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는 개를 기르지 않겠다고 맹세했음에도 불구하고...
(개를 길렀다하면 다 잡아먹어요.
족보 있던 진도개도, 맹인 안내견으로 유명한 골든 리트리버도, 풍산개도...
아무리 좋은 개라 해도 어느 정도 커버리면
그리고 정이 들어 식구처럼 느껴지는데도...
울 최후의 보루는 동네사람들을 죄다 불러 잡아먹어버리니...
그때마다 넘 마음이 아파 다시는 개를 기르지 않겠다고 맹세했어요.
그리고 집안에는 절대로 보신탕 들여오지 말라 그랬어요.
보신탕 먹은 날에는 옆에도 안 가죠.)
근데요...
이렇게 귀여운 넘을 볼 때나
또 개만 보면 좋아서 어쩔줄을 모르는 우리집 녀석들 때문에
잠시 맘이 흔들릴 때도 있어요.
방명자 형님이 데려오신 별이를 아기처럼 안고
집안 여기저기를 구경시켜 주는 민재넘...
자기의 넥타이를 별이 목에 걸어준 영재넘...
(별이야, 학교 가자~~~~)
어디선가 강아지 인형을 찾아다가 친구하자며 별이에게 들이대는 영재넘...
별이가 귀찮다네요...
갖가지 인형은 죄 찾아서 갖다주네요.
(혹 인형 필요하신 분 말씀하세요. 이젠 좀 정리 하려 해요...
강아지, 기린, 곰돌이, 사자, 원숭이...
인형으로 동물 농장 차려도 될 판이네요.)
안고 노는 것도 부족해 같이 드러누워 눈높이를 맞추는 영재녀석...
모자를 푸욱 뒤집어씌워서 인형인지 강아지인지...
강아지 맞네요.
민재넘도 별이 발가락 갯수를 헤아려보며
다섯개라고...
게다가 발톱검사꺼정...
귀찮은지 모자 뒤집어쓰고 꼼짝 않는 별이란넘...
우리집 개구쟁이들이 아무리 아무리 귀찮게 하고 주물럭거려도
성질 한 번 안내고, 짖지도 않고, 순하디 순한 별이녀석...
짖을 줄도 모르는 줄 알았더니...
사람보고는 안 짖는대요.
얼마나 영특하고 이쁜지...
발 달라면 발내밀고
앉으라면 앉고
가만히 있으라면 한 구석에 가만히 앉아서 기다리고
형님이 집에가자~~ 그러면 좋아서 마악 꼬리 흔들고 반기고...
어쩜 저렇게 말귀를 잘 알아듣는지...
정말 사람보다 낫네요.
누군가 버리고 간 유기견이었던 이 녀석을 데려다가
이쁘고 건강하게 되살려낸 방명자형님
처음 이녀석이 명자형님 손에 맡겨졌을 때의 모습이예요.
그전에도 버려진 삽살개를 데려다가 형님이 건강하게 키워내셔서
참 보기 좋았었는데...
이녀석이 또 버려져서 온 동네를 헤매고 다니니까 사람들이
명자형님 한테로 데려왔다네요.
버려지던 당시에 다리에 주사를 잘못 맞아 다리 근육을 다쳐 절기까지 하고...
영양실조에...
사람도 피하고, 겁내고...
얼마나 고생을 했는지 참 보기가 안타까웠는데...
이렇게 건강하게 형님이 되살려냈네요.
말 못하던 짐승이지만 강아지때 기르던 주인에게서 버림 받고
입었을 상처가 얼마나 컸을런지...
지금 이렇게 형님을 따르면서
사람처럼 말도 다 알아듣고
마치 가족처럼 형님한테 의지해서 살아가는 모습을 보니
참 보기좋네요.
그야말로 이쁜 별 하나가 형님 품에 와서 안긴거지요.
민재녀석, 형님 따라가서 별이랑 함께 살겠다니깐
형님이 집에 비글(사냥개의 종류)을 줄테니까 기르라고 꼬시네요.
민재랑 영재넘, 두 눈이 휘둥그레...
아빠한테 기르자고 조른다며 신이 났네요.
저녁에, 울 최후의 보루 보자마자 민재넘, 비글 길러 보고 싶다고 조르고...
저또한 차우차우란 개는 한 번 길러보고 싶다고 지나가는 투로 말했더니
민재넘 ; 엄마, 차우차우는 엄마보다 더 커.
영재넘 ; 걔 먹이 대려면 우리 땅 팔아야 해. 엄청 먹는대.
수향넘 ; 야, 근데 엄마랑 차우차우랑 닮지 않았냐??
(예전에 머리 감자마자 자고 일어났더니 머리가 사방으로 뻗쳐서...)
그러면서 다들 차우차우에 관해 한마디씩 하는데
가만히 듣고 있던 울 최후의 보루 ; 차우차우 맛있대냐??
삼생아짐이랑 울 애들넘, 찬물을 끼얹은 듯 조용~~~~~
그 이후로, 아무도 개 기르자는 소리를 안하네요.
정말 대단한 아빠(!)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