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사는 이야기

홍어

삼생아짐 2009. 12. 13.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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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는대로 먹자'라는 가훈이 아니어도...

 

(어떤 분들이 가훈 지을게 없어 주는대로 먹자가 가훈이냐고 혀를 차시기도 하셨지만...

 

시골에서 살다보니 제때 구할 수 있는게 그리 많질 않아

 

형편에 맞게 살자고 그렇게 지었네요^^;;)

 

 

뭐, 어쨌든......

 

개구리, 개고기, 뱀, 매미, 벌 애벌레, 번데기......기타등등

 

(예전에 울 아들넘들 먹었었어요, 어렸을 때...이녀석들 아버지가 주는 바람에...

 

근데 지금은 클나요, 걸리면 벌금물죠.

 

물론 멍멍탕은 예외지만...

 

 

하여튼 뭐든지 주는 대로 잘 먹고

 

사실 없어서 못 먹는 잡식성인 울 아들넘들이

 

코를 막고, 문이란 문은 있는대로 열어제치고

 

 

 

쳐다보기도 싫어하고

 

평소에 엄마머리냄새 좋다고 돈주고 못사는 거라며

 

베개에 머리냄새 묻혀달라고 사정하는 통에

 

(영재넘, 돈 만원만 주면 샴푸사서 쳐바르면 된다고,,,)

 

영재넘이 변태라고 놀려대는 민재넘마저

 

옆에도 안 오면서 기겁하는 음식이 있는데......

 

그게 뭐냐구요??

 

 

바로 요것, 홍어죠.

 

사실 이 홍어의 기호도는 극에서 극이예요.

 

냄새가 끝내주거든요. 

 

잘 삭은 홍어일수록 암모니아 냄새가 진동하며

 

입에 넣었을때 코끝으로 찌릿한 기운이 쏘옥 빠져나오며

 

눈물도 찔끔나고...

 

혀가 아리기도 하죠.

 

그치만 한 입 먹으면

 

느글느글한 속을 단번에 달래주는 효과가 있어요.

 

 

몸살기가 있거나

 

가슴이 답답하거나

 

어쩐지 우울하거나 할 때면

 

이 홍어를 먹어요.

 

 

원래 홍어의 참맛은 탁배기와 함께라지만

 

굳이 술이 아니어도

 

그리고 돼지고기와 어우러지지 않아도

 

묵은김치에 마늘과 양파와 함께 싸서 먹으면

 

막혔던 속이 뻐엉 뚫리지요.

 

 

근데 이렇게 홍어먹는 날은

 

울 아들넘들 질색팔색하는 날......

 

짜식들, 아직 인생의 참 맛을 모르는거죠. 

 

 

누군가에겐 즐거운 일이

 

 누군가에겐 고통이 되기도 하고

 

내겐 즐거운 일이 남에겐 고통이 될수도 있다는 사실을

 

모르진 않았지만...

 

음식 하나에도 이렇게 맘이 엇갈리는 걸

 

하물며 사람살아가는 일에서야 오죽하겠나요...

 

 

오랫동안 맘 끓이며 , 편치 않은 심정에, 익숙치 않은 인간관계의 뒤틀림에 스스로를 들볶았지만

 

시간이 지나니, 그리고 이런저런 책들을 읽으며 마음을 달래니

 

이제 조금 편안해 지네요.

 

 

사실 사람마음씀과 도량은 나이나 학력과는 아무 상관없네요.

 

타고나는 기질인지

 

아님 자라면서 형성되는 인성인지

 

가끔...아주 가끔...

 

내 자신이 조금 더 나를 사랑하고

 

타인의 말에 조금 덜 상처받고

 

원리나 원칙에는 조금 더

 

너그러운 사람이었음 좋겠다는 생각을 해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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