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사는 이야기

사랑하는 아들에게

삼생아짐 2008. 12. 11. 1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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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민재에게

 


민재의 편지는 그동안 여러 번 받았으면서,

민재에게 엄마가 이렇게 편지를 쓰는 건 처음이네??

이 편지를 쓰면서 갑자기 엄마가 마악 미안해지려한다.


학교 교지에 선생님이 싣겠다고 하셔서 편지를 써주세요, 하고 민재가 말 할 때

농담이었지만 예전에 형한테 썼던 편지, 이름만 바꿔서 보내줄까, 장난마저 치고...

게다가 장난꾸러기 누나마저도

“넌 뭐든지 형이 쓰던 거 물려받는 대신빵이야” 하며 놀리기까지 하고...

그 때 이그러지던 네 표정, 상처받았을 네 마음은 헤아리지 못한 채 누나랑 마악 웃어버렸지.


 

그러고보면 그동안 엄마는 민재에게 많은 사랑을 받기만 했지,

그 사랑을 표현한 적이 별로 없는 듯싶구나.

이 세상 그 어느 누구보다 우리 민재를 가장 사랑한다고 말하면서도,

왜 정작 우리 민재에겐 생일날조차 그 흔한 카드 한 장 보내지 못했는지...


그동안 민재는 엄마에게 “엄만 너무 예뻐, 엄만 너무 매력 있어...”라며 엄마 예찬송도 불러주고,

학교에 가거나 돌아왔을 때 엄마에게 환하게 웃으며,

정말 사랑한다는 표정으로 반겨주고,

엄마가 없을 때면 엄마 옷을 끌어안고 냄새를 맡으며,

그리워서 눈물마저 글썽이는...

정말정말 엄마를 사랑한다는 표시를 너무도 많이 해 줬는데...

엄만 도리어 우리 민재가 버릇 나빠진다고 조금쯤 외면하고,

조금쯤 무심한 척 하고... 그래버렸구나.

 


 

사랑하는 엄마의 아들 민재,


엄마는 이 세상에서 우리 민재가 엄마의 아들로 태어나줘서 얼마나 행복한지,

민재는 아마 그 마음 모를거야.

우리 민재는 무엇이든 열심히, 최선을 다하고,

그리고 부족한 점은 찾아서 고쳐나가는 남이 갖지 못한 ‘성실성’을 가졌어.

엄만 민재가 이루어가는 그 모든 것이

일시적인 재주가 아니라

‘매사에 최선을 다하는 마음’과 ‘노력’이라는 점이 정말 기쁘다.


머리가 좋은 사람은 자신의 재주만 믿고,

교만해져서 일을 그르치거나 성공하지 못하지만,

민재처럼 매사에 열심히, 노력하는 사람은 늘 자신의 꿈을 이룰 수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해.


엄마의 아들이지만 우리 민재는 정말 대단한 아들이야.

유치원 다닐적에, 훌라후프를 한 번도 못 돌린다고 친구들이 웃어버리자,

집에 와서 훌라후프를 꺼내들고,

밥 먹고 나서도 돌리고, 목욕하고 나서도 돌리고,

텔레비전 보면서도 돌리고,

수시로 훌라후프 연습을 해서

나중엔 민재를 못한다고 놀리던 친구들보다 훨씬 더 많이 돌리는 걸 보고

엄만 속으로 깜짝 놀랐단다.


그리고 달리기를 못해서 꼴찌를 하자,

매일 아침 남들이 다섯바퀴 돌면 민재는 열바퀴 돌고,

비오는 날,

남들이 아무도 뛰지 않을 때,

우산 쓰고 운동장을 혼자서 돌았다는 소리를 듣는 순간,

그리고 하루하루 오늘은 누구를 따라 잡았어요,

오늘은 어떤 형을 따라잡았어요,

하면서 한 명 한 명 목표를 정해 이겨나가는 걸 보면서

엄만 우리 민재가 정말 대견했단다. 


 

민재야.


엄만, 민재가 아직 어리고,

또한 앞으로 우리 민재가 살아나가야 할 세상에서 겪게 될 어려운 일들이 참으로 많고 많지만,

지금까지 민재가 해 온 것처럼 매사에 노력하고 또 노력한다면,

우리 민재는 누구나 존경할 수 있는 훌륭한 사람이 되리라고 생각해.


단 나보다 못한 사람을 무시하지 않고,

약한 사람을 감싸고 배려하는 마음 또한 갖추어야겠지?

