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사는 이야기

'미'쳤어요...ㅠㅠ

삼생아짐 2009. 4. 17. 1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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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도 손에 잡히질 않고,

 

의욕도 없고......어쩐지 지친 듯하고...

 

매사가 무기력해지는 그런 때...

 

살다보면, 뭐... 그런 날들 있잖아요.

 

(아무래도 늙나봐요...)

 

생각조차 하기 싫은 시간들...

 

머릿속을 깨끗하게 비우고픈...그런 시간들 있죠??

 

 

 

 

우연히 인터넷에서 플래쉬게임을 발견했는데...

 

이게 생각보다 중독성이 강하더라구요.

 

 

 

 

딱 하루 했는데...

 

그냥 아무 생각않고 그저 맘이나 달랠겸 한 판 하려 했는데...

 

빠져나오질 못하겠더라구요.

 

다 터뜨려버려야겠단 생각에...하고 또하고, 하고 또하고...

 

밥 차려주고 하고,

 

설거지하고 하고...

 

청소하고 하고...

 

퇴근해서 하고...

 

시간만 나면 컴 앞에 앉아서 뽕뿅거리게 되는데...

 

두 눈이 빨개지고, 목도 아프고, 허리도 아프고...

 

졸려서 쓰러질때꺼정 하고...

 

완전 중독상태...

 

제가 생각해도 참 한심한데...이러지 말아야지 하면서도...

이거 마저 부셔야겠다는 생각에...

 

 

 

 

예전에 컴게임하면......

 

모든 게임은 손만 댔다 하면 끝꺼정 돌파해야 직성이 풀려서...

 

한동안 그 게임 끝장 낼때꺼정 아무 일도 못했지요. 

잠도 안 자고, 먹지도 않고...오로지 거기에만 매달려서...

 

이번에도 그 습관이 도져서...애들 보는데 내가 이럼 안되지 하면서도

 

밤 늦게꺼정 이 게임에 매달려서 끝장을 보려니

 


  

요번주에 시험이 있어 시험공부하던 민재넘, 제 모습을 뒤에서 가만히 쳐다보더니...

 

민재 ; 엄마, 눈 아프고, 목도 아프고, 머리도 아프고 사물도 두개로 보이지??

 

그리고 아무것도 하기싫지??

 

삼생아짐 ; 응. 어떻게 알아??

 

민재 ; 나도 경험해 봐서 알아. 허리도 아프고, 어깨도 아프고

 

아무리 아무리 안하려고 해도 벗어날 수가 없는거잖아.

 

나도 한동안 그랬었어.

 

삼생아짐 ; 넌 어떻게 벗어났는데??

 

민재 ; 엄마가 시간을 정해놓고 하라고 해서 그렇게 했어.

 

 엄마, 게임하는 시간을 정해놓고 해봐. 하루에 30분이상 안 하기로...

 

아니면, 컴게임 말고, 다른 걸 해봐.

 

종이에 그림을 그리고, 찢은 다음에 퍼즐처럼 맞추기 놀이를 하는거야.

 

그럼 컴생각에서 벗어날 수 있을거야.

 

나랑 약속해, 꼭 해야겠으면 하루에 30분씩만 한다고!!

 

삼생아짐 ; ......

 

민재 ; 엄마, 나랑 약속하는거지??

 

삼생아짐 ; ......

 

도대체 누가 어른인지 모르겠어.

 

(내나이에 퍼즐 그려서 찢어놓고 도로 맞추기 게임하는 장면을 상상하니...)

 

 


민재넘, 제 머리를 찬찬이 쓰다듬고 등을 토닥거리며...

 

민재 ; 에구, 불쌍한 우리 엄마.

 

괜찮아, 어른도 그럴 때가 있지, 뭐.

 

다 이해해, 엄마.

 

이제부터 컴게임 생각나면 꾸욱 참고, 다른 거 해, 알았지???

 

 

 

에궁, 이거...기분...정말 묘하대요.

 

 

전 이녀석들 컴게임하면 마악 소리지르고, 야단치고...

 

울 최후의 보루한테 일러서 더 혼나게 하고

 

그랬는뎅...

 

 

어쨌든 아들녀석 보기 창피해서 그날은 그만 뒀어요.

 

 

근데 그담날 나도 모르게 또다시 이 게임으로...

 

거의다 부시면 또 생기고, 또 생기고...

 

점수가 무한정 높아져요.

 

이넘의 공이 다 부실만하면 두줄 세줄씩 계속 내려보내요.

 

예전의 게임은 막판이 끝나면 다시 처음으로 돌아오던데

 

얘는 도대체 끝이 없어요.

 

삼생아짐 ; 미치겠네, 젠장. 이거 어떤 미친X이 만든거야??

 

(저도 모르게 욕이...)

 

민재 ; 엄마, 욕했어요??

 

삼생아짐 ; 응?? 아니.

 

민재 ; 욕한거 같은데?? 아닌가??

 

제가 당황해하자, 영재넘

 

영재 ; 욕한거아냐.임마.

 

'미'친대. 도레미파솔라시도레미~~~ '미' 친다구.

 

민재 ; 으응.난 또. 

 

민재넘 ; 엄마, 나랑 다시는 안 한다고 약속했잖아?

 

어허, 어른이 약속을 어기면 안되지.

 

삼생아짐 ; 안해, 안 할께, 안 하면 되잖아.

 

민재넘 ; 오늘만 하고 다시는 하지마, 알았지??

 

 

아...아들넘한테 완전히 망신떠는 엄마...

 

 

근데...왜 손이 떨어지질 않는거야, 도대체 왜????????

 

 

 

눈만 감으면 총천연색 공이 둥실 떠올라서 미치겠네요, 정말.

 

이 게임 누가 만들었는지 원망스러워...

 

지금 이 글을 쓰는 도중에도 공생각만 두둥실......

 

 

 

미안하다, 아들아.

 

엄마도 사람인걸 어쩌겠니??

 

이젠 정말 30분만 하거나...아님 아예 안할게.

 

그니깐 이런 엄마 모습 보고, 너도 다시는 컴게임에 '미'치지 말아라...

 

 

 

그나저나 울 영재넘...

 

영재넘 ; 엄마가 하니깐 나두 해야지~~~

 

 

삼생아짐 ; 미친x, 엄마가 그만하려구 결심하는 거 안보여??

 

영재넘 ; 어?? 나보고 '미쳤냐구??"

 

나 '미'안쳤어요, '파'쳤지.

 

하더니 피아노 뚜껑열고

 

"파'를 디리링~~~

 

썰렁한 녀석, 도대체 뭔 말을 못해요......

 

 

 

어쨌든...정말정말 컴게임은 인생에 도움이 안돼요.

 

머리식히려 들어갔다가 아들한테 망신만 당하고...

 

오히려 성질만 버렸어요.

 

우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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