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마을 이야기

쫓겨난 메주

삼생아짐 2009. 1. 15. 2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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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우내 집안 상석

 

가장 따뜻한 아랫목을 차지했던 녀석이

 

바깥으로 쫓겨나버렸네요.

 

 이제 찬 바람과 짧은 겨울 볕이

 

잘 발효된 메주를 바삭바삭 마르게 하겠지요^^

 

그리고 2월경이면 이녀석은 다시 간장이 되고, 된장이 되고, 고추장이 되고...

 

그리고 막장이 되고...

 

우리 생활에서 없어서는 안될 소중한 먹거리가 되겠지요.

 

 

우리나라 장의 유래는 워낙 오래전...

 

삼국시대 고구려벽화에도 등장한다는데..

 

역사적인 사실은 잘 모르겠구요...

 

어렸을 때 친정어머니가 장이 상하면 집안에 흉사가 생긴다며

 

장 담는 날을 꼭 받아서 하시던 생각 나네요.

 

 

메주를 소금물에 담가서 숯이랑 붉은 고추 말린거랑 고추씨랑 넣었다가

 

40~50일 정도 지난 후 건져내고 달인물이 바로 간장...

 

 

그리고 건져낸 메주를 항아리에 눌러담아 된장대용으로 쓰기도 하고

 

소금물을 메주에 조금 부어 만든것이 된장

 

메주를 빻아 보리밥과 고추씨 빻은 것과 버무려 삭힌 것이 막장

 

메주가루와 고추가루, 찹쌀풀을 쑤어 섞은 것이 고추장...

 

시집와서 해 본 기억은 나지만

 

제대로 간수를 못하니 벌레도 나고

 

너무 말려서 수분이 날라가버려 나중에 엿기를 삭힌 물을 부어 질척하게 만들기도 하고

 

장 말리다가 뚜껑닫는 걸 놓쳐 비를 맞혀 버리기도 하고...

 

하여튼 장 간수를 제대로 못하자 친정엄마가 아예 담아서 먹을만큼씩 나눠주시는 바람에

 

한동안 안 했네요.

 

 

지난번에 울 최후의 보루 친구가 절더러 장도 아직 안 담아먹냐며

 

한심하다는 듯이 쳐다보는 바람에...

 

제가 반성 좀 했지요.

 

 

시중에서 사먹는 간장, 된장의 원료는 모두 수입콩

 

게다가 요즘은 유전자조작 콩이 일반적으로 쓰인다고 하니...

 

정말 중요한 우리 밥상의 가장 중요한 부분을

 

너무 쉽게 내어주어버린건 아닌가 싶은 생각도 들구요...

 

 

건강에 좋다는 우리 나라 발효식품들..

 

그 발효식품들 중에 모든 장의 원료가 되는 것이 메주라

 

이 메주가 잘 뜨고 안 뜨냐에 따라 결정되는 장맛...

 

이제 충분히 잘 곰팡이가 잘 피어나서 쫓겨난 메주를 보니깐...

 

저도 올해는 장을 담아봐야겠다는 투지가 불끈 솟네요.

 

그래야 울 수향이도 보고 배워서 할 줄 알거란 생각이 드네요.

 

 

 

어쨌든...

 

누가 이 발효식품을 생각해냈는지...

 

그는 참 지혜로운 사람임엔 틀림없어요, 그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