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 마을에서 술을 제일 잘 담으시는 인옥순 어르신댁...
방 한켠에서 이미 한차례 떠내고
또다시 익어가는 동동주 항아리가 있네요.
신세진 이웃분들 한 병씩 나누어 드리고...
제게도 한 병을...
가끔가끔 얻어마시는데...(얻어 오는데...)
사실 전 별로 먹을 기회가 없어요.
냉장고에 넣어놓으면...고담날...귀신같이 사라지거든요.
삼생아짐 ; 아마도 우리 냉장고에 동동주 귀신이 사나봐...
그나저나 병꺼정 먹어치우는 냉장고는 보다보다 첨일세...
최후의 보루 ; 음...음...
작년에 죽도록 배운 거 죄다 까먹어버리고...
어머님 ; 이번에는 제발 좀 단다이(단단히) 배워!!
삼생아짐 ; 죄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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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룩을 쪼개는데...이것도 쉬운일이 아녜요.
넘 커도 안되고...골고루 배어들지 않으면 잘 삭지 않으니깐...
너무 쪼개서 가루가 많이 나면
술빛깔이 탁해지고 걸쭉해져버린다고...
찹쌀로 꼬들꼬들 쪄서 밑밥을 하고...
싸늘하게 식혀요.
안 그럼 쉬어버리거든요.
쪼갠 누룩과 술약을 섞어요.
삼생아짐 ; 제가 한 번 비벼볼께요.
제가 이래뵈도 가진건 힘밖에 없잖아요. 으쌰~~
얼른 어머님 손에서 주걱을 뺏어들고 비비는데...
근데 이게 생각보다 잘 비벼지질 않네요.
씨익 웃으시더니...
어머님 ; 뭐든 그렇게 쉬운 줄 알어??
엿물이 들어가야 잘 비벼지지...
어머님 ; 작년에 그렇게 열심히 적으라그랬는데...
죄다 까먹고...
또 잊어버림 이걸로 혼내줄거야.
삼생아짐 ; 헉!!!
40년된 피나무 주걱이라네요.
예전에 불이나서 집안 살림이랑 가재도구랑 몽땅 다 태워버렸는데...
이 피나무 주걱은 들고나오셨다고...
예전에는 옥수수나 쌀을 오래도록 고아서 엿물을 만들었죠...
요즘은 옥수수엿을 녹여 쓰기도 해요.
이 엿물도 싸늘하게 식혀서...(어머님 표현을 빌면 싸느랗케...)
새벽이슬 맞으며 깊은 산속에서 하나하나 훑어낸 솔잎을
한 잎 한 잎 손질하여 깨끗이 씻어 섞고...
솔잎 들어간 동동주는 마셔도 머리가 안 아프고
향이 기가 막혀요.
행여 노랗게 말라버린 잎은 골라내죠.
삼생아짐 ; 이번에도 제가 저어볼께요~~
아...이것도 쉬운 일이 아니네요.
엿물이 탈랑 튕기며 튀어나와버리니깐....
방바닥이 끈적끈적...
어머님 ; 뭐든 사알살~~ 애인 다루듯...해야지...
이번에는 사알살 저었더니...찰밥덩어리가...고대로...
어머님 ; 이런 덩어리가 있음 제대로 안 삭어.
이리 내놔봐!!
그러더니 어머님이 주걱으로 스을슬 저어서...그야말로 스을슬 스무드하게~~
아무리 뒤져도 덩어리가 안 나오네요.
어머님; 이런게 다~~아 하루아침에 되는게 아냐.
삼생아짐 ; 역시~~어머님 손은 마술손이예요옹~~~
(그래두 내가 많이 풀어놨는뎅...)
전 언제나 이렇게 어머님처럼 척척 해낼런지......
어머님; 젊은 사람이 배우려고 하는게 기특허지...
삼생아짐 ; (나도모르게 입이 벌어지며) 헤헤...
(제가 생각해도 칭찬에 넘 약해...)
아까 밑밥을 쪄내었던 베보자기를 깨끗이 빨아 햇볕에 널어서 소독도 하고...
볕이 좋아 금새 말라서 거두어 들여서 항아리를 덮어요.
따뜻한 곳에 놓아둔 항아리가
일정 온도를 유지되도록 담요로 꼬옥 꼭 둘러주고...
꽁꽁 묶어주지요.
삼생아짐 ; 꼼짝마랏!! 이네요...ㅎㅎ
이제 일차 작업이 끝났네요.
이 항아리안에서 보글보글 효소가 발효되어 술이 끓어오르죠.
한 열흘 정도 두었다가...옥수수 타갠것을 끓여 덧죽을 부어요.
참......이 항아리를 집안에서 젤 따뜻한 곳에 두는 건 맞는데...
넘 뜨거워도 안되요.
뜨거웠다 식혔다...온도조절하는거...그게 관건이죠.
술을 발효시키는 효소는 살아있는건데 넘 뜨거움 죽어버리거든요.
2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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