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날 아침, 민재녀석, 학교갈 준비도 안하고 급하게 다가오더니
카메라 좀 빌려달래요.
삼생아짐 ; 왜??
민재넘 ; 저 제비 좀 찍으려구요.
순간, 잠시 망설임이...
며칠전에도 이녀석, 제 핸폰 떨어뜨려서 액정 깨지는 바람에
거금 5만원가량의 수리비가 들었거든요.
넘 미안해하는 바람에 제가 야단도 못 쳤지만요.
삼생아짐 ; 제비왔어?? 조심해서 찍고, 떨어뜨리지만 마.
민재넘, 신나서 들고 나가요.
제비가 돌아온다는 날이 음력 3월 3일(삼짇날)
올해에는 엄청나게 눈이 와버려서
그리고 지금도 이곳은 얼음이 얼 정도로 추워서...
아마 오던 제비가 날씨를 알고 주춤하는지...
해마다 오던 넘이 안 보이니 기다려지던 참인데...
아침에 일어나니 새소리가 요란하더라구요.
그래서 맘속으로 안 그래도 제비가 돌아와서 인사를 하나부다...했는데
민재가 제비왔다고 소리치며 사진을 찍겠다고...
그런줄 알았죠.
근데 조금있다 마악 싸우는 소리가...
영재넘 ; 엄마, 민재 바보같애.
까마귀보고 제비래.
민재넘 ; 제비 맞다니깐. 제비도 등이 까맣잖아.
그러게요.
멀리서보니 꼭 제비처럼 생겼네요.
앞논에도, 뒷논에도...
근데 몽땅 다 까마귀...
게다가 집 앞 제비들이 즐겨앉던 전기줄위에도
몽땅 까마귀
수향넘 ; 엄마, 까마귀들이 형제계 하나봐.
삼생아짐; 푸하핫!!
웃고 말았네요.
(녀석에게 가족 모임은 울 아주버님들이랑 사촌들이 정기적으로 모여서
밥먹는 형제계...)
작년에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보았던
수많은 제비들을 보고
저는 '제비학당'차렸다 그랬거든요.
보통 알에서 깨어난 제비들을 데리고 엄마 제비가
비행 훈련을 시키는데
이녀석들이 몽땅 한 곳에 모여서 훈련을 하고 있길래
'제비학당'이라고 이름 붙였던거거든요.
근데 올해에는 오라는 제비는 안 오고
까마귀들만 우르르 몰려다니니...
제비가 많이 기다려지긴 했던 참인데..
민재넘, 유난히 제비를 기다려요.
왜 그런가했더니...
작년에 매일매일 제가 제비사진 많이 찍는다고 자기보다 제비를 더 이뻐한다고
녀석, 제비구이 해먹겠다고
작대기 들고 제비집 부수겠다고 했다가
자기 형이 말리면서 한 대 때리니깐 열받은김에
형한테 호스로 물 끼얹고, 빗자루랑 작대기로 형 팬다고 쫓아다니고...
올해에 벌써 왔어야 할 제비가 안 보이니
자기가 작년에 제비구이 해먹겠다고 해서 제비가 화가나서 안 오나 보다
싶은...죄책감이 들었나봐요.
마음이 짠해지네요...
녀석, 어린 마음에 얼마나 제비를 기다렸으면
까마귀 보고 제비라고 사진 찍겠다고...
우리 민재 애 좀 그만 태우고 얼릉 날 따뜻해져서
제비가 돌아왔으면 좋겠네요.
아직까지 이곳 산골은 넘 춥거든요......
그나저나 저 수많은 까마귀...
어른들이 다들 까마귀만 보면 불길하다고 하시는데...
사실 까마귀에 관한 생각도 편견이라네요.
원래 까마귀는 길조래요.
태양신의 사자라고 불리워서 길흉의 예언을 하기 때문에
마을 입구에 세웠던 '솟대'의 원래 새가
바로 까마귀였다네요.
부모에게 효를 한다는 말의 '반포지효'의 어원에 나오는 새도
바로 까마귀구요.
까마귀는 부화한 지 60일 동안은 어미가 새끼에게 먹이를 물어다 주지만
이후 새끼가 다 자라면 먹이 사냥에 힘이 부친 어미를 먹여 살린대요.
그래서 이 까마귀를 자오(慈烏:인자한 까마귀) 또는 반포조(反哺鳥)라 한답니다.
곧 까마귀가 어미를 되먹이는 습성을 반포(反哺)라고 하는데
바로 극진한 효도를 뜻한다는 거지요.
그래서 어버이의 은혜에 대한 자식의 지극한 효도를 뜻하는 말이
바로 '반포지효'가 되었다네요.
북유럽에서는 '오딘'이라 하여 지혜와 기억을 상징하며
시베리아쪽 사람들과 인디언들은
창세의 신이 변한 것이라 하여 신화의 주역으로 삼기도 한다네요.
그러고보면 '까마귀'란 새에 관해 갖고 있는
그 많은 전설들은 나라마다 다르고, 민족마다 달라서
무조건 불길하게 보고, 기분 나빠하는 것은 편견이란 얘기죠.
아...
까마귀에 관한 편견 또하나...
삼생아짐 ; 얘들아, 까마귀고기 먹음 어떻게 되게??
락규넘; 백샘돼요.
영재넘 ; 엄마돼.
삼생아짐 ; 이넘들이......
요즘 하도 까마귀가 많이 몰려다니길래
예전에 울 최후의 보루, 까치잡아먹은 거 생각나서 물었더니
이넘들이...
근데 북유럽쪽 사람들은 까마귀를 지혜와 기억의 상징이라 한다니...
이 말 또한 바꿔들음 되겠죠??
백샘= 엄마= 삼생아짐= 지혜와 기억이 뛰어난...
(아...이건 제가 봐도 좀 아닌것 같긴 하네요.
어제도 차 열쇠랑 센터 열쇠 찾느라 10분 이상을 헤맸어요...)
어쨌든 모든 사물에 대해 우리들이 일반적으로 갖고 있는
편견이나 고정관념들...
시각의 차이...
내가 보고, 내가 생각하고, 내가 느끼는 것이
무조건 옳으며, 무조건 세상의 전부라고 생각하는건...
한번쯤 다시 짚어보는 것도 어떨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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