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날...
퇴근해서 돌아와보니 이불장에 커다란 곰 한마리가 불쑥...
민재녀석, 뜻하지 않은 횡재에
업어주고...
안아주고...
목마도 태워주고...
한참동안 넘넘 행복한데...
학교에서 돌아온 수향녀석, 얼릉 뺏어가 버리네요.
어린 동생인 민재한테 꿈도 꾸지 말라네요.
이녀석, 아끼고 손도 못 대게 하는 거 보니...
누가 사줬을지는 뻔할 뻔자...
웅녀아니랄까봐 곰탱이 한마리 깔고 앉아 공부를...
한동안 무지 큰 곰탱이 안고 행복했던 울 민재
실망한 표정이 역력...
동생 주라니깐 절대 못 준다네요.
제가 이 곰탱이 선물한 녀석 엄마한테 얼릉 전화했지요.
삼생아짐 ; 형님, 그녀석 용돈 주지 말라니깐요.
엄마, 아빠는 농사 지어서 돈 벌기 힘든데
녀석이 쓰잘데 없는데다 돈 쓴단 말예요.
채은네 형님(실실 웃으며) : 놔둬, 연애도 좀 해보라 그래야지.
아직 어린데 말린다고 되냐??
때되면 다 알아서 해. 기냥 놔둬.
삼생아짐 ; 어휴,,,
알고보니 이 곰탱이 사준 녀석한테 내가 둘이 사귄다고 펄펄 뛰니깐
수능 끝나면 덜할 거라고, 조금만 더 참으라 그랬다고...
아들 녀석 위로꺼정 해줬다네요.
내참...아무리 울 형님, 제가 성격 좋다고 좋아하지만
이렇게꺼정 화통한 줄을 몰랐어요.
그니깐 좋은 엄마(=채은네 형님)
나쁜 엄마(=나=삼생아짐)의 차이가 확 나는 거잖아요.
수향녀석, 혀를 날름거리며 실실거리구요...
저만 약올라서 팔팔...
그래서 이왕 팥쥐엄마 된거 아예 밀고 나가기로 했어요.
......
제가 믿을 구석이 울 최후의 보루밖에 더 있나요.
아직 이 곰의 정체를 모르는 울 최후의 보루를 빌미로...
수향녀석 말 안들으면 ;(큰목소리로) 곰 세마리가 한 집에 있어, 수향곰, 민재 곰.
옷장 사는 곰~~~~
수향곰은 웅~~~녀, 민재곰은 팬~~~더, 옷장 곰은...
이쯤되면 울 수향녀석, 제 입 틀어막고, 제가 하라는대로 다 하더라구요.
설거지도 하고, 청소도 하고, 빨래도 널고...
고3짜리 딸 부려먹는다고 투덜거리길래...
제가 작은 소리로 : 고3이 연애질하냐?? 그 곰 누가 사줬더라???
몇 번 써먹으니깐 말 안 듣길래 제가 고향 사진첩에 슬며시 올려놨지요.
제목은 ; 누가 사줬을까???????????
수향녀석, 비겁하니 어쩌니 하면서 눈 흘기더니 다시 말을 잘 듣네요.
근데...
제가 이렇게 떠억 하니 자유게시판에 이 글을 올려놓는 이유는...
약발이 떨어졌다 이거죠.
녀석, 오늘 아침에 청소도 안 하고
엊저녁에 설거지도 안하고...
음...오늘 저녁에...빨래는 널었나??
하여튼...
요즘 컴 하지 말래두 자판 두들기는 시간이 많은거 보니깐
분명 채팅하는 게 뻔할 뻔자...
어쨌든 행동이며 말씨가 맘에 안 들어요.
은근히 개기걸랑요.
꽤씸죄 적용이예요.
하루에 한번이상씩 자유게시판 점검하는 호랭이같은 울 최후의 보루가
내일 아침 이 글을 읽으면???
전 몰라요.
전 다만...솔직하게 곰의 출처를 밝혔을뿐이라구요.
고자질하는게 아니라...
기냥 얘기한거걸랑요, 안그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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