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아이들(성장일기)

동기사랑 사발주

삼생아짐 2009. 6. 29. 11:15
728x90

  요전에 어떤 분이 그 분 댁에 태어난  

오골계아가들이 넘 이뻐  

오골계 가족을 찍어 우리 마을 홈페이지에 올린 후...



닭새끼는 병아리 

오골계 새끼는 정확히 뭐예요?? 좀 갈켜줘요^^ 

라고 말미에 질문을 올리셨는데...

 

평소 어미와 새끼 짝짓기 놀이를 즐겨하던 저도

(송아지=소새끼, 망아지=말새끼, 강아지=개새끼, 병아리=닭새끼... 

초등 과학 교과 5학년에 분명히 나와요.)

 

오골계 새끼이름은 잘 기억이 안 나더라구요.

 


근데 집에 다니러 왔던 울 딸...

수향넘 ; 엄마, 나 댓글 달았어, 함 볼래?? 

하길래 봤더니...

 

헐~~~

 

수향넘 ; 오골 계새끼. 

 

떡하니 댓글을...

 

평소에 이넘, 한 말빨 세우는 거 잘 알고 있었지만, 제가 손 들었지요.

 


센터에 손님들이 많이 오셔서 

한, 두잔씩 커피 타는 것도 지쳐서 대접에 왕창(!)타서 

병에 옮기곤 하는데, 수향넘 물끄러미 보더니...

 

수향넘 ; 커피를 사발에 타??? 사약같애.

 

하면서 슬슬 다가오더라구요.

 

삼생아짐 ; 내게 사약을 주시오, 내게 차라리 사약을 달란 말이오. 

(어떤 사극에서 나온 듯한...)

 

수향공주~~ 어린 민재 왕자를 부탁하오~~~ 

했더니, 수향넘, 웃겨 죽겠다고 깔깔 웃어요.

 

수향넘 ; 엄마, 우리과에 '동기(同期)사랑 사발주'라는게 있는데 말이야... 

삼생아짐 ; 사발주?? 

수향넘 ; 응, 소주나 맥주, 막걸리 등을 사발에 가득 따라서  

동기사랑하는 사람은 그걸 다 마시는거야.

 

근데, 내가 젓가락으로 찍어먹었더니

선배들이 나보고  "짱"이래.

 

삼생아짐 ; 헐~~

동기를 고만큼밖에 안 사랑한다는거잖어.

 

수향넘 ; 그니깐... 선배들이 내가 최고래, 특히 남자선배들이... 

삼생아짐 ; 엥?? 너, 복돌이 조심하라 그랬지???  

수향넘; 근데 더 웃긴 건 어떤 선배는 동기사랑 사발주를 소주병 뚜껑에 따라 홀짝 마시는데

되게 얄밉더라. 

삼생아짐 ; 젓가락으로 찍어먹는 너가 더 얄밉지. 

수향넘 ; 그런가?? ㅎㅎ

 

......

 

하여튼...녀석과 만나면 늘 놀거리, 얘깃거리가 넘쳐요.

 


제가 지난주에 넘 힘들어서 조금 앓았더니 

녀석, 아르바이트 마치고 집에 와서  

일주일내내 청소며, 설거지며, 빨래며(행주삶는 것 꺼정...)

 

그리고 민재에게는 양말 한 보따리 사다주고 

한짝씩 빨면서 양말 빠는 법도 가르쳤어요.

 


하여튼 말썽꾸러기 두 넘들 군기도 바짝 잡아놓고... 

금요일부터 일요일꺼정 다시 아르바이트 해야 한다며 나가야한다더니... 

담주에 올때꺼정 씽크대 청결상태 깨끗하게 유지하래요.

 

도대체 누가 엄마인지...쩝...

 


가기전에 민재랑 밥먹으면서

 

수향넘 ; 민재, 누나가 다시 올 때까지 뭐해놓으라 그랬지?? 

민재넘, 생각 안 나는지 머뭇머뭇... 

영재넘(감자탕의 김치를 집으며) ;  와~~ 이거 되게 얇다!! 

민재넘 ; 아!! 얇은거!!  

(녀석이 풀던 문제집 중 핵심마무리 얇은 책이 있거든요.)

 


수향넘 ; 얼만큼 해 놓으라 그랬지?? 

민재넘 ; 또 머뭇머뭇... 

영재넘(감자탕을 숟가락으로 뒤적이며) ; 와~~ 이거 국물이랑 전부다 쩐다!!!

 

민재넘 ; 아, 전부다!!

 

(이제 기말고사라 전부 다 해놓으라 그랬나봐요.)

 


수향넘 ; 언제까지 해 놓으라 그랬지?? 

민재넘,얼굴 빨개진 채 또 머뭇머뭇... 

(이넘이 요즘 사람 말을 제대로 안 듣는 경향이 있거든요.)

 

영재넘 ; 아참, 누나 언제와?? 

민재넘  ; 아!!  누나 올 때까지!!!  

 

내참... 

 

밥먹다말고 수향이랑 저랑  

폭소를 터뜨리고 말았어요.

  

전 옆에서 꼬박꼬박 힌트주는 영재땜에 웃었는데

 

수향넘, 민재 머리를 쥐어박으며

고걸 낼름낼름 받아 뻔뻔하게 대답하는 녀석이 더 웃기다고... 

 

평소에는 영재랑 민재 두 넘이 서로 웬수처럼 싸워대다가 

저희 누나가 오니깐 둘이 똘똘 뭉쳐서...서로 감싸주고... 

하여튼...무진장 친해져요.

 

 

수향넘, 요즘 아르바이트를 해서 돈을 벌어보더니 

돈 버는 게 얼마나 힘든지 안다고 돈 쓰는게 아깝다고 

집에 오는 차비도 만만찮다며 올까, 말까 망설이더니... 

 

제가 넘 힘들다고 오래니깐 생각 좀 해보겠대요.

 

 

영재랑 민재넘, 수향넘이 올까말까 하니깐  

옆에서 오지말라그러라구 손짓하다가.... 

 

제가 수향이랑 통화하면서 누나가 오기로 했다니깐 

영재넘 ; 헉!! 적색경보다!! 

민재넘 ; 재난대책본부에 연락해야해!!!  

 

텔레비젼 앞에서 주말내내 뒹굴던 두넘이 후다닥 일어나더니... 

 현관에 신발 몽땅 들어내고 청소하고 

책상정리하고 

양말도 몽땅 빨아널고 

숙제도 모두 해놓고... 

모두 알아서 척척!!!

 

 

 

에궁...... 

정말 웃어야 할런지, 울어야 할런지... 

녀석들 하는 짓을 보니 재밌기도 하고  

기가 막히기도 하고...

 

 어쨌든...

이넘들이야말로 동기(同氣)사랑 사발주 왕창 먹여야할까봐요.

  

 

'우리 아이들(성장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대한민국의 수험생 부모로 살아간다는 것은,,,,,  (0) 2009.09.18
누나가 싸줬대요 ㅡㅡ;;  (0) 2009.07.03
무늬만 엄마^^;;  (0) 2009.06.21
성적표유감(2)  (0) 2009.05.30
성적표유감(1)  (0) 2009.05.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