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공부하느라 정신없었겠지만
이제 시험도 다 끝나고
발표도 나고...
어쨌든 방 정리 좀 하라 했지요.
대답만 넙죽넙죽 잘 하는 울 수향넘 ; 네에!!
근데 대답뿐, 실천을 안 해요.
그러기를 몇 번...참다 참다 소리를 화악~~
삼생아짐 ; 네가 안 하면 내가 다아~~ 버려버린다!!!
중요한 거 버려도 후회하지맛!!
수향넘 ; (깜짝놀라 눈 동그랗게 뜨고) 엄마, 친엄마 맞아??
아무래도 계모같어...
투덜투덜 책 정리 하네요.
삼생아짐 ; (어라? 말빨 먹히넹??? 이참에 더 세게 나가볼까나?? )
하는 김에 옷정리도 해!!
옷장도 비우고...동생들 옷 정리해 넣게.
수향넘 ; 헐~~~
정말 엄마 내 친엄마 맞는거야??
딴 엄마들은 헤어지는 거 아쉬워서 대학간다고 정리하면 마악 눈물 글썽인다는데...
삼생아짐 ; 음...
(너무했나??)
그러고보니...쬐끔 미안해지대요...
녀석, 이제 대학가느라 분가하고, 직장 다니고..하다보면
집에서 지낼 날도 별로 안 남은 거 같은데...
얼릉 정리하라 했으니 서운해 할 밖에요.
녀석, 심란한지 묵묵히 책정리 하더니
그동안 공부하느라 쌓아두었던 책들 하나하나 찢어서 정리하면서
(안 그러면 책은 안 타거든요...)
감회가 새로운가봐요.
그러더니...
갑자기 절보고 이거 좀 보라네요.
수학문제 풀다가 이해가 안가서...
수향넘, '응?'하고 적어놨다가...
ㅡ_ㅡ 이해간다고...표시
ㅋㅋ라고...
녀석, 공부도 지 혼자 하면서 나름대로 놀이처럼...
낙천적인 성격 고대로 드러나네요.
다른 고3 엄마들보다 조금 무심한 고3엄마였던게 좀 미안하기도 한데...
그래도 이런 산골에서 공부해서 무난히 원하던 대학이랑 과에 붙었으니 기특하다는 생각도 드네요.
녀석, 대학 어디가면 좋겠냐고...선택을 해야 한대요.
다행이도 두 군데 다 국공립에 붙어서 일반 사립이나 전문대 학비의 절반 수준...
그래도 어쨌든 목돈이라 장학금 안 되냐고 했더니
아직 잘 모른대요.
삼생아짐 ; 클났네...장학금 타야 할 텐데...
했더니
수향넘 ; 엄마, 나 대학가지 말고 취직할까??
삼생아짐 : 요즘 세상에 대학 안 가는 사람 어딨어??
그래도 캠퍼스의 낭만도 누려보고, 상아탑도 밟아보고
남들 하는 거 해 봐야지.
했더니...
옆에서 듣고 있던 영재랑 민재넘 동시에 : 있어,엄마. 대학 안 가는 사람.
"새벽이 있잖아. 장새벽!!!"
수향이 ; 맞아, 새벽이도 대학 안 나왔잖아.
녀석들, 세놈이서 동시에 드라마 '너는 내 운명'의 주인공 이름을...
참, 드라마의 캐릭터가 얼마나 요즘 애들에게 영향을 미치는지...
실감나는 순간이네요.
하긴, 그래요.
굳이 대학나오지 않아도 자신의 적성과 소질에 맞는 일을 할 수 있고
평생 살아가는데 지장없건만
왜 굳이 대학나와야 한다고 우기는지...
예전에 울 최후의 보루, 군에서 제대하고 와서 복학 안 한다고
벼이삭이 졸업장 보여달라 그래서
졸업장 있으면 잘 여물고
졸업장 없으면 안 달리냐고 고집부리더니...
울 애들도 자기 아버지의 그 피는 못 속이나 봐요.
어쨌든...점점 농촌도 힘든데 대학 입학한 자녀들 생활비와 학자금 대느라고
부모들이 빚을 더 많이 져요.
국공립은 덜한데 사립대나 전문대 간 녀석들은
농촌 일년 생활비의 몇 배를 등록금으로 내야하니...
한숨나올 밖에요.
취직이라도 잘 되면 그나마 다행인데...
고3학부모 벗어나기가 무섭게
또다른 걱정거리가 생기는 거 보면...
정말 사람사는 삶이란 늘 고민과 걱정의 연속이란 말이 맞나봐요.
우리들 사람들의 세상살이란...다 그렇다지만
조금 씁쓸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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