하지만 엄만 우리 민재가 타인에 대한 배려또한 충분히 갖춘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유치원 다닐 적에 조금 부족한 친구가

화장실에서 볼 일을 보고 처리를 못 할 때,

민재가 뒤처리를 해 줬다는 소리를 듣고

엄만 우리 민재가 정말 자랑스러웠다.

나보다 부족한 사람을 배려할 줄 아는 마음,

그 마음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를 잘 알기 때문이란다.

 


 

오늘아침, 엄마의 지갑을 두 손으로 들고 나와서 민재가 짓던 표정과 하던 말들...

누나가 밥값으로 3천원을 가져가고, 아마 만원만 남아있었겠지?


“엄마, 미안해요. 엄마의 마지막 만원을 내가 가져가서...오늘은 저금하지 말까요??”

“아냐, 아저씨가 주신 돈이니까 민재 돈이야. 당연히 저금해야지.”

“엄마, 내가 이담에 큰사람되면 엄마 지갑 채워줄거야. 내 통장안에 있는 돈, 전부 엄마줄게.”

하면서 엄마가 꺼내준 그 만원을 소중하게 저금통장 갈피에 집어넣는 걸 보면서,

민재가 여지껏 해 온 저금 액수를

가만히 속으로 헤아려보며 엄마에게 말해줄 때,

엄만...정말 미안했단다.

 


엄마가 가진 게 더 많은 사람이고,

그리고 우리 민재에게 세상 살아가는 걱정을 보이지 않는 사람이었다면 정말 좋았을텐데...

하는 안타까움도 들고,

왜 우리 농촌은 이렇게 열심히 살아도 살아도 힘든 것인지...

조금쯤 속상하기도 하고...


하지만 엄마는 이거 하나는 우리 민재에게 자랑할 수 있단다.

아무리 힘들고 어려워도,

내 자신의 이익 때문에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고,

또 남을 속이거나 자신의 양심을 속이는 사람은 아니라는 거...


엄만 요즘 남에게 피해를 주고서도 도리어 큰 소리 치는 사람,

시기심이나 이기심 때문에 남을 욕하고 헐뜯는 사람,

큰 잘못을 저지르고도 뉘우칠 줄 모르고 도리어 남을 해하고자 하는 사람들을 많이 보면서,

우리 민재가 살아가야 할 세상이 얼마나 더 힘들어질까...

걱정도 된단다.

또한 엄마도 알게모르게 남한테 피해를 준 적이 있지 않았던가 반성도 하고...


때로는 도덕선생님처럼 인내와 규칙을 강조하고,

잔소리도 심한 엄마지만

그런 것들이 ‘나’하나 만이 아닌

‘우리’모두가 함께 살아가야 할 세상에

꼭 필요한 일이라고 생각되기에 했던 말들이라 생각하면,

엄마의 말들이 잔소리가 아닌 음악처럼 들릴 수도 있지 않을까. 


누나나 형보다 더 엄마 걱정을 많이 해주는 민재를 보면서

엄만 정말 우리 민재가 엄마의 아들로 태어나 준게 엄마에게 얼마나 큰 축복인지,

이 세상 어느 누구에게라도 감사하고픈 마음이었단다.


엄마는 이 세상을 살아나가면서 아무리 힘들고 어려워도

민재가 오늘아침,

엄마에게 보여주던 그 표정과 말들을 생각하면, 지치거나 쓰러지지 않을 것 같아.


 

“아부지, 갑시다.”

씩씩하게 인사하고 신발 신고 나가다가 다시 한 번 돌아서서

현관문을 열고,

엄마, 사랑해요...라고 미소짓는 우리 아들 민재.


엄마도 정말 우리 민재를 사랑해.


이 세상 어떤 보석보다,

이 세상 어떤 그 누구보다,(비록 형과 누나, 아빠가 닭살모자라고 흉볼지라도...)

엄만 정말 우리 민재를 사랑해.


아름답고, 슬기롭고, 지혜롭고, 착하고, 이쁘고, 성실하고, 건강하고,

이 세상에서 쓸모있는 사람이 되기를,

어느 누구에게나 소중하고 사랑받는 사람으로 자라나길,

엄만 민재가 곤하게 잠든 모습을 보며,

매일매일 민재귓가에 속삭인단다.


정말정말 사랑해, 엄마 아들 민재!!!


2008년 12월 11일


민재에게 처음으로 엄마가 편지를 쓰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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