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아이들(성장일기)

게임의 법칙

삼생아짐 2008. 9. 20. 1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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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름방학 끝나자마자 시작된 운동회연습...

 

집에서 빨래를 널다보면

학교에서 조회서거나, 운동회 연습하는 노래소리가 곧잘 들려와요.

 

 어떠어떠한 넘, 줄 똑바로 서라는 소리랑...

 

상타는 아이들

그리고 말썽부려

 야단맞는 아이들 이름 호명하는 소리꺼정 훤히 들리죠.

 

 

제가 가끔 민재녀석 학교에서 돌아오자마자

 

삼생아짐 ; 김민재, 오늘 말썽 부려서 조회시간에 혼났지??

 

그럼, 녀석 얼굴 새빨개지며

 

민재넘 ; 엄마, 어떻게 아셨어요? 선생님이 전화하셨어요???

 

삼생아짐 ; 엄만 민재가 학교에서 어떻게 행동하는지 잘 알지.

근데 상도 탔을거 같은데??

 

민재넘 ; 와~~ 우리 엄마 귀신이다.

 

삼생아짐 ; (속으로) 바~~보!!

 

 

며칠 전 총연습하던날,

 

민재넘 ; 엄마, 오늘 내가 팔에 1등 도장 두 개 찍어올께요.

 

삼생아짐; 그래. 그치만 넘어져서 다치지 않고 뛰는 게 더 중요해.

 

민재넘 ; 아녜요, 저 일등할 수 있어요.

 

제가 그동안 얼마나 열심히 연습했는데요??

저 꼭 일등할 수 있어요.

 

 

하면서 큰소리치고 가더니...

저녁에 아무 말이 없어요.

 

그래서 팔을 슬쩍 보니깐...하나는 일등, 또하나는 3등

녀석이 3등한게 자존심이 상해서 아무 말도 않은거더라구요.

 

삼생아짐 ; 와~~ 우리 민재 일등 도장 찍었네??

 

민재넘 ; (시무룩하게) 불공평해요, 엄마.

저희 4학년하고 같이 뛰었어요.

 

 

알고보니, 4학년 녀석들은 딱 두명인데 여자애 하나, 남자애 하나

그래서 3학년 남자애들과 함께 뛰게 한 모양인데 그래서 3등...

 

삼생아짐 ; 잘했어, 그래도 일등 하나 찍었잖아.

 

그래도 녀석, 내내 운동회날 일등 못 할까봐 걱정하더라구요.

 

 

그래도 우리 가문의 영광이니깐 그냥 최선을 다하라 그랬죠.

 

친가, 외가 모두 달리기를 못하는 집안이라

이 막내 녀석이 초등학교 들어가서

달리기 일등 해 온 순간...

 

저랑 최후의 보루 넘 기뻐서 동시에: 가문의 영광이다, 영광.

 

 여지껏 달리기에서 일등한 사람이 없었거든요.

 

알고보니...녀석 하는 말이...

매일아침마다 운동장 일곱 바퀴씩 뛰는데

자기는 열바퀴를 뛴대요.

 

그리고 비오는날은 다들 안 뛰는데

자긴 우산 쓰고 뛰었다네요.

 

그래서 자기 반에서 자기보다 잘 뛰던 녀석들 하나하나 따라 잡았다고 자랑하더니...

알고보니 달리기 실력도 결국 노력의 결과였잖아요.

부모로서 이거보다 더 마음 흐뭇한 게 어디 있겠어요.

 

자기의 약점, 안 되는 거 찾아서

꾸준히 노력해서 잘되는 걸로 바꾸는 거...

이거 아무나 못하는거잖아요.

 

 

운동회날...

 

갑자기 마을에 방문객들이 오신다고 해서 센터 정리 좀 하고 늦게 갔더니...

달리기 한 팔을 안 보여줘요.

 

얼굴에는 실망한 기색이 그득하구요...

그래도 마지못해 보여주는데 이등...

 

삼생아짐 ; 잘했네, 4학년 선배들하고 뛰어서 이등했음 잘한거야.

 

했는데 녀석, 만족스럽지 못한가봐요.

 

제가 매사에 일등하라고 다그친적도 없는데...

승부욕이 참... 강해요.

 오후에 장애물 달리기는 기어코 일등하고 말거라고...

 

다짐, 또 다짐하는데...

 

 

아빠랑 함지에 타고 카트라이더 경기도 하고...

저 먼지를 다 뒤집어쓰겠구나...싶은데...

그래도 재미는 있겠어요.

 

추억도 되고...

 

 

모처럼만에 울 최후의 보루도 힘 좀 쓰네 싶어

더욱 재밌네요.

근데 간발의 차로...백팀이 이겼어요.

 

민재넘 ; 어휴, 속상해.

 

삼생아짐 ; 울 민재가 넘 무거웠나??

 

민재넘, 펄쩍펄쩍 뛰죠.

 

부모님과 함께 투호도 했는데...

내빈들과 술 마시던 아빠 끌고 나와서...

 

 

민재넘 ; 아빠, 술 취했으면 하지 말고 안 취했으면 투호해.

아빠가 엄마보다 옛날 사람이니깐 더 잘 할 거 아냐??

 

삼생아짐 ; 헉! 옛날사람!!! 


그랬는데 울 최후의 보루, 다섯 번 던져서 네 번 넣었대요.

 

우수한 성적!!

다빈 엄마도 꽤 잘 던졌는뎅...

 

 

 

백팀이 이겼어요.

 

녀석, 씁쓸한 표정으로 박수치더니...

나중엔 진심으로 축하해주네요.

 

딸만 셋인 혜지네는 매일 밤마다 청군이 이기냐, 백군이 이기냐를 놓고

말싸움 했다던데...

 

승부욕에 똘똘 뭉쳤던 녀석들...

그래도 상대방이 이기면 축하해 줄 줄도 알고...

 

이렇게 작은 운동회에서 녀석들, 진정한 게임의 법칙을 배우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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