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동안 살아오면서
결혼기념일이나 생일날 꽃 한송이는 커녕 선물이라곤 할 줄도 모르던
울 최후의 보루...
얼마전 1박 2일 교육을 다녀오면서
저한테 줄 게 있다네요.
선물사왔대요.
제가 잘못 들었나했죠.
바닷가로 다녀왔으니 혹 꽁치 몇마리 사오고
들어오면서 잊어버려서 차에서 안 내리고
추운데 다시 나가기 싫으니깐 나보고 내리라는 말인가 싶어 슬며시 열 받으려하는데...
(가끔 그러거든요...)
밖에 나갔다오란 소리를 안 하더라구요.
때마침 손님도 오고...
어쨌든 잘못 들었나싶어 기냥 잊어버렸죠.
근데 고담날 빨래를 내놓으면서
주머니에서 뭔가를 꺼내더니 휙 던져요.
그래서 받아보았더니 핸폰 고리...
뒤에를 보니
"여보, 사랑해"가 새겨 있잖아요.
분명 이사람 글씨체.
삼생아짐 ; 와~~ 세상이 뒤집힐 일이네.
여보라고라~~~ 게다가 직접 새겨서...
울딸녀석, 핸폰에 달아주면서 "아빠, 최고!!'라고...
근데...기분이 좋다기보담...뭐랄까...가슴이 짜안 해지며
만감이 교차하대요.
안그래도 요즘 시시때때로 "여보, 사랑해"를 남발해서
울 애들이 아빠 닭살이라느니
저또한 한두번 들을땐 괜찮더니 하도 들어서 조금 식상해지던 참인데
이젠 안하던 선물꺼정...
정말 이사람이 이젠 늙었나부다 싶은게 마음이 조금 서글퍼지는 거 있죠.
근데요...
이거 본 지원이 녀석 ; 에게, 백셈, 겨우 오천원짜리잖아요.
적어도 보석 반지정도는 해 줘야지. 쯧쯧...
하면서 혀를 차대요.
삼생아짐 ; 야, 이넘아. 돈이 문제냐, 성의가 문제지.
그러면서 울 최후의 보루, 편을 들었는데....
그날저녁 모임에 나간 울 최후의 보루, 남자들끼리 얘기하는데...가만히 들어보니...
콘도에서 어떤 아줌마가 추운데서 물건을 파는데
단 한 사람도 사주는 사람이 없더래요.
그래서 뭐라도 하나 팔아줄까 하고 갔더니
그 아줌마가 이거 새겨다 주면 여자들이 100% 감동먹는다고
하나 새겨주더래요.
그래서 그 아줌마 불쌍해서 팔아준 거 라네요...
그 말을 듣는 순간 제가 열 받아서 씩씩거렸더니
다른 남편들, 그래도 울 최후의 보루 착하다고...
자기네는 꽃 한송이 아내한테 선물 해 본 적 없고 날짜 기억도 못한다고...
그순간 울 최후의 보루가 저를 쫘악 째려보며 웃대요.
(실은...저도 결혼기념일이랑 생일 등은 잘 기억 못하거든요.
재작년 제 생일날도 기억 못해서 기냥 넘어갔다가 울 친정엄마한테
미역국도 안 끓여먹었다고 혼났는데...)
하여튼 결혼기념일도 기억 못 한 저보다는 낫길래 기냥 넘어갔죠.
그리고 요즘 시시때때로 남발하는 "여보, 사랑해" 소리에 만족하면서요...
근데...이것두요...
울 딸이 하두 닭살이라구 놀려대니깐...오늘아침에...
울 최후의 보루 ; 교육 갔더니 강사가 아내한테
"여보, 사랑해"를 틈만 나면 하라고 시키대??
돈 안드는 거니깐 실컷 하라고...
그럼 여자들의 태도가 달라진다나 어쩐다나...
뭐야, 이거...
순전히 돈 안드는 거니깐 저한테 시시때때로 남발한 거잖아요.
그것도 모르고 저는 이사람이 정말 나를 많이 사랑하나부다 착각에 빠져서......
매일아침마다 마와 땅콩을 우유에 갈아서 쥬스를 꼬박 해다 주고...
반찬도 더 신경쓰고...
옷도 정성껏 다려주고...
이래저래 속았다는 생각은 드는데...
참 이상하죠??
그래도 그렇게 기분이 나쁘진 않으니깐요.
생각해보니 정말 그래요.
돈 한 푼 안들면서 상대방을 기분 좋게 할 수 있고
또 그 말을 들은 상대방은 그만큼 사랑을 돌려주려하고...
서로서로 기분 좋게 하는 말들...
"사랑해"라는 말이 바로 그런 마법의 말이더라구요.
어떠세요, 한번 내 주위의 미운 사람들에게
아님 정말로 소중한 가족들에게
"사랑해"라고 한 번 소리내어 말해보시지 않겠어요??
무엇보다......공짜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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