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사는 이야기

어머니......

삼생아짐 2010. 3. 18. 18: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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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생처음 시어머니의 머리를 감겨 드렸습니다......

그리고 양말을 신겨드렸습니다...

마주보고 섰을때는 몰랐던 어머니의 머리카락이 얼마나 가늘고 힘이 없는지...

어머니의 두 발이 얼마나 마르고 건조한지...

 

성큼 숱이 줄고, 부쩍 하얀 머리가 생겨나시기 시작했을때

아마도 짐작했어야 했는지도 모릅니다.

 

70이 넘으시는 오늘날까지

단 한 번도 병원에 입원해 보신적이 없으실정도로

늘 건강하시다고 건강에 자부하셨던 분인데, 갑자기 암진단을 받고, 서둘러 병원에 입원하시고

지난 열흘사이 하루가 다르게 쇠약해지시더니

수술후 중환자실에 힘없이 누워계신 모습이 넘 안타까워 눈물을 멈출수가 없었습니다. 

무의식중에  내뱉으시는 어머니의 신음소리가 가슴을 후벼팝니다... 

 

어머니...

생각하면 그저 가슴이 아파옵니다...

스물세살에 홀로 되셔서 50년의 세월을 아들 둘을 홀몸으로 키워오신 분.

때로는

어머니와 두 아들사이가 너무나 견고해서 며느리들인 나와 형님이 들어갈틈이 없다고 여겼었는데

무엇이든 좋은 것이 생기면 늘 어머님부터 챙기곤하는 그이가 가끔은 서운하기도 했지만

그 생각을 했던 것조차 후회되고 죄스러울 따름입니다.

 

냉정하시고 똑똑하시고 고집도 세시고

어머니 연세로서는 드물게 대학까지 졸업하시고 간호사 생활도 하셨던...

늘 며느리인 나를 주눅들게 하실 정도로 모든 면에서 훌륭하시고 뛰어나셨던 분..

그 어려운 성경책을 모조리 외우실 정도로 기억력도 좋으시고

대학교수님들조차 힘들어하시던 벧엘성서 과정도 훌륭하게 마치셨던 어머니...

설교시간에 이해가 잘 되지 않던 부분들도

어머니에게 들으면 쏙쏙 이해가 가곤 했지요...

 

지금 어머니가 병상에 누워계신게 아직도 실감이 나질 않습니다.

잠시 일상으로 돌아와 정신없이 살다가도

일을 하는 내내, 문득문득 하루에도 몇 번씩 넋이 나가곤 합니다.

어머니의 모습이 내내 그렇게 눈앞에서 아른거립니다...

 

부모님께 효도하는 것을 미루지 말라고,

부모님 살아생전 효도하라는 말을 무심코 흘려들었는데, 막상 어머님이 갑자기 이렇게 아파 누우시자

얼마나 실감이 나던지요...

어머님이 좋아하시는 과일도, 음식도

물 한모금 조차 넘기지 못하시고 차가운 병실 침대에 누워계신 모습을 보니

사는동안 자식들 뒷바라지에 바쁘다고 무심했던 지난날들이 얼마나 후회스러운지요.

 

시간을 되돌리고픈 마음이 이토록 절실했던 적도 없습니다...

 

저도모르게 어머님께 약속을 하고 말았습니다.

어머님이 나으시기만 한다면 다시 교회에 나가겠다고...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수술실앞에 매달린 십자가를 보며 그렇게 기도를 했습니다.

자라온 환경과 시댁의 종교가 너무나 달라 방황도 하고, 늘 낯설기만하던 종교...

과학적으로 입증되지 못하면

마음속으로 부정하던 그 마음들이 '절실함'앞에서는 눈 녹듯 사라지고 말더군요...

 

사람은 극한 상황에 처해봐야 신앙의 필요성을 느낀다더니...그 말이 맞는듯 싶네요...

 

오늘, 다시뵌 어머님의 모습이 조금씩 좋아지시는 듯 싶어 마음이 놓입니다.

아직도 안심할 순 없는 상태지만, 오랜 세월을 신앙으로 버텨오신 어머님의 독실하심과

아무리 아파도 신음소리 한 번 안내시며 참아오신 그 강인함

그리고 자식들에 대한 사랑과 희생...

그런 여러가지 마음들을 헤아리며, 어머님이 좋아하시는데 왜 교회에 못나가겠는가..라는 생각이 듭니다.

오죽하면 그이조차 어머님이 퇴원하시면 매주 일요일마다 어머님을 모시고 어머님이 나가시는 교회에 다니겠다고 하네요.

 

인간의 간사함이 또 어떻게 종교생활을 변하게 할런지 모르지만

지금은 어머님의 빠른 회복과 완쾌를 기다리며...

마음을 다져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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