 잠들어버렸는데 담날 아침...소 밥주러 나갔던 울 최후의 보루, 마악 소리를 질러요.

 

울 최후의 보루 ; 민재야, 동생 태어났어!!!

 

 

깜짝 놀라 뛰아나가보니 이쁜 황송아지 한 마리가 태어났네요.

 

슬그머니 미안한 생각도 들고...

 

밤새 외로이 산통을 겪었을 어미소가 기특하기도 하고...

 

 

영하의 추운 날씨에 오들오들 떨고 있는 음메소 모자...

 

삼생마을 게시판을 보신 장인자 부녀회장님이 볏짚이라도 깔아주라고 하시자

 

울 최후의 보루, 뜨끔한지

 

집에 돌아와보니 왕겨를 잔뜩 깔아주었네요.

 

(삼생아짐 ; 이제부턴 시킬 일 있음 몽땅 마을 게시판에 올려야겠넹... )

 

왜냐하면 가끔 쓰잘데없이 고집을 부리거든요, 말도 안듣고...

 

제가 뭐 하라 그럼, 그렇게 잘함 니가 다해!! 이러거든요.

 

지난번에 창고정리 하라 그래도 그렇게 말을 안 듣더니

 

지저분한 창고 모습 찍어올렸더니 얼릉 청소를 싸악 해 놓았더라구요.

 

 

어쨌든 예정일보다 한달이나 먼저 나와서

 

(먼저 나온게 아니라 울 최후의 보루, 날짜 계산을 잘못해서...)

 

조금 불안불안하던 이쁜 황송아지... 

 

녀석이 몹시 춥겠다 했는데 그래도 무럭무럭 잘 자라서 기특했네요.

 

 

엄마소를 따라다니면서 젖도 잘 먹고  

 

깡총깡총 잘 놀아서 다행이다 싶었는데...

 

아니나다를까, 그만 병이 났네요.

 

 

먹지도 못하고, 계속 설사하고...고개도 못 들고...

 

(어린 송아지는 3일만 계속 설사하면 탈진해서 죽어버리거든요.)

 

밤에 부랴부랴 송아지집을 사다가 불 연결하고,

 

어미소랑 분리하고, 밤새도록 작업하면서 송아지를 돌보던 울 최후의 보루,

 

몸살이 나는 것 같다고 하더니...

 

그래도 송아지 상태가 나아지질 않아 걱정이었는데...

 

 

수의사가 집안으로 들여놓고 돌보아야 한다고 해서

 

이녀석을 아기처럼 안아서 목욕탕으로 안아들이고

 

약도 먹이고, 링겔 주사도 놓고...

 

 

처음에 문을 열면 고개도 못 들고 축 처져 늘어져있던 녀석이

 

링겔 두 병 맞고, 약도 열심히 먹고

 

하룻밤과 반나절을 꼬박 간호했더니  따뜻한 곳에서 기운을 차렸어요.

 

녀석이 있는 동안 화장실 가고픈 울 집 녀석들,

 

삼생아짐 ; 옛날 시골에선 천지사방이 다 화장실이었어.

 

그래도 망설이며 눈치만 슬슬 보다가 수향이랑 민재는 결국 밖으로

 

아직도 밤에 혼자나가는걸 무서워하는 영재넘은 송아지 눈치를 보며 화장실에 들어가서 볼일을 보는데

 

송아지랑 눈이 마주치니깐 냄새피워서 미안하다고 그랬다네요.

 

 

여수에 출장을 가야해서 이넘을 고쳐놓고 가야 맘이 편하다고 이틀동안 잠 못자고

 

뒷바라지하던 울 최후의 보루,

 

송아지가 살아나자 얼마나 좋아하는지...

 

예전에는 송아지가 아무리 아파도 집안에 넣을 생각도 못했었는데

 

이젠 이녀석을 아기처럼 안고 다니며 돌보는걸 보니

 

정말 '농사꾼'답다는 생각이 드네요.

 

 

이틀동안 울 최후의 보루와 수의사 선생님의 간호를 받은 송아지녀석

 

이젠 돌아다니기도 하고,깡총깡총 뛰어다니기도 하고...

 

얼마나 맘이 놓이는지...

 

 

덕분에 새로이 집도 장만해서

 

 녀석 한시도 제 어미곁에서 안 떨어지려 하더니

 

이젠 밤이면 알아서 따뜻한 불 들어오는 자기 방으로 찾아들어가 자네요.

 

정말 한시름 놓았네요.

 

 

 

요즘 환절기라 그런지 송아지 설사병이 많이 도나봐요.

 

오늘도 이웃집 혜진네에서 송아지 아프다고 전화왔던데

 

치료비가 많이 들어갔다니깐 은근히 망설이는 눈치...

 

근데 뒷집 춘희네랑 선배네 송아지도 설사병으로 죽었다고 하는 소리를 들으니...

 

돈이 들어가도 생명가진 짐승은 고쳐야하지 않나 그런 생각이 드네요.

 

농사일의 실패도 가슴아프지만

 

짐승을 기르다 죽으면 그것처럼 더 속상하고 안타까운 일도 없거든요.

 

주인 잘못 만나 그리된 듯 싶어서요.

 

 

 

사람이나 짐승이나 역시 정성이 문제예요.

 

황송아지 낳았다고 좋아하던 울 최후의 보루,

 

이번에 치료비랑 약값이랑 송아지방 설치하는 비용으로

 

만만찮은 돈이 들어가니 한다는 소리

 

"에이, 황송아지가 암송아지 되어버렸네...쩝..."

 

 

그러거나 말거나 깡총깡총 뛰어다니면서 초롱초롱 눈을 마주치는 송아지를 보니

 

얼마나 이쁜지^^

 

자기도 마음이 흐뭇한지 소 밥주고 올 때마다 대견해서 좋아하네요.

 

(예전엔 그저 약이나 먹이고, 주사나 놓아주면 그만이었는데

 

그러다 여러마리 잘못되기도 했죠...

 

근데 이제 아기처럼 집안으로 들여놓고 돌보는 거 보니...

 

철이 들긴 들었나봐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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