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일생에 한번쯤은
아주 낯선 곳으로의 여행을 꿈꾸곤 합니다.
혼자서의 여행을 계획하기도 하고...
가족과의 화합을 위해 여행을 떠나기도 하고...
또 모임에서 구성원들의 단합을 위해 여행을 떠나기도 하지요...
어떤 여행이건, 어떤 목적이건간에...
낯선 곳으로의 여행은 설레임이 있지요...
내가 살던 곳을 떠나 새로이 찾아보는 곳
국내이건 국외이건간에...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고 또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살아가는지
그런 설레임과 호기심에 여행을 앞두곤 뒤척뒤척 설레임에 잠 못 이루지요..
마닐라 공항에 내려서자..
유쾌하고 흥겨운 노랫소리와 음악연주가 발길을 멈추게 하네요.
진주조개잡이...
어려서 즐겁게 부르곤 했던 노래를
타지에서 들으니 감흥이 새롭네요.
우리의 식사시간을 즐겁게 해 주던 조지...
우리 일행들은 밥먹는 것조차 잊은채
조지의 노래소리에 흥겨움에 젖어 박수를 치고...
사실 조지를 처음 보았을 땐 좀 으시시 했어요.
피부는 까맣고, 눈은 부리부리한게 똥그랗게 크고, 체격도 어마어마...
트렁크를 한번에 두세개씩 번쩍번쩍 들어나르고..
게다가 잘 웃지도 않고...
근데 제가 보라카이에 내리자마자 겁도없이
조지랑 트럭 앞자리를 놓고 서로 타려고 개기다가
쬐끔 눈총...
(큰 눈을 더 크게 뜨니까 더 무셔...)
맥주 한캔을 입 한 번 안떼고 두모금에 마셔버리는
놀라운 음주실력에...
우리나라 소주도 단번에 벌컥벌컥...
가이드들이 술 준다고 엄청 싫어했지만
(술 마시면 그 다음날은 나몰라라...)
일정에 차질온다고 무척 말렸지만
우리의 김병현이장 꼭 조지랑 술 나눠마시죠...
(원래 하지말라 그럼 더 하는 성질에다 술 좋아하면 무조건 인간성 최고라고...)
한국에서 같이 간 여행사 사장님..
조지에게 항상 하는 말이 "조지 런~~~"이더라구요.
알고보니 조지에게 심부름을 시키면
딱 삼미터만 뛰고 안 보이는 곳에 가면 슬슬 걸어간대요.
전에는 하도 안 오길래 따라가 봤더니
가게에서 컵라면 사먹고 놀고 있다고 흉을 보더라구요.
보라카이에서 버그카 타고 필리핀 원주민들 생활모습 돌아보려 했지만
금액이 안 맞다고 취소...
(사실 어느곳에 가건 그 사람들의 생활모습을 찬찬이 둘러 보는 게 낙중의 하나였는데...)
제가 그만 토라져서 리조트에서 나오지 않자 불러내서
저를 위해 하모니카 연주를 해 주던 조지...
나의 살던 고향을 하모니카로...
그리고 클레멘타인을 연이어 연주...
제가 그만 조지의 하모니카 연주에 마음이 쏘옥 풀어지고 말았지요...
술 살짝 취한 울 신랑 제 화 풀어줬다고
즉석에서 조지에게 팁을 주자...
조지 씽긋 웃더니
지나가던 장사를 불러
우리나라의 만두, 중국의 딤섬 비스름한 것을 사주더군요.
식초를 끼얹어 먹는 것인데
필리핀 사람들이 즐겨먹는거래요...
당면이랑 각종 야채를 넣고 싸서
튀긴건데...
고소하더군요...
그 날 보라카이 해변에서 듣던 하모니카 연주는 정말 감동적이었어요.
게다가 필리핀 사람들은 눈이 다들 크고 쌍꺼풀이 진하기 때문에
저처럼 이렇게 작고 쌍꺼풀이 없는 눈을 가진 사람을
미인으로(이상형으로..) 친대요.
저보고 예쁘다고...
(한국으로 돌아오는 비행기안에서 제가 필리핀에 남을걸 그랬나?
했더니 울 남편 조개껍데기 꿰어서 구슬 목걸이 만들고 살래?
아님 산티아고 요새앞에서 하루종일 팔아야 10달러 번다는 여자떠올리곤
... 거기서 담배팔고 살래?
하더군요...)
......
그 날 이후로 조지랑 친해져서
사장님이나 현지가이드가 '조지 런!!!'을 외칠때마다
전 더 크게
"조지 슬로우리~~~"
(사실 심장마비 일으킬까봐 두렵기도 했어요...)
그럴 때마다 현지가이드 미치겠다는 표정...
헤어지던 날...굿바이 인사를 하자 까띠끌란 공항에서 눈물을 글썽이던 조지
덩치 커다란 남자가 눈물 글썽이는데 그만 가슴이 짜안~~
여행사 사장 : 그거 분명 가짜 눈물일거예요...
쟤 쇼도 엄청 잘 해요.
에휴......
그랬건어쨌건간에 참 기억에 남는 분이예요.
몇살이냐고 물었더니 나이를 모른다고...
필리핀은 카톨릭 신도가 많기 때문에 낙태가 없고, 모계사회였던데다가
생기는대로 아이를 많이 낳기 때문에 자기의 생일을 모르는 사람들이 많고
부모조차 아이의 숫자와 이름을 모르는 경우도 있다고...
여행객에게 제공하는 완벽한 서비스보다
따스하고 유쾌한 사람냄새가 더 기억에 남는
그런 여행...
사실 우리들 체험도 너무 완벽한 서비스와 계산적인 것보다는
그렇게 인간적인 따스함이나 유쾌함을 재산으로 가질 수 있다면
더 좋을거란 생각을 해 보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