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마을 이야기

솔잎 동동주 담기(1)

삼생아짐 2008. 5. 17. 0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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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 마을에서 술을 제일 잘 담으시는 인옥순 어르신댁...

 

 

방 한켠에서 이미 한차례 떠내고

 

또다시 익어가는 동동주 항아리가 있네요.

 

신세진 이웃분들 한 병씩 나누어 드리고...

 

 

 

제게도 한 병을...

 

 

가끔가끔 얻어마시는데...(얻어 오는데...)

 

사실 전 별로 먹을 기회가 없어요.

 

냉장고에 넣어놓으면...고담날...귀신같이 사라지거든요.

 

삼생아짐 ; 아마도 우리 냉장고에 동동주 귀신이 사나봐...

 

그나저나 병꺼정 먹어치우는 냉장고는 보다보다 첨일세...

 

최후의 보루 ; 음...음... 

 

 

 

작년에 죽도록 배운 거 죄다 까먹어버리고...

 

어머님 ; 이번에는 제발 좀 단다이(단단히) 배워!!

 

삼생아짐 ; 죄송...

 

 

]

 

누룩을 쪼개는데...이것도 쉬운일이 아녜요.



넘 커도 안되고...골고루 배어들지 않으면 잘 삭지 않으니깐...

 


너무 쪼개서 가루가 많이 나면

 

 술빛깔이 탁해지고 걸쭉해져버린다고...

 



찹쌀로 꼬들꼬들 쪄서 밑밥을 하고...

 

싸늘하게 식혀요.

 

안 그럼 쉬어버리거든요.

 


쪼갠 누룩과 술약을 섞어요.

 

 

삼생아짐 ; 제가 한 번 비벼볼께요.

 

제가 이래뵈도 가진건 힘밖에 없잖아요. 으쌰~~

 

 

얼른 어머님 손에서 주걱을 뺏어들고 비비는데...

 

근데 이게 생각보다 잘 비벼지질 않네요.

 


씨익 웃으시더니...

 


어머님 ; 뭐든 그렇게 쉬운 줄 알어??

 

엿물이 들어가야 잘 비벼지지...

 


어머님 ; 작년에 그렇게 열심히 적으라그랬는데...

 

죄다 까먹고...

 

또 잊어버림 이걸로 혼내줄거야.

 

삼생아짐 ; 헉!!!

 

40년된 피나무 주걱이라네요.

 

예전에 불이나서 집안 살림이랑 가재도구랑 몽땅 다 태워버렸는데...

 

이 피나무 주걱은 들고나오셨다고...

 


예전에는 옥수수나 쌀을 오래도록 고아서 엿물을 만들었죠...

 

요즘은 옥수수엿을 녹여 쓰기도 해요.

 

이 엿물도 싸늘하게 식혀서...(어머님 표현을 빌면 싸느랗케...)

 

 

새벽이슬 맞으며 깊은 산속에서 하나하나 훑어낸 솔잎을

 

한 잎 한 잎 손질하여 깨끗이 씻어 섞고...

 

 

솔잎 들어간 동동주는 마셔도 머리가 안 아프고

 

향이 기가 막혀요.

 

 


행여 노랗게 말라버린 잎은 골라내죠.


삼생아짐 ; 이번에도 제가 저어볼께요~~

 

아...이것도 쉬운 일이 아니네요.

 

엿물이 탈랑 튕기며 튀어나와버리니깐....

 

방바닥이 끈적끈적...

 

어머님 ; 뭐든 사알살~~ 애인 다루듯...해야지...

 

 

이번에는 사알살 저었더니...찰밥덩어리가...고대로...

 

어머님 ; 이런 덩어리가 있음 제대로 안 삭어.

 

이리 내놔봐!!

 

그러더니 어머님이 주걱으로 스을슬 저어서...그야말로 스을슬 스무드하게~~

 


아무리 뒤져도 덩어리가 안 나오네요.

 

어머님; 이런게 다~~아 하루아침에 되는게 아냐.

 

삼생아짐 ; 역시~~어머님 손은 마술손이예요옹~~~

 

(그래두 내가 많이 풀어놨는뎅...)

 

전 언제나 이렇게 어머님처럼 척척 해낼런지......

 

어머님; 젊은 사람이 배우려고 하는게 기특허지...

 

삼생아짐 ; (나도모르게 입이 벌어지며) 헤헤...

 

(제가 생각해도 칭찬에 넘 약해...)

 


아까 밑밥을 쪄내었던 베보자기를 깨끗이 빨아 햇볕에 널어서 소독도 하고...

 

 

볕이 좋아 금새 말라서 거두어 들여서 항아리를 덮어요.

 

 

따뜻한 곳에 놓아둔 항아리가

 

일정 온도를 유지되도록 담요로 꼬옥 꼭 둘러주고...

 

 

꽁꽁 묶어주지요.

 

삼생아짐 ; 꼼짝마랏!! 이네요...ㅎㅎ

 

 

이제 일차 작업이 끝났네요.

 

이 항아리안에서 보글보글 효소가 발효되어 술이 끓어오르죠.

 

한 열흘 정도 두었다가...옥수수 타갠것을 끓여 덧죽을 부어요.

 

 

 

참......이 항아리를 집안에서 젤 따뜻한 곳에 두는 건 맞는데...

 

넘 뜨거워도 안되요.

 

뜨거웠다 식혔다...온도조절하는거...그게 관건이죠.

 

술을 발효시키는 효소는 살아있는건데 넘 뜨거움 죽어버리거든요.

 

 

 

 

2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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