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취미가 빨래인 관계로...
제가 기분이 안 좋거나 스트레스를 받거나 화가 나거나...
하여튼 부부쌈을 하거나...그럼......빨래를 하거든요.
사실 우리식구가 다섯이다 보니 저마다 한번씩 쓰고 내놓는 수건이랑...
(식구라 하더라도 다른 사람 쓰고 난 축축한 수건은 촉감이 영 아니라서...
뽀송뽀송한 마른 수건 감촉이 좋죠)
게다가 모든 식구가 같은 옷을 이틀이상 입는 적이 없어...
매일매일 나오는 빨래가 장난이 아닌데...
하기 싫은 일이라구 생각함 더 하기 싫을거 같아...
기냥 취미생활이라 하기로 했어요.
따라서 비가 오거나 넘 바빠서 빨래를 하지 못한 날은 마당의 빨래줄 두개가 꽈악 차고
행거까지 동원되는데...
지나가던 형님들 ; 어휴, 빨래 좀 봐!! 왜 또 부부쌈 했냐?? 뭣땜에 또 싸웠냐??
그러거든요.
그때마다 일일이 해명하기 귀찮아......
기냥 웃고 말아요.
(울 최후의 보루가 억울한 표정 짓거나 말거나요.)
울 최후의 보루랑 세 넘이 차례로 널기와 걷기, 개기, 치우기 당번을 정해서
하나씩 맡아서 하는데...
오늘은 울 막내가 개기 당번이예요.
이것도 기냥 순순히 개버리면 우리 민재가 아니죠.
녀석, 어느새 수건을 둘둘 말기 시작하더니...
민재넘 ; 김밥 사세요~~ 김밥이요~~
아주머니, 무슨 김밥으로 드릴까요??
쇠고기 김밥,참치 김밥...치즈김밥도 있어요.
그리고...음...누드 김밥도 있어요, 누드김밥 드릴까요??
(유난히 누드를 강조. 요즘 제 형이 사춘기라 성에 대해 약간...호기심을 보이니...
그거 옆에서 보구서...)
삼생아짐 ; 이넘이...벌써부터...
그나저나..산더미같은 빨래를 바닥에 주르륵 널어놓고
언제 다 개려는지...
한참동안 이리 말았다 저리 말았다 김밥 마는 시늉만 하다가...
이번엔 기껏 말려놓은 빨래에 더러운 파리채를 들고 김밥 써는 시늉을...
어휴, 더럽게... 이넘을... 콱!!!
했다가...
저녀석 이모가 한 말을 생각하고 꾸욱 참았어요.
지난번에 저녀석 이모가 거진 6개월만에 다니러 왔다가
출근한 저 대신에 삼일동안 집안 살림을 해 주다 갔는데
우리집 녀석들, 제 이모가 수건 개어놓은 모습을 보더니
영재녀석 ; 우와~~ 욕실장에 수건이 달라졌네?? 어떻게 개셨지?
한참후, 피아노 학원갔다 늦게 온 민재녀석 ; 우와~~ 수건이 멋있어졌네??
이모, 어떻게 갰어요??
삼생아짐 ; 음... 음......
녀석들 이모 ; ㅎㅎㅎㅎㅎ
......
왜냐하면 개는 방식이 좀...달랐거든요.
저는 주로 네 번 접어서 다시 3등분해서 넣는데,
꽉 찼을땐 괜찮은데 꺼내기 시작함 쉽게...흐트러져서...
(수건크기가 다를 경우...쉽게 흐트러져요)
근데 제 동생은 3등분으로 접어서 다시 3등분으로 넣으니깐
욕실장 수납칸에 수건 크기가 딱 맞아 꽉 차 보이거든요.
게다가 쉽게 흐트러지지도 않구요.
그랬더니 녀석들 그게 신기해서 제 이모더러 수건 어떻게 갰냐구 두 녀석 다
이모한테 쪼르르 달려가서...눈 똥그래서...차례로 물어보니깐...
녀석들이모 ; ㅋㅋㅋ, 난 남자애들이 수건 개는 방법에 관심갖고 물어보는 거 첨봤어.
이모가 이따 밥 먹구 수건 개는 방법 가르쳐줄께.
하더니 밥 먹구 나서 정말 녀석들 델구 앉아 찬찬히 수건 개는 방법을 가르쳐주더라구요.
녀석들, 나란히 앉아서 따라개구 있구요...
새로이 수건 개는 방법을 마스터한 두 넘 : 쉽네?? 이모, 고맙습니다.
꾸벅 인사.
녀석들 이모, 여전히 깔깔 웃으면서 ; 언니, 아이들 잘 키웠어.
남자애들이라구 이런 거 안 시키는 경우가 많은데
이렇게 어려서부터 엄마일도 거들고 집안 살림도 거들면
이담에 자라나서 이기적인 남편은 안될거아냐??
그러게요...
대부분의 농촌 가정에선...똑같이 여자들도 남편 따라 나가서 농사일하구 들어와서
밥 차리랴, 청소하랴, 설거지하랴, 빨래개구...넘 바쁜데...
남편들은 밥 먹구 누워서 탱자탱자 텔레비젼 보구...
그딴 거 참 안되어보였거든요.
시골이든 도시든...
함께 사는 가족이라면
서로 네일 내일 나누지 말고...
함께 분담해서, 함께 해치워버리고,
그리고 남는 시간엔 서로서로 대화도 하고, 운동도 하고...
그럼...어느 한쪽이 손해본단 생각, 그리고 얄밉다는 생각은 안 들거 아녜요?? 그죠??
이런 작은 일부터가 가족을 서로 배려하는 한 방법이고
가족을 가깝게 하는 방법이라 생각하는데...
넘 여자입장,엄마 입장만 생각하는건가요??
어쨌든 하기 싫은 일을 취미활동이라 여기고 한 엄마 덕분에
울 아들 녀석들도 제 이모한테 칭찬듣고,
나중에 용돈도 받고...기특한 남편감이란 찬사도 듣고...
게다가 울 최후의 보루도 처제로부터 자상한 남편이란 소리 듣고...
이렇게 온 식구가 더불어 찬사를 받으니...
썩 괜찮은 취미활동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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