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노이를 뒤로 하고 밤비행기에 올랐다. 서울로 돌아오는 길.
꿈처럼 지나간 시간들이다.
눈을 감고 선잠이 든 일행의 얼굴을 찬찬히 둘러본다.
너무도 좋은 사람들을 많이 만났다. 20년 동안 산골에 묻혀 살면서 오로지 나 자신만을 생각하며 살아왔었다. 나보다 더 치열하게 사는 사람들, 나보다 더 얼굴에 기미와 주근깨가 자글자글하고, 나보다 더 검은 피부를 가진 사람들, 나보다 더 층층시하에 딸린 식구들을 거느리고 둘숙이처럼 하루에 아홉 번 밥상을 차리면서도 삶의 여유를 잃지 않고 사는 사람들, 남을 즐겁게 웃게 할 줄도 배려할 줄도 아는 그들을 만나서 나는 정말 행복했다. 사람다운 사람들, 인간 냄새가 물씬 나는 사람들을 만났다.
한국에 와서도 쉽게 헤어져지질 않았다. 다시 만나자고 약속은 했지만 아무도 장담할 수 없는 법.
난 정말 몰랐었다. 버스 시간표도 원하는 시간대로 표를 끊을 수도 있다는 걸..그냥 끊어주면 끊어주는대로 타는 줄 알았는데..
차 시간표를 보니 출발 시간 오 분 전.
한 시간쯤 뒤로 표를 끊은 언니들을 뒤로 하고 허겁지겁 차에 오르고서도 뒤꼭지가 땡겨서혼났다. 똑같은 시골아낙 둘숙이랑, 오일 내내 우리를 행복하고 즐겁게 해 주던 음전 언니랑, 차분차분 할 말 다하던 봉화의 난옥언니까지 그냥 내버려두고 차에 오르면서 왜 그리 내 자신이 서글프던지..
난 한 박자 반 늦다, 슬픔도 그리움도 기쁨까지도, 항상 돌아선 후에 가슴 친다. 집에 돌아와 잠자리에 드니 아쉬움과 그리움이, 소중함이 더 절실하다.
나를 찾아 떠난 여행이었지만 나를 버린 여행이기도 했다. 평생을 두고 기억에 남을 소중한 여행이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