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생일이 있지요...태어난 날...
일명 귀빠진날...
어렸을 적에 어머니랑 할머니가 늘 이렇게 말씀하시곤 했는데...
왜 귀빠진 날이라 하지...궁금해서 여쭈어보면 빙긋이 웃곤 하셨어요.
아이를 낳아보고...비로소 그 말뜻을 알았답니다.
몇 달 전부터 자기 생일을 손꼽아 기다리며
달력에 표시해놓고...
생일파티를 할까, 말까
어떤 선물이 들어올까...받고 싶은 선물 목록을 꼽아보기도 하고...
만약에 생일파티를 한다면 어떠어떠한 음식을 해달라...주문을 하기도 하고...
하여튼 들떠서 기다리는 모습이 역력한데...
잔뜩 부풀어서 기다리는 녀석의 모습을 씨익 웃으며 지켜보는 형과 누나가
녀석을 가만 둘 리 없지요.
생일전날...
왜 이러구 있냐구요??
아침마다 늑장 부리고
늦잠자는 녀석의 버릇을 고치려고
깨우다 안되니깐 생일선물 안준다고 누나가 공표해 버렸어요.
아침부터 자길 슬프게 했다고
투정부리던 녀석...
이미 화를 내고 학교에 가버린 누나대신에..
애�은 돼랑이 내다버린다고...
들고서 현관으로 직행...
몇 대 때려주더니...
좀 안됐다는 생각이 드는지...
"돼랑아, 미안해.너한테 화풀이해서...
아팠지?? 다신 안 그럴께..."
삼생아짐 ;
"돼랑아, 너도 누나가 싫지??
그럼 나한테 올래??"
삼생아짐 ;
"그럼 우리집 인형 전부 내꺼 되는데..."
삼생아짐 : ....
저녁에 제 카메라에서 이 사진 본 누나녀석...
"엄마, 얘 돼랑이 또 구박했어??"
씩씩거리다가...나중에 돼랑이 끌어안고 달래는 장면 보더니 웃다가...
"김민재, 나쁜녀석. 내일 생일선물 정말 안 줄거야."
아무래도 제가 찍어버린 이 사진들땜에 녀석 고대하던 선물 못 받을까...싶어...
야단 좀 쳤지요.
어린녀석델구 걸핏하면 생일선물 준댔다가 안준댔다가 애태우는 거 보기싫다구요.
수향넘 ; 엄마, 내가 '마음의 선물'준비했어요.
삼생아짐 ; 마음의 선물?? 뽀뽀로 때우려구??
맨날맨날 생일선물 갖고 애 그렇게 놀려놓고...
마음의 선물로 때우겠다고라???
수향넘 ; 선물 이름이 '마음의 선물'이예요.
차에 놓았어요. 민재 못 보게.
그 말을 듣고 나가보니...정말 '마음의 선물'이...
하여튼 끝꺼정 어린 동생 놀려먹는 장난꾸러기 누나넘...
내일아침 제누나가 마음의 선물밖엔 준비 못했다고 하면...
실망할 민재 녀석 얼굴...
그리고 이 '마음의 선물'받고나면 활짝 펼 녀석의 얼굴이 떠오르고...
이번달부터 쭈욱 이어지는 수향넘 생일, 영재 생일...
하여튼 애 셋의 생일이 보름간격으로 몽땅 가을철이라
미역국 끓여대기 바빠요..
제가 울 민재 갖구...셋째를 또 가졌다구 그러니깐 울 친정어머니 그러시대요.
'겨울철에 밥 먹고 들어앉아 자식 농사만 지었냐??
요즘 세상에 애 셋씩 낳아서 어떻게 다 키우려구??
시골 살더니 아예 촌사람 닮아가네...쯧쯧.."
그때 제가 그랬던 생각 나네요.
"농사꾼만 겨울철에 자식 농사 짓는 줄 아세요??
제 생일도 가을이니깐 엄마, 아빠도 겨울철에 자식농사 지으셨네..뭘...
그런데 참... 재밌는건요...
정말 시골에서 태어나는 아이들의 생일은 가을이 압도적으로 많다는 사실...
울 수향이 ; 월요일은 운섭이생일, 수요일은 혜연이생일,
금요일은 민재생일...그담은 원우생일...
울 영재넘 한술 더 떠서 : 14일은 안재영생일, 15일은 내생일,
16일은 안재영할아버지생일...
삼생아짐 ; 헉! 저넘이 엄마생일은 기억못하면서 여자친구 할아버지 생일을...
그랬더니 녀석왈 ; 피리골 소장사 아저씨 아들이잖어.
시골이라서 모두들 한 초등학교에 오래 다니다 보니
같은 학년 뿐만이 아니라 다른 학년, 그리고 그 가족들 생일꺼정 다들 훤히 기억...
그래서 시골엔 비밀이 없다네요...
이웃집 밥공기 갯수, 숟가락 갯수꺼정 훤히 안다고...
......
어찌됐든 보름간격으로 미역국 끓여대기도 그런데...
아무래도 올 가을엔 몽땅 모아서 미역국 끓임 좀 경제적 아닐래나??
안되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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