센터 응접실
오시는 분들마다 회의도중 들어가서 담배피우는 장소...
가끔 탁자에 담뱃재도 떨어지고
냄새도 배고...
제가 투덜거리니깐...
울 최후의 보루
센터내 비품들을 뒤적거리더니 금연표지판을 떡하니 가져다 붙이네요.
들어서자마자 보이는 맞은 편 벽에도...
센터 회의실에도...
살다보니...정말...이런 날도 다 있군요.
제눈이 휘둥그레...
원래 이 방이 손님 접대실이 아니라 그동안 울 최후의 보루,
전용 흡연실이었걸랑요.
담배와 울 최후의 보루는 뗄래야 뗄수 없는 사이라고 포기했었는데...
고등학교때 처음 담배 배워서
학교 복도에서 담배 피워물고 가다가 선생님한테 걸려서
일주일 정학도 받고...
울 시어머님 학교 불려가서 수시로 상담도 하시고...
그래도 울 시어머님, 야단 한 번 안 치시고... 담배 한보루씩 사서
최후의 보루 옷장에 넣어주시며
담배는 좋은 거 피워야한다고 하셨다네요.
울 어머님 멋진 분이라고...두고두고 자랑...
(삼생아짐,(속으로) 이그...종아리를 부렀뜨렸어야죠..어머님...)
제가 임신했을때는 물론이고...
우리 아이들 어렸을 때에도
페활량좋아진다며 갓난애 앞에서도 뻐끔뻐끔 피워대고...
담배값이 가정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아무리 설명해도 시큰둥...
하루에 한갑 이상씩 피워대던 골초중의 골초가
올해초 무슨 맘이 들었는지...
드뎌 금연을 결심...
한동안 무지 신경질내고
오죽하면...울 수향넘; 엄마, 아빠 생리하나봐!!!
삼생아짐 ; 헐 ㅡㅡ;;
......그러게말야.
쫓아다니며 잔소리하고...
군것질도 엄청 하고...
아이들이랑 저한테도 마구 화내고...
하여튼...주변 사람을 들들 볶으니깐
지켜보던 어떤 분 왈 ; 차라리 담배를 다시 펴요, 펴!
애꿏은 식구들 괴롭히지 말구!!!
그랬었는데...
게다가 몇 몇 짓궂은 분들은 그 비싼 담배를 사서 안기기꺼정...
(김학천이장님, 얼릉 담배 한 갑 찾아가요.
나물 팔아 담배 한 값 사려면 몇 그램을 팔아야 하는데...)
(또 한갑은 도대체 누가 준거얌...)
온갖 유혹에도 꿋꿋하게 버티고 있는 울 최후의 보루,
참
살다보니 이런 날도 있군요.
신기하고, 또 신기하고...
회의도중 담배피러 나가는 사람들을 보면
최후의보루 ; 그걸 뭐 좋은 거라고 아직도 피워대요, 피워대길...쯧쯧...
은근히 놀리기도 하고...
근데요...
지난번에 함께 텔레비젼을 보는데, 재밌을만 하면 자꾸 다른채널로 돌려요.
삼생아짐 ; 도대체 성격하곤...
한 번호를 지그시 못 봐요, 왜 자꾸 볼만하면 딴데 트는거야??
울최후의 보루, 한숨을 푸욱 쉬더니...
"담배피는 장면 나오잖아."
하대요.
저런저런...얼마나 피고 싶었으면...
게다가 저번에는 컴에 있는 옛날 사진들을 정리하더니
마당에 앉아 담배피던 사진을 보면서
"이거 바탕화면에 깔아놓으면 덜 피고 싶어질까??"
하길래 제가 얼릉 말렸죠.
30년이 넘도록 피워온 담배를 끊으려니 얼마나 힘들까요...
소 밥 줄때랑 화장실 갈 때, 일하고 쉬는 참에, 그리고 식후에...
늘 담배피던 시간만 되면 안절부절 하더니...
이제 조금 나아졌네요.
담배속에 얼마나 많은 나쁜 성분들이 들어있고,
또 각종 암을 발생시키며,
폐암으로 죽어가는 사람들이
"담배"는 절대 피지 말아라...충고하던 장면이 나와도
눈도 끔쩍않던 사람이 스스로 금연을 결심하니...
참 이뻐요.
특히 아이들이 넘 좋아해요.
물론 아이들과 과자랑 아이스크림 놓고 쟁탈전도 벌이지만요.
오늘도 퇴근전에 군것질거리 사야하는뎅...
간식비용이 아무리 많이 들어가도(담배값보다 더 들어가도)
담배를 안 피울 수만 있다면...
얼마든지 감수하지요.
담배를 피지 않겠다는 결심, 내내 이어가기를...
'세상사는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꽃남 (0) | 2009.04.18 |
---|---|
'미'쳤어요...ㅠㅠ (0) | 2009.04.17 |
제비와 까마귀 (0) | 2009.04.04 |
물고기마을 유병덕님 강의를 듣고 (0) | 2009.04.03 |
가족이 태어났어요!! (0) | 2009.04.0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