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를 타고 지나다 보면 못 보던 아이들이 새로 눈에 띄는데...
씩씩하게 큰 소리로 인사를 해요.
삼생아짐 ; 넌... 누구냐??
앞니 빠진 꼬마녀석 ; 저 영균인데요??
삼생아짐 ; 엥?? 네가 영균이야????
이번에는 어떤 넘이 오른쪽 창문을 똑똑 두들겨요.
삼생아짐 ; 넌 또 누구야??
씨익 웃는 녀석 ; 전 옥균인데요??
영균이 동생...
삼생아짐 ; 겨우내 몰라보게 많이 컸네??
참...
전에 어떤 형님이 울 애들 보더니 오뉴월 외크듯 큰다고 신기해 하시길래...
삼생아짐 ; 한동네 있으면서 몰라보시넹???
이상하게 생각했는데...
등에 업혀다니던 녀석들이 겨울 지나고 이렇게 나와 돌아다니기 시작하니
쑥 쑥 커버린 모습에 몰라볼 때가 정말... 있네요.
다빈이와 승원이, 지원이는 늘 우리집 앞을 걸어지나다니니깐 잘 알지요.
요녀석이 바로 울 동네 젤 막내 주란이 오빠인데요...
주란엄마가 아들 둘 낳고 딸 낳고 싶어서 그렇게 애를 쓰더니
드디어 소원대로 막내딸을 얻어서...
온 동네 어른들이며 아이들이며 모두들 축하해주는데...
이제 갓 백일 지난 녀석을 할머니에게 맡기고, 요즘 모때우느라 정신없네요.
흙강아지가 되어 일하다가도 아이가 배고플 즈음이면, 엄마 가슴에 신호가 오죠.
참 신기해요.
아이들과 아무리 멀리 떨어져 있어도
아이의 배고픔은 엄마가 절로 알게되니까요.
삼생아짐 ; 영균아, 여동생 이뻐??
영균이 ; (큰소리로) 네에~~~
삼생아짐 ; 정말 이뻐?? 얼만큼 이쁜데??
지원이녀석 ; 이~~만~~~큼이요!!!!
(양손으로 동그라미를 대빵 크게...)
삼생아짐 ; (녀석이 벌써 눈독을...)
야, 임마. 주란이 너 동생아니잖아.
지원이녀석 ; 그래도 이뻐요. 야, 빨리 이만큼 해봐.
영균이 녀석, 지원이한테 지면 안되겠다 싶었는지
땅바닥에서 부터 엎드려 일어나면서 무지무지 커다란 하트랑 동그라미를
연실 그려대네요.
게다가 폴짝 폴짝 뛰면서요...
지원이녀석, 킥킥거리고 웃고 있구요...
다른 녀석들도 영균이 쳐다보며 킬킬거리고 웃어요.
그래도 영균이녀석, 동생에 대한 사랑 표현이 부족하다고 생각하는지
계속해서 하늘만큼 땅만큼을 외치며 계속 그려대네요...
(이마에 땀까지 송글송글 흘려가면서요...)
지금쯤 엄마 등에 업혀 잠들어있을 주란이 녀석, 제 오빠가 자기에 대한 사랑을
이렇게 온 몸으로 표현하고 있다는 걸 아는지 모르는지...
아직은 엄마품이 세상의 전부이겠지만
그리고 자라면서 오빠들이랑 이렇게 저렇게 싸우며 다투며 경쟁하며 크겠지만...
그래도 지금 이 순간
자신의 탄생을 이렇게 기뻐해주는 오빠들이랑
이웃 사람들이 있다는 걸 알면
자신이 얼마나 소중한 존재인지를 알게 되겠지요.
세상의 그 어떤 사람도...
본래부터 악하게 태어나는 사람은 없지요.
자라는 과정에서 이런저런 많은 아픔을 겪고, 상처를 입고, 상처를 주기도 하고...
수많은 선택의 기로에 접하기도 하고, 실수도 하고, 절망도 좌절도 하면서
그 상처를 칼날로 만들어 자신과 남을 해치는 사람도 있고
날카로운 귀퉁이를 깎아내고 다독여서
오히려 그 눈물과 사랑으로 남에게 따뜻한 햇살이 되는 사람도 있지요.
'나'는 어떤 사람일까...가끔......생각해봐요....
이제 살아갈 날보다 살아온 날들이 더 많은 지금...
아직도 정리되지 못한 많은 감정들과 삶의 조각조각들이...
가끔 내 삶을 뒤흔들기도 하지만..
적어도 내 아이들에게만은
부끄럽지 않은 '엄마'가 되고자 노력해요.
부모와 자식간의 사랑도 노력으로 가꾸어가지 않으면 아무 소용없다는 사실이
가끔 슬프기도 하지만...
어쩌겠어요.
자식은 내 소유물이 아닌걸요.
이미 세상 밖으로 나오면서부터 나름대로 자신의 가치관과 삶의 방향을 찾아
떠나가기 시작하는 또다른 존재인걸요.
다만 그거 하나만은 알아줬음 좋겠어요.
내 아이들이 어떤 자리에 어떤 모습으로 서 있건간에...
내 안에 또다른 생명으로 자리잡았을때 너무나 행복했었고...
그리고 세상밖에 나와 울음을 터뜨리며 나와 눈이 마주친 순간...
이 세상 그 어떤것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존재가
바로 내 아이들이 되어버렸다는 사실요...
그래서 세상밖에서 상처입고 힘들때에...
그때 엄마를 떠올리면서 이 아이들의 마음이 편안해졌으면...그게 제 바램이예요...
어느 부모나 똑같겠지요???
그나저나 울 영재녀석, 이거 보고 또 한마디 하네요.
엄마, 용돈이나 좀 제대로 주세요. 벌써 한달 됐단 말예요.
사람이 체면이 있지, 어떻게 매일 빈 지갑으로 살아요??
삼생아짐 ; 용돈 기입장 써!!!
영재넘 ; 쓸 돈이 있어야 쓴 내용도 쓰죠.
삼생아짐 ; 그전에 용돈 준 거 쓰라구.
눈치빠른 민재녀석, 얼릉 노트 한쪽 부욱 찢어 가지고 왔어요.
민재 ; 엄마, 형이 저번에 나 천원줬어요. 그래서 썼어요, 나 용돈 줄거죠??
삼생아짐 ; (아이스크림 천원, 달랑 한 줄...)
그랬어??
영재; 피아노 학원 앞에서 딴 애들 다 사먹는데 쟤만 못 사먹고 있잖아. 그래서 내가 줬어.
순간 가슴이 뭉클, 용돈 기입장 안 쓰길래 제가 용돈 금지시켜 버렸죠.
요즘 용돈 기입장 쓰는 문제로 신경전 중이예요.
그랬더니 녀석들이 줄을 바꿔서 아빠라인으로 바꿔타 버렸네요.
수향넘 ; (영재보고)그러길래 녀석아, 줄을 잘 서야지.
어제 녀석들 아빠가 수향이 삼만원주었다고...
그 돈에서 수향이가 영재 삼천원, 민재 이천원 나누어주더라구요.
에휴...도대체 손, 발이 맞아야 자식 교육도 시키는데...
삼생아짐; 그나저나...얘들아...내가 너희를 얼만큼 사랑하는지 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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