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 어느때에 가도 늘 마음 편한 곳이 있지요.
그곳이 바로 제겐 솔밭...
어렸을적에...집 뒤 커다란 소나무 동산이 있었는데...
수녀원 뒷문으로 통해요.
돗자리 하나랑 책 한권, 노트와 연필을 챙겨들고 들락거리며...
나름대로 문학소녀의 꿈을 꾸곤 했지요.
수녀들의 생활을 내려다 보면서 수녀를 꿈꾸기도...했구요...
박현필님 댁에서 모밥을 얻어먹고...
설거지도 거들어 주고...
(장보기며 다듬기며 만들기며 차리기며...음식 만드는 그 모든 과정이 얼마나
신경쓰이고 힘든지 잘알지요^^)
(남의 집에 가서 밥만 달랑 얻어 먹고 숟가락 하나 안 치워주고 나오는
사람이 세상에서 젤 싫은 사람중 하나...
특히 같은 여자입장에선 더하죠...
돌아서 나오는데 문득 봄에 저 밭에서 돌나물 밭을 발견했던 생각이 나대요...
우와~~~
나도 모르게..."심봤따!!!!!!!!"
철이 철이니만큼 웬만한 밭이나 논두럭의 돗나물은 모두 세어버려서 못 먹는데...
여기 솔밭 그늘숲에 자라난 돗나물은 모두 파랗고 연하고...싱싱///
나도 모르게 차에서 박스를 하나 찾아서 뜯기 시작했지요.
혹 누가 보면 어쩌나...가슴 두근두근하면서요...
(우리 동네 놔두고 옆동네에서 나물 뜯음 누가 흉볼까봐서요...)
에궁...꼭 해서는 안되는 짓을 하는것 같은 불안함이...
헉!!!
이동네 예전 이장님이셨던 지석일님이...저를 쓰윽~~~
삼생아짐 ; (에라 모르겠다. 함 개겨보지, 뭐.)
저, 돗나물 도둑질해가요~~~ 헤헤헤....
(일단은 애교작전으로...)
근데 이거 뜯어도 되나 몰러...(시침 뚝...)
지석일님; 되고말고요. 근데 거기건 별로 안커요.
이쪽게 크지.
하시더니...
모때우러 가시던 그 바쁜 와중에도 솔밭으로 들어가셔서
이리로 와서 뜯으라고 굳이 굳이 말씀하시는데...
삼생아짐 ; 여기도 많은데...
괜찮은뎅...
지석일님; 아, 글쎄 일루와서 뜯으라니깐 그러네.
여기건 무지 커요.
삼생아짐 ; 네에...갈께요...(무셔...안 가믄 혼날거같어...)
와~~
왜 그리 강조하셨는지 이유를 알겠더라구요.
드문 곡식이 곳간을 채운다죠...
아까 제가 뜯던곳은 돗나물이 빽빽한곳..오른쪽 돗나물
왼쪽게 지석일님이 굳이굳이 뜯으라 강조하신...무지 큰 돗나물...
자그마치 키가 네배죠??
삼생아짐 ; 역시 어른들 말은 들어서 잘못될 게 하나도 없어.
솔밭에서 솔잎을 먹고 자라난 이쁜 돗나물들...
파랗고 싱싱하고 이렇게 이쁜 돗나물은 정말 첨 봤어요.
게다가 송화가루까지 날려서 보송보송...
솔방울들 사이에서도 오롯이 자라나고...
새로이 태어난 실같은 아기 소나무와 경쟁도 하고...
이렇게 이쁜 소나무 본 적 있으세요???
아..얘는 무슨 꽃인지 모르겠는데...
아기 손톱보다 작은 하얀 꽃들이 마치 소나무 밭에 별이 떨어진 듯 싶어요.
별 하나, 별 둘...
돗나물 한 뿌리, 돗나물 두 뿌리...
이러고 뜯다보니 세상에나..
자그마치 두시간이 후~~~울쩍!!!!
에궁...
연충흠 사장님네 오늘 단체 방문객온다 그래서
사진 찍어드린다고 약속했는데...이를 어째...
약속 시간 십분지났네....
부랴부랴 오늘 수확한 돗나물을 정리해 싣고...
자매결연 신한증권사 손님들 오시면 담을 참나물 물김치에
넣을 양은 충분하겠다 싶어...
허둥지둥 농원으로 달려갔지요...
근데..
이미 손님들은 모두 떠나고...
텅 빈~~~
연충흠 사장님 ; 괜찮아요, 제가 죄송하죠. 바쁘신데 사진 찍으시라 그래서...
전화드렸더니 오히려 위로를...
그래서 사장님댁에 핀 꽃들이라도 찍어야겠다 싶어 나오면서...찰칵!!
삼생아짐 ; 연충흠 사장님, 저 분명 농원사진 찍어드렸어요^^;;
헐~~
근데 이게 아웃 포커씽이 아니라 또 그넘의 인포커씽이...
(자세히 찍으려던 건 흐려지고 뒷배경이 또렷해지는...)
누군가 그러대요. 그것도 재주라고...
(언제나 늘려나 이 넘의 사진 실력...)
다시 또 찍었죠.
이번엔 잘 됐죠??
아웃 포커씽!!!
근데 구도가 좀 엉망이넹...
어쨌든 오늘 수확한 돗나물로 저녁에 부녀회 형님들이랑 김치 담을 생각에...
룰루랄라~~~
맛난 돗나물과 참나물이 만나 환상의 맛을 이루는 참나물 물김치를 기대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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