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아이들(성장일기)

그런거아냐...ㅡㅡ;;

삼생아짐 2010. 1. 6. 2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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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가 바뀌면서 연휴도 겹치고,

 

그리고 추운 날씨에, 눈도 엄청 쏟아져서 집에 있는 시간이 길어진 즈음...

 

제게 정말  일류요리사의 '필'이 꽂혔나봐요.

 

아님 '식객'의 전수자가 된 건지...

 

 

이제 제법 가슴이 넓어지기 시작하는 민재넘과

 

무진장 키 크려고 욕심을 내서 우유를 하루에 1리터씩 해치우는 영재넘,

 

(울 최후의 보루가 우유 많이 먹어야 키 큰다고 했더니...)

 

그리고 드디어 학교를 마치고 집에서 텔레비젼과 리모콘과 동침을 시작한 울 최후의 보루...

 

세 남자를 위해 세끼 꼬박 집안에 갇혀서 요리를 해야만 했는데...

 

무궁무진한 요리 아이디어가 떠오르는거예요.

 

뭐, 아이들이 먹고 싶다는 건 다 해줬죠. 

 

 

 

알밥이랑 돈까스랑 닭갈비랑 새우콩나물비빔밥, 미흑찰옥수수 크림 스파게티...기타 등등...

 

조금 재료비가 많이 들긴 했지만

 

그래도 외식하는 비용보담은 적게 들었죠.

 

나름대로 저두 솜씨 꽤 괜찮은 엄마라는 생각을 하는데...

 

 

갑자기 영재넘이 제가 크림 스파게티를 만드는데

 

전화기로 달려가더니 누군가한테 전화를 걸어요.

 

 

영재넘 ; 누나, 엄마가 우리 맨날맨날 맛난 거 해줬다.

 

돈까스에 알밥에 오늘은 크림 스파게티야!!!  

 

 

알고보니 제 누나한테 자랑하려고 전화한 거드라구요.

 

가끔 이넘들이 서로 전화해서 '부러우면 지는거야~~'놀이를 하길래 그런가부다 했는데...

  

안 그래도 수향넘 없는데 갑자기 요리사의 '신'이 내려서 조금 미안하던 차였는데

 

영재넘, 전화로 자랑하듯이 말하니 진짜진짜...얼마나 미안한지요.

 

 

근데 전화끊고 온 영재넘, 시무룩하게

 

영재넘 ; 엄마, 누나가 엄마 집 나간대냐?? 엄마 죽을 병 걸렸어???

 

그러더라.

 

삼생아짐 ; 뭐라구???

 

영재넘 ; 그러면서 최후의 만찬이니깐 즐기면서 먹어!!

 

그러던데???

 

삼생아짐 ; 헐~~~

 

제가 기가막혀서 벙 떠있는데......

 

 

레스토랑에서 먹었던 바로 그 맛이라면서

 

 민재랑 크림 스파게티를 싹싹 먹어치운 영재넘,

 

제가 설거지를 끝내고 컴 앞에 앉으니 옆에 다가와서 머뭇머뭇 거려요.

 

삼생아짐 ; 왜??

 

영재넘 (은근히 걱정스러운 말투로) ; 엄마, 그런 거 아니지??

 

삼생아짐 ; 뭘??

 

영재넘 ; 엄마, 정말 죽을 병 걸리거나 집나가는 거 아니지??

 

그러는 거예요. 내참......

 

삼생아짐 ; 이넘아, 집은 니가 나가지, 내가 나가냐??

 

 이제 너마저 떠나보낼 생각을 하니

 있는동안 잘해줘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그런거다, 알간??

 

 

이넘들은 맛난걸 해줘도 걱정이니...참, 별일이예요.

 

 

근데요...제가 사실 좀 반성이 되긴 하더라구요.

 

자주는 아니지만...그래도 집안 식단에 나름대로 신경을 쓴다고 했었는데...

 

녀석들에게는 많이 부족한 엄마였는지...

 

아님 정말 무늬만 주부구단이었는지...

 

사실...요즘 제 맘이 많이 복잡해요.

 

 

 

영재넘, 중학교 내내 공부안하고 뺀질거려서 제 속을 썩였지만

 

막상 이녀석이 고등학교를 외지로 진학해서 나간다고 생각하니

 

정말 이녀석도 이젠 이집과 안녕이구나...

 

 

물론 다니러는 오겠지만 이렇게 분가해서 나가면 여지껏처럼 함께 부대끼며 살진 못하는거잖아요.

 

고등학교 마치면, 대학에 가고, 군대가고, 직장생활하고,

 

정말 이젠...내 품속에서 떠나보내는구나......라는 쓸쓸한 생각이 들면서

 

좀 더 잘해줄걸...

 

좀 더 많이 이해해줄걸...그런 아쉬움과 후회가 갑자기 물밀듯이 밀려오는 거예요.

