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아이들(성장일기)

생일선물

삼생아짐 2008. 10. 1. 04: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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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밤 열시에 딸녀석을 데리러 갔더니...

 

품안에 상자를 가득 안고서도 모자라...

 

뒤따라 어슬렁어슬렁 나오는 같은 반 현성이녀석 마저

 

세 개의 상자를 가득 안고...

 

차에 실어 주네요.



집에와서 내려보니 상위에 선물들이 산더미처럼 수북...

 


가까운 친구들과 저녁 먹고 들어왔더니

 

자기 책상 위에 산더미같은 선물 뭉치가 놓여있었대요.

 

10대의 마지막 생일이라고 반 녀석 모두 하나씩 선물을 해 준 모양인데...

 


제가 이 선물 하나하나 열어보면서

 

정말 기절할 뻔 했어요.

 

나 원...

 

살다살다...

 

이런 기기묘묘한 생일 선물은 정말 첨 봤어요.

 


베이비로션이야 훌륭하죠.

 

녀석이 설거지를 많이 하므로...음...

 

손이 거칠어져서 고맙게 생각...

 

( 미안하다, 미안해, 이넘아...

 

맨날맨날 설거지 시켜서 정말 미안하다...)

 

 

근데 좀 억울한건...

 

제가 울 최후의 보루 살살 꼬셔서 설거지 시키면

 

울 최후의 보루는 수향넘에게...

 

그니깐 결국 제가 시킨건 아니지요.

 

 

뭐 휴대용 물티슈 꺼정도 봐 줄 수 있어요.

 

가방이나 핸드백안에 필수니깐요.

 

 

티셔츠 두장은 감지덕지고...

 

(공부하라고 옷도 잘 안 사줬는뎅...

 

대학교 들어간 다음에나 실컷 멋내라고...)

 


입술을 촉촉하게 만드는 챕스틱은...건조한 철이니깐

 

울 수향넘을 꽤 배려한 선물이고...

 


머리고무줄도 양호해요.

 

풀어헤친 머리 드라이하고 고데기로 펴느라 아침마다 시간잡아먹는데

 

달랑 묶으면 시간절약...

 

단정해 보이기도 하고...

 

 

치약도 생활필수품이니깐 꽤 실용적인 선물이고...

 

(어휴, 그래도 생일선물로 치약을...

 

참 현실적인 넘들이넹...)

 

그랬는데....

 

 

건조미역에...

(삼생아짐 ; 생일날이니깐 이것도 봐줄만해. 끓여먹으란 얘기잖아)

 

 

근데 갑자기 수향넘 ; 어휴...내가 못 살어.

 

이녀석 낼아침에 만나기만 해봐라.

 

 

하면서 이를 바드득 바드득...

 

 

알고보니 사내넘이 생리대를...생일선물로...

 


게다가 바퀴벌레 잡는 살충제에...



무시무시한 시커먼 과도...

 


오른쪽만 포장된 고무장갑...

 

주부 습진 예방용...



번개탄에...



일회용 숟가락 묶음...

 


운전기사용 장갑에...

 


일회용 면도기꺼정...

 


헉!! 부탄가스!!!

 


비스킷 한 봉지

 


이쑤시개

 


해저돌김



초코파이 달랑 한 개

 

(남은 돈이 그거밖에 없다고

 

어떤 머슴아넘이 자기 전재산 투자했다고 엉엉......)

 

 

이건 영재가 자기친구 채은이와 돈을 모아

 

사 준 그야말로 마음의 선물...

 

(결국 민재꺼 됐지요.)

 


이건...

 


귀걸이랑 목걸이 담는 보석함...

 

(지난번에 성적 개판이라...귀걸이 전부 버릴라 그랬는데...오히려 정리함을...

 

엄마노릇 못 한거 무지 미안하게...

 

귀걸이 버리려고 협박하는 것보담은 차라리 정리함을 사주는 현명한 엄마였더라면...)

 

 

 

하여튼 이거 말고도 라면에, 커피에, 음료수에

 

각종 사탕이랑 행주랑 콘프로스트랑...

 

갖가지 선물이 정말 산더미...

 


 

정말 압권인건...따라온 쪽지들...

 

(초코파이 한 개 주면서 전재산 썼다고 앙탈부린...보신탕집 아들넘)

 


 

게다가

 

수향이랑 학생회장 선거에서 막판까정 접전 벌이다

 

근소한 표차로 이긴...웅이녀석...

 

수향이보고 형이라고...

 

 

삼생아짐 ; 야, 늬 친구들 동네 슈퍼 털었냐??

 

없는게 없다.

 

원래 이러니??

 

 

수향넘 ; 아니.

 

 

삼생아짐 ; 당분간 장보러 안가도 우리 온 식구가 일주일은 너끈히 먹고 살겠다.

 

수향넘 ; 무인도행 선물 목록이지??

 

삼생아짐 ; 그러게말이다. 참내...

 

 

 

 

하여튼 살다살다 이렇게 기기묘묘한 생일선물들은 첨 보지만...

 

그래도 친구의 십대에서의 마지막 생일을

 

진심으로 축하해주는 녀석들의

 

사랑스런 마음이 보여

 

흐뭇했어요.

 

가장 신난건 고담날 일어난 민재넘이구요.

 

 

수향이넘, 제가 그녀석 낳느라 죽다 살아났지만...(자그마치 3.8키로)

 

집게로 집어냈어요...그래서 머리에 큰 혹을 하나 달고...

 

 

그래도 녀석, 착하게 잘 자라서

 

친구들과도 사이좋게 지내고

 

집에서도 두 말썽꾸러기 동생넘들 잘 건사하고...

 

집안일도 잘 거들고...

 

무엇보다 엄마맘을 가장 잘 이해해주는 딸이라

 

넘 넘 이뻐요.

 

 

그러고보니...정말 십대에서의 마지막 생일이네요.

 

민재가 제 아빠한테 당한 생일빵을 본 뒤라

 

고깔모자는 안 썼지만...

 

저 또한 나름대로 신경써서 생일상 차려줬어요.

 

 

이제 조금있음 제 생일인데...

 

 

생일날 아침 수향넘이 제게 보냈던 "낳아줘서 고맙다는 말..." 그 말을

 

저도 울 친정어머니, 아버지께 돌려드리려 해요.

 

"왜 나를 낳으셨어요??"가 아닌

 

"낳아주셔서 고맙습니다!!"라는 말을 할 수 있는게

 

얼마나 어렵고도 행복한 일인지...

 

19년동안 자식을 길러본 지금...

 

그리고 

 

울 딸의 생일을 지켜보며 느끼네요.

 

부모님이 저를 낳아주신 것 자체가...

 

세상에서 가장 큰 생일선물이라는 것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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