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황희 정승이 그랬다지요.
소도 귀가 있으니 듣는데서는 말 조심하라고...
길러보니... 소도 정말 성격이 있더라구요.
지난 번엔 ... 소 먹이 줄 때...물이 반 너머 있길래 아침에 안 주고 출근했더니...
시험기간이라 일찍 온 딸애가 전화를 했어요.
울 딸 ; 엄마, 쟤네 성질 부려. 물 떨어졌다고 물통 뒤집어 엎어놨어.
영재넘 ; 쟤네 물통은 항상 가득차 있어야해요...
삼생아짐 ;
게다가 먹이 늦게 주면 마구 신경질을...
때론... 아부하는 넘도 있지요.
위협하는 넘에...
반항하는 넘에...
사료 도둑질 시도에 저지레꺼정...
기회앞엔 잽싼 넘...
치열하게 경쟁하는 넘...
양보하면 좋으련만...
남의 잘못만 탓하는 넘에...
고래싸움에 새우등 터질뻔한 넘...
벼룩이 간 빼먹는 넘...
남 속이고 욕심많은 넘...
눈치없는 넘...
하룻강아지 범 무서운 줄 모르는 넘...
벽을 문이라고 마구 들이대는 머리나쁜 넘...
융통성없는 넘...
안하무인인 넘...
가식적인 넘...
외모만 중시하는 넘...
교만에 찬 넘..
부화뇌동하는 넘...
집단 이기주의에...
성질급한 넘...(인내심 없는...)
씨도 안 먹힐 짓만 하는 넘...
케세라세라...될대로 되라는 넘꺼정...
이거 다 인간들에게 해당하는 말이죠??
말 못하는 소들이 아니라...
이거 몽조리 제가 시킨건데...우리 소들 말 잘 듣고...연기력 뛰어나죠??
어디서 출연 섭외 안들어오려나...
상근이는 한 회 출연료가 40만원이라는데...
.......
이 바쁜 농사철에 이 짓하고 있는 저도 참 한심하네요...
그치만...
잘 봐두세요.
한우소가 이렇게 생겼답니다.
아무도 암송아지는 사려 하지 않고...
거래조차 되지 않으니...
자연도태될 수 밖에요...
예전에도 소값 하락해서 힘든 적 있었지만...
울 최후의 보루...거름 안 사고 땅살리려면 어찌됐든 소는 키워야한다고
꿋꿋하게 버텨서...
오늘날꺼정 이렇게 늘려왔답니다.
알콜끼 약간 돌면 "우리가 언제 소값 보고 키웠냐, 거름 받으려 키웠지..."
자조적으로 말하곤 했지요.
비료값도 오르고...밭농사 짓는 집에선...소 키우지않는 농사는...생각해 볼 수도 없어요.
더 늙어 나이들어 농사짓기 힘들어지면...
이렇게 소를 키워 노후대책하자고 약속했는데...
아이들에게 늘 입버릇처럼 말하곤 했지요.
"긍정적으로 생각하며 살자'라고...
울 최후의 보루, 씨름하다 인대 끊어지고 ...
그 인대 끊어진 다리로 기브스한 채 홍천 지역 곳곳을 돌아다니며
우수한 혈통 등록우 20년전에 10만원씩 윗돈 주어가며
한마리 한마리 사서 시작한 축산업이예요.
말썽 많은 송아지넘들...미운 칠개월이라고...가끔가끔 울타리 부수고 뛰어나와서
잡아넣느라 고생도 많이 했고...
그 송아지가 자라서 처음 새끼 낳았을 때
암송아지 낳으면 수향이 동생 수순이...
황송아지 낳으면 영재 동생 초롱이...
새끼 낳을 때마다 영재랑 수향이랑 누구 동생이 나올것인가 내기하며 이름짓곤 했지요.
아이들의 일기장과 그림집에는 온통 소이야기 뿐이었죠.
게다가 꿈속에서도 온통 소이야기...
영재 꿈은 아빠처럼 "소똥치는 사람"이었구요...
그럴래요.
지금이야말로 그때라고 생각할래요......
가족이라고 생각하며 살아온 대로...
부족하든 모자르든 맘에 안 차든...
때론 우사를 가득 채운 소들의 먹이 걱정에 시름이 앞서도...
가족이니깐 함께 굶고 함께 먹자고...그렇게 생각하며 살래요.
이상..여러 모델이 되어준 우리 소들에게 감사하며..
출연료는...
옥수수 따고 나면 달콤한 옥수수대궁이랑 껍질... 열심히 베어다줄께~~~
그래도 나는 너희들을 무지무지 사랑한단다, 얘들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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