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나니??
컴퓨터를 하지 않겠다고 대학입학 정보와 외워야 할 과제들로 몽땅 싸바르고...
시험전날, 달력에도 붙여 두었던 다짐들
"오늘 자면 넌 아마 시험을 못 볼 꺼야"
"오늘 자면 넌 아마 끝일껄"
"오늘 자면 아마 시험을 제대로 망칠꺼야"
"시험을 못 본다면 넌 끝이야"
"이 불을 끄고 나간다면 넌 시험을 망칠꺼야"
그렇게 대학입시의 부담감에
한 시간 자는 것도 아까워서
스스로를 채찍질하던 시간들......
이 시간들 생각나니??
한단계 관문을 통과하고......대학에만 가면 모든 것이 즐겁고
다 편안하고 괜찮아질 줄 알았는데...
여전히 삶은 스스로를 채찍질해야 하는 시간들이지??
뜻대로 나와주지 않는 학점표가 기다리고 있고
또 졸업 후 네가 선택해야 할 진로도 벌써부터 걱정해야 하고...
강의 시간표도 스스로 선택해서 짜야하고...
매일 쌍동이처럼 붙어다니는 여자친구들이 있어도
때로는 속마음을 터놓을 진실한 친구가 아쉽기도 하고
너만을 위해줄 멋진 남자친구도 사귀고 싶고
또...이런저런 인간관계도 잘 꾸려야 하고
선생님이, 부모님이 하라는대로만 하던
어쩌면 시지프스의 노예처럼 한없이 반복되고 끝나지 않을것 같던
그 고등학교 시절이 차라리 그리울 때도 있지??
오로지 대학입시라는 목표 하나를 정하고
힘들고 짜증나도 '공부'라는 것만 제대로 하면
찬란한 생활이 기다릴거라 믿었던 환상도 거진 깨어졌을테고......
새벽부터 학교도서관에 나가 고정석을 확보해놓는 넘들 때문에
시험때면 메뚜기가 되어야 하는 신세도 서글프고
과연 그 고정석의 주인들이 정말 '공부'만 열심히 할까...괜히 심술맞은, 자기위안적인 헛생각도 들고...
말썽꾸러기 동생넘들
독재자 게슈타포 아빠
(아빠 삐치겠다. )
잔소리쟁이 엄마랑 안 살면 편할 줄 알았는데, 가끔은 그립기도 하고...
1년 365일 아무것도 일어날 것 같지 않은 심심하고 볼 거리 없는
조용한 산골동네가 차라리 그리울 때도 있고...
그러니??
근데...이거 하나만 기억해
네 인생의 주인공은 너라는 거
네가 마음먹기에 따라 네 인생은 결정될거라는 거
순간순간 선택과 판단을 해야하고, 그 선택과 판단에 책임을 져야만 한다는 거...
그치만 힘들고 어려울 때면...
언제나 엄마가 너를 지켜보고 있다는 것도 기억해.
20년이 지난 지금도 너를 낳던 때, 처음 네가 내안에서 힘겹게 나와
엄마인 나와 눈이 마주치던 때를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다는 거...
처음 뒤집던날, 남들보다 뒤집는게 늦어서 둔탱이라고 놀리고
어느날 함께 낮잠을 자다 깨어보니
너 혼자 배밀이로 밀고 올라가서 머리맡의 빵을 온통 부스러뜨려 놓았던거
(첫 배밀이에 저지레를 치다니...)
고사리도 그렇게 부스러뜨려 놓아서 엄마가 질색했더니
할머니가 잘 했다고, 고사리는 원래 그렇게 밥을떼어줘야 하는 거라고
널 칭찬했던 때도 생각난다.
농사일이 바빠 너를 보행기에 태워놓은 채 늘 문고리에 매달아놓으면
줄이 가는 것 만큼만 달려가고 더 이상 못가면 손을 내밀며 하소연하곤 했었는데
꼭 강아지같다고 사람들이 웃곤 했었지.
유치원에 가서 엄마 보고 싶다고 노란 유치원복 입고 계단에 앉아 울던 때도 있었다는 거...
첫 눈 온 날, 다섯살때였던가, 네가 그림 일기장에 썼던 동시도 기억하고 있어.
"눈이 왔다. 나는 혼자 바깥에 나와 있었다."
달랑 두 줄...
그리고 눈에 박힌 너의 발자욱을 그려 놓았던가...
그래도 철학적인 사색이 느껴지는 글이라고 네 외숙모가 칭찬했었지.
이번에 집에 와서 민재넘 밀어내고 너두 엄마 옆에서 자고 싶다고 말할 때
엄마 가슴이 찡했다는 것두 알아줘.
사랑해,
그리고 힘내!!
..................................................................
아, 설거지 하기 싫다.
누가 쫌......안 해주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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