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아이의 학교에 가 봅니다.
물론 녀석의 피아노학원에 데려다주기 위해 거의 매일 가지만
시간 맞춰 가서 교문 밖으로 나온 녀석을
학원까지 태워다주는 게 전부...
아주 이따금씩///
십분정도 일찍가서...
이렇게 구석에 가만히 앉아 아이의 하는 양을 지켜봅니다.
아이들이란...
집에서 행동할 때와
학교나 밖에서 행동할 때가 너무 다른 경우가 많아...
가끔 선생님을 찾아뵙고 상담할 필요를 느끼지만...
이곳이 농촌이다보니
대개의 부모님들이 학교에 방문하는 일들이 거의 없어
부모가 자주 드나드는 것도
그렇지 못한 다른 아이들 보기에 좀 걸려서
(농사일에 바빠 자주 못 찾아가는 부모들이 많지요...)
꼭 필요한 때 아니면 학교 방문을 삼가하는 편입니다.
제 어릴적 기억에 잔뜩 화장하고 멋내고 학교에 수시로 찾아오는 엄마들의
모습이 어쩐지 보기싫었다는 생각도 들구요...
특히 엄마들의 사자머리... 미용실에서 돈 주고 틀어올린...
울 딸도 그 머리스타일의 엄마들이 나타나면
자기들끼리도 웃었다고...
(춘천에서 학교다녔걸랑요...)
삼생아짐 ; 야, 그래도 그건 엄마들이 선생님께 예의를 차리느라 그렇게 한거야.
울 딸 ; 근데 왜 엄만 한 번도 안 나타나?? 고 3엄마 맞아??
삼생아짐 ;
제가 대학은 자기 실력대로 가는거지, 부모가 이리보내라 저리 보내라 할 거 아니라
그랬거든요.
공부할 녀석이면 자기가 알아서 하는 거고, 자기 실력과 적성에 맞게 가는 거라고...
녀석, 제가 상담하러 안 온다고 불만이더니...
요즘은 차라리 엄마가 안 온 게 다행이래요.
자식의 실력과는 상관없이 원서쓰는데 부모의 고집이 강하게 작용해서
선생님과 아이들이 힘들어 하는 경우가 많다면서...
그러고보면...때로는 한 발 물러서서 지켜봐주는 것도
나쁘진 않은 듯 싶어요.
단 관심조차 없음 안되죠...
수업이 끝난 아이들이 삼삼오오 걸어나오더니...
갑자기 '와아~~'하는 함성소리가 들리네요.
아마 연흠이가 연을 만들었나봐요.
손재주 많은 녀석인데...
아이들이 연흠이가 날리는 연을 따라 우르르 달려갔다가...
연이 아래로 내려오면 한번씩 손을 내밀어 잡아보고...
또 높이 날리려면 달려야한다고 응원도 하고...
작은 연 하나로도 한몸처럼 우르르 신나게 움직이는 아이들의
모습이 참...
근심걱정 없고, 천진난만해 보입니다.
민재녀석,
테니스 공을 주우러 나왔다가
저를 보고 못 본 척...열심히 라켓으로 공치기하는 중...
실력을 뽐내고 싶은거겠지요.
저 안에서 공 헛빵치는 거 다 봤다, 이넘아...할려다가...
저도 모르는 척하고...
삼생아짐 ; 어?? 민재 라켓으로 공치기도 잘하네??
녀석, 자랑스러움을 감추고...당연하다는 듯...
민재 ; 이정도야 보통이지, 뭘.
삼생아짐 ; 어휴...ㅋㅋㅋㅋㅋ
테니스를 마치고 얼굴이 땀 투성이인채
차에 오릅니다.
양손에는 간식으로 받은 빵 한봉지와
음료수를 든 채로...
아이들에게는 이렇게 운동이 끝난 후
운동부 선수들이 받아들고 나오는 빵과 음료수가 큰 부러움이죠.
1,2학년 때부터 이 모습이 은근히 부러웠던 녀석...
그렇게 달리기를 열심히 연습하고
테니스부에 들어가려고 애쓴 가장 큰 이유중의 하나가 바로
아마...이 간식때문일 거예요.
테니스를 시작한 지 이제 일년정도 되어가지만...
시합출전은 커녕
아직도 기본 폼을 연습하는 중이고,
네트위로 넘어가는 공보다 걸리는 공이 더 많고...
열심히 볼보이로 테니스장안의 공을 주워담는 후보노릇이지만...
그래도 나름대로 열심히 노력하는 녀석의 모습이
참 보기좋습니다.
녀석의 얼굴에 줄줄이 흐르는 땀도...
빨갛게 상기된 볼도...
저를 볼 때마다 환하게 미소지으며
단 한 번도 힘들다고 말하지 않는 녀석...
아침마다 누나한테 제때 못 일어난다고 구박받지만...
그래도 단 한번도 그만두겠다고 말하지 않는게
얼마나 기특한지요.
그런 녀석을 보면
가끔가끔
"힘들어...다 그만두고 싶어..." 라고 소리내어 말하는
엄마인 제 자신이 부끄러워집니다.
제가 그렇게 잔뜩 지쳐 소리내어 말할 땐
무언가 목표를 잃어버렸거나
그 일을 함으로써 얻어지던 성취감이나 보람을 잃어버렸을 때지요.
어쩌면
인간에 대한 실망일수도 있겠구요...
이렇게 오랜 세월을 살아오면서도
가끔 삶의 목표나
가치를 상실하는 날은...참 견디기 힘듭니다.
가끔은 음악으로 위로를 삼고
가끔은 이렇게 나를 향해 티없이 밝게 웃어주는 아이들을 보며
위안을 삼습니다.
세상은...내가 살아가는 세상은...지금 내가 보고 느끼는 것만이
'전부'가 아니란걸 아니까요.
또한...부모인 내가 올바로 서야
울 아이들이 살아가는 세상도 그만큼
순탄하리라는 걸 아니까요......
이런게 바로 자식을 낳고 기르는 부모로서의 몫인가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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