 

바로 지난 달까지만 해도 이녀석 고등학교 떨어질까봐 그렇게 욕을 해놓고서두요....

 

(물론 지금도 중요한 시기에 뺀질거린다고 잔소리 해대긴 하지만요.)

 

그러면서도 녀석, 밤에 세상모르게 잠든 모습을 보면

 

뭐랄까...가슴이 아릿해와요.

 

 

 

늘 머슴애같은 누나한테 눌리키고...

 

경쟁심 강한 동생넘한테 치받히고...

 

중간에서 양보만 해야 했던 녀석....

 

그렇지만 잔정과 애교는 누구보다 많은 녀석인데...

 

가끔은 제누나나 동생한테 개념없다 소리를 들을 정도로

 

썰렁한 농담도 많이하고, 우스개소리도 많이 하지만...

 

그렇지만 저한테는 딸인 수향넘보다 더 많이 제 일을 거들어주던 자상한 녀석인데요...

 

제가 산책나가면 늘 제 옆에 따라붙고

 

또 시금치를 다듬어도, 마늘을 까도, 늘 곁에 와서 시키지 않아도 거들던 녀석

 

무엇이든 늘 먹기전에 제 입에 먼저 넣어주는 녀석...

 

 

녀석을 떠나보내려 하니 녀석의 잔잔한 모습들이 이렇게 선명하게, 눈에 많이 들어오네요.

 

 

 녀석이 집에 있는 기간동안에

 

엄마의 손길을 조금이라도 더 전해주고 싶어 나름대로 신경쓴 것도 있는데...

 

녀석, 엄마가 집 나가거나, 죽을 병 걸린거라니요...

 

자식이 부모의 맘을 몰라도 어쩜 이리도 몰라줄까요... 

 

 

 이 글을 쓰는 지금도 막상 이녀석 생각을 하니...다시 또 조금 울적해지네요.

 

그렇지만...이제 이녀석도 제 품을 떠나 더 넓은 세상으로 나아가는거니

 

기쁜 마음으로 녀석의 앞길을 축복해주고, 기원해주려해요.

 

다만 지금보다는 좀 더 성숙해지고, 스스로 목표를 세우고

 

실천하는 강인함도 좀 갖추었음 싶네요.

 

 

아마도 제가 다시 어떤 종교든 갖게 된다면

 

이녀석 때문일런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물론 신앙이 기복신앙이어서는 안되겠지만

 

그래도 대한민국에서 자식가진 어머니의 마음은 모두 한가지아닐런지요.

 

오직...자식이 잘되기만을 바라는 거요.

 

......

 

 

음...

 

조금 울적해진 기분을 털어버리고...

 

녀석이 좋아하는...

 

제가 예전에 종종 만들곤 했던

 

 집에서 만드는 포크커틀렛(일명 돈가스) 만드는 과정이나 올려야겠어요.

 

 

 

삼생아짐표 포크커틀렛 만들기

 

 

 

첫째 ; 돼지고기나 소고기 등을 손바닥 크기 정도, 두께 약 영점오센티미터로 준비해요.

 

대개 안심으로 하곤 하지만 전 좀 퍽퍽한거 같아서 목삼겹으로 했어요.

 

정육점에서 기계로 한번 눌러도 좋지만, 씹히는 질감은 떨어져서 그냥 준비했네요.

 

 

고기에다 소금, 후추, 마늘즙 등을 뿌려 간이 배도록 5분정도 재워놓아요.

 

 

두번째, 한 장 한 장 튀김가루나 부침가루를 씌워요.

 

 

세번째, 달걀물을 입히고

 

 

네번째, 빵가루를 씌워요. 

 

 

다섯번째, 쟁반에다 랩이나 위생팩을 깔고

 

 

층층이 돈가스를 놓아요.

 

 

이렇게 여러층으로 쌓아서 먹을 만큼 남겨두고, 나머지는 냉동실에 보관했다가

 

두 쪽씩 꺼내서 전자렌지에 녹여 아이들이 돈가스를 찾을 때마다 튀겨서 

 

소스를 뿌려주면...  

 

든든하고 맛난 반찬이 되지요.

 

 

아, 돈가스를 묻히고 남은 달걀물에다

 

양파와 당근, 풋고추 등 각종 야채를 다져넣고

 

역시 돈가스를 묻히고 남은 튀김가루를 버무려 한숟갈씩 지져내면

 

 

 역시 맛난 달걀부침개가 되지요^^

 

 

----오늘의 요리 끝!!!!!!----

 

 

그나저나, 김영재!!!

 

엄마가 맛난 거 해줄 땐 죽을 병 걸렸거나, 집 나가는 때 아냐,

 

엄마의 사랑이 넘치는 때야, 알간???

 

(나쁜 수향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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