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사는 이야기

흔적

삼생아짐 2009. 11. 16. 1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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잎이 진다...

 

하나둘씩 땅에 떨어져 흙으로 돌아가고

 

이듬해 봄이 되면 다시 새 잎되어 돋아난다

 

이미 져버린 잎은 새로 돋아난 그 잎이 아니건만

 

비슷한 모양, 비슷한 날씨, 비슷한 세월을 거치고 다시 또 잎으로 진다.

 

그것뿐이다.

 

무슨 의미를 더하겠는가

 

피면 지고, 지면 다시 피는것을...'사람'의 삶또한 그 모양인 것을

 

크게 다르지 않은것을......

 

 

예전에 남편과 크게 다툰 적이 있다.

 

남편은 죽으면 선산에 묻히기를 원한다고 했다.

 

나는 그저 화장해서 강물에 뿌려달라고 했다.

 

죽은 뒤에 산자들이 살기에도 부족한 땅을 차지하고 누워서

 

오랜 세월을 썩기만을 기다리느니

 

차라리 화장하여 그렇게 흩어지게 해 달랬더니

 

무척 화를 내며 배신감마저 느낀다고 했다.

 

자기 옆에 묻히기 싫으냐고...

 

나 죽고 나면 자기는 다른 색시 얻어 나란히 묻힐 거라는 말까지 했다.

 

도대체 왜 그렇게 화를 내냐고 했더니...

 

자식들을 위해서란다.

 

산소가 있어야 나중에 후손들이 조상을 추억하며 모일 꺼리가 된단다.

 

흩어졌던 자식들을 하나로 모아

 

가족간의 정을 쌓을 수 있는 것이 바로 망자의 무덤이란다.

 

어쩌면 그 산소가 있어 오히려 자식들에게 짐이 되지 않겠냐고 했더니

 

도저히 나를 이해할 수 없다고 했다.

 

왜 이해가 안되는지...나는 오히려 화를 내는 남편이 이해가 안간다고 했더니

 

그냥 그렇게 토라져서 한동안 눈도 마주치지 않고 말조차 하려 하지 않았다.

 

 

 

예전에 베트남에 갔을 때...

 

마을 어귀, 논 한가운데 조그만 집 같은 것들이 곳곳에서 눈에 띄어

 

도대체 무언가 했더니 부모의 무덤이란다.

 

                          베트남에서는 사람이 죽으면 슬퍼하기 보다 풍악을 울리고 축제를 벌인다.

 

그들은 죽음을 끝이라고 보지 않는다.

 

지금보다 더 나은 세상에 가는 것이고, 죽은 뒤에도 망자들의 영혼이 집에 남아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먼 곳에 무덤을 쓰지 않고, 마을 앞 어귀에, 논 한 가운데에 무덤을 쓴다.

 

그래서 그 영혼이 쉽게 집을 찾아올 수 있도록 최대한 산자의 집 근처에 쓴다.

 

물이 나는 곳이라 시체가 썩지 않을텐데 했더니 역시 그렇다.

 

삼년 쯤 지난 후에 시체를 장자가 추려서 항아리 같은 곳에 담는다고 했다.

 

아무나 못할 일이라고. 효성 지극한 자식들만이 할 수 있다는 그 일을 당연하다는 듯이

 

해내는 베트남 사람들을 보면서

 

 진정한 효라는 것이 어떤 것인지 다시 생각하기도 했고

 

삶과 죽음이 공존하는 곳이 이 세상이라는 생각을 하기도 했다.

 

또한 죽음을 삶의 연장선이라 생각한다면 세상만사 무엇이 두려울까도 생각했고......

 

 

그래도 나는 그것이 자식을 위한 길이란 생각을 하지 않는다.

 

나를 위해 무덤을 만드는 것도, 납골당이라는 터를 차지하는 것도

 

나무 한그루에 내 흔적이 남겨지는 것도 싫다.

 

 

그냥 그렇게 아무런 흔적없이 자연의 일부로 돌아가는 게 가장 나을 듯 싶다.

 

흔적을 남기면 무얼하겠는가...

 

죽은 뒤의 세상이 있어

 

혹 누군가의 몸으로 환생한다 해도

 

그 삶또한 여전히 삶의 굴레를 돌고 돌아 다시 지고 말 것을......

 

지금 내가 살아있는 동안

 

생각하고, 느끼는 동안...

 

그저 내 삶에 충실하면 그것으로 족하지 않겠는가......

 

 

그것뿐이다.

 

무슨 의미를 더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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