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아이들(성장일기)

이상한 동네의 아이들

삼생아짐 2008. 5. 27. 0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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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근해서 돌아오니 영재녀석...

 

우사에 우두커니 앉아있다가 갑자기 절 보더니 벌떡 일어나...

 

영재넘 ; 암호!!

 

영재넘 ; 손들어랏! 안들면 쏜다!!!

 

삼생아짐 ; 에휴......낼 모레 시험인 녀석이...

 

영재넘, 눈치없게...연실 저한테 장난을 거는데...

 

낼 모레 시험인 녀석이 이러고 있는데 순간적으로 열이 화악~~~

 

삼생아짐 ; 정신챙겨, 이녀석아. 도대체 때가 어느땐데...

 

그래도 눈치를 못 차리고...쯧쯧...

 

기냥 한숨만 파악 팍 나옵니다...

 

 

그런데...알고보니...

 

 

 

일나갔다 늦게 들어오는 제 아빠를 대신해서

 

소 밥주고 있는 중이었어요.

 

무지 미안해지대요...

 

 


힘센 소가 힘 약한 소 밥을 뺏어먹지 않도록 묶어놓고

 

사료랑 볏짚이랑 다 먹고 난 후에 풀어주죠...

 

그동안에 물을 받아줘야하는데

 

호스가 자꾸 바닥으로 떨어지거든요.

 

지키고 있어야 하니깐 나름대로 머리를 써서 벽돌로 누르고, 삽으로 누르고...

 

참, 머리 잘 돌아가요. 누굴 닮았는지...ㅎㅎ

 

 

 

 

시골은...그래요.

 

울 딸이 가끔 웃으면서 자기네 학교 선생님들 이야기 해요.

 

고3 학생들은 의무적으로 보충수업이랑 밤 열한시꺼정 자율학습 해야하는데...

 

어떤 애들이 집에 가야 한다고...

 

 

선생님 왈 ; 도대체 고 3이 정신이 있는거야, 없는거야??

 

 

마구 야단치면...

 

학생왈 ; 선생님, 소 밥주러 가야해요.

 

 

또다른 학생왈 ; 선생님, 개 밥주러 가야해요.

 

 

그럼 선생님이 황당해서

 

"애보는 애는 없냐??"

 

그러셨더니

 

뒤늦게 새엄마한테서 늦동이 동생 본 녀석이

 

"선생님, 저 애보러 가야해요!!!"

 

그랬다구요...

 

 

잔뜩 기막힌 선생님왈 ; 참, 여기만의 특징이야, 특징!! 참 이상한 동네야.

 

 

하면서 고개를 절레절레 젓고서

 

" 근데 집엔 어떻게 가냐?"

 

그럼 애들이 스쿠터 타고 가면 된다고...

 

 

오후 여섯시 이후면 버스가 끊어지니깐요.

 

 

마지막 그 말이 나오면 선생님들은 열에 아홉은 거의 뒤집어진답니다.

 

 

 

어떤 녀석은 초등학교 때부터 경운기랑 오토바이 다 몰고...

 

중 3쯤 되면 벌써 아버지 트럭 몰고 새참거리 사러 다니죠.

 

 

도시에서 자녀들에게 오로지 공부만 외치던 부모들을 보던 선생님들이라...

 

시골학교 학생들의 그런 환경이 이해가 잘 안 가시나봐요.

 

 

 

하긴...

 

울 친정어머니도  가끔 그러셔요.

 

"공부할래도 공부할 수 있는 환경이 안되겠더라...

 

주변엔 온통 노는 애들 뿐이지, 부모는 농사짓는다고 바빠서 신경 못 써주지...

 

애가 공부를 제대로 하겠느냐" 고요...

 

 

사실 저 학교 다닐 때 울 친정어머니 도시락 꼬박 두 개 싸서 날라다 주시고

 

빨래 한 번 안 시키시고 오로지 공부 열심히 해라...뒷바라지를....

 

지금은 어머니의 휘어버린 등을 보면

 

우리들 4남매가 울 어머니의 등골 뺐다는 그런 죄책감 들어요......

 

 

저로말할것 같으면...환경이야 어떻든 공부할 넘은 무슨 노력을 해서든지 공부하고..

 

공부할 맘이 없는 넘은 자기 재능 찾아서 감 적격이라 생각하는데...

 

그래도 시험 앞 둔 자식에게 어쩔 수 없이 나도모르게 잔소리를......

 

 

 영재넘 ; 엄마, 공부가 인생의 전부는 아니예요.

 

행복이 성적순이 아닌것처럼요...

 

 

삼생아짐 ; (어서 들은 건 있어가지구..쯧쯧...) 그럼 뭔 순인데??

 

 

영재넘 ; 행복은 다아~~ 마음먹기 나름이예요.

 

 

......

 

삼생아짐 ; 에휴......도대체 말은......청산유수야...

 

 

......

 

고개를 설레설레 젓긴 했지만...

 

그래두 바로 이 이상한 동네가 바로 우리 농촌의 현실이랍니다.

 

 

게다가 몸이 아파 잠시 학교를 휴학하고 있는 반 친구가

 

용돈이라도 벌겠다고 만들어파는 저녁 도시락을

 

아무말없이 사주는 아이들이 바로 우리 농촌아이들이구요.

 

 

주말이면 공부보다 엄마, 아빠를 도와 고추따고, 오이담고...

 

그리고 약줄을 잡아 일하는 게

 

시험공부보다 우선인 아이들이구요...

 

 

이렇게 농촌에서 고생하면서 자라면서도 구김살 없고,

 

집안일을 거들고 부모의 어려움을 함께 나누며 자라는

 

아이들이 이 사회에서 다른 사람과 더불어 사는 방법을 아는 아이들이란 생각을 합니다.

 

 

 

귀한 자식일수록 고생을 시켜보라는 말...

 

그리고 한 줄 공부 보다 노동의 소중함을 알게 하는 것이

 

진정으로 소중한 공부가 아닌가 그런 생각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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