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3딸 ; 엄마, 나 맘 고쳐먹었어.
삼생아짐 ; ??
고3딸 ; 이거봐, 엄마!! 이제 다시는 컴퓨터 안 하려고
홈피도 폐쇄하고...
모니터에 이거 붙여놨어.
모니터 쳐다보고 기절할 뻔 했지요.
가고싶은 대학 리훌렛에다가 공부할 목표, 격언, 수학공식, 영어단어, 자기다짐...
기타 등등 덕지덕지 붙여서...모니터를 싸악~~
덮어버렸어요...
제가 기가막혀서 카메라 들이대니깐 얼른 선물받은 곰발바닥 들어서 얼굴 가리고...
(별명이 주로 곰과예요. 얼굴 하얘서 백곰, 한성질 한다고 불곰, 웅녀,
가끔 고집부려 미련곰탱이...예전에 수학여행 가서
한라산 오를 때 하도 낑낑거린다고 녀석 친구들이 붙여준 별명)
고담날 아침...
아침 밥상 차리고 들어오니 민재녀석 뭔가 제 방에서 한참 후다닥 거리는 소리가 나더니...
이번엔 울 민재가
민재 : 엄마, 여기 보세요!!!
삼생아짐 ; 왜??
3학년 올라와서 첫시험 보는 날인데...
매일 바빠서 공부를 못 봐주다가 전날 문제지 몇 장 풀렸거든요.
그랬더니 틀리는 문제가 제법 나와서...
삼생아짐 ; 어이, 막내!! 노력 부족인거 같어~~
작년보다 공부를 안 한 거 같네.
그랬더니 녀석, 씩씩거리고 문제집 잡고 늦게꺼정 풀더라구요.
아침 밥 먹으면서 제가 울 최후의 보루한테 이녀석 이번 시험 목표가 올백이라 그랬더니
울 최후의 보루 ; 지도 그리는 순서도 못 외우면서 어떻게 올백맞어??
근데 이녀석 한치의 망설임 없이...
첫째, 방위를 정한다.
둘째, 주요도로, 하천, 철도 그려넣는다.
셋째, 눈에 잘 띄는 건물 정해서...어쩌구 저쩌구...
하면서 일사천리로 대답하더라구요.
최후의 보루가 중간에 끼어들어 '색칠한다' 그랬더니 녀석 가소롭다는듯이
씨익 웃더니
막내 : 색칠은 맨 나중이예요.
최후의 보루 깜짝 놀라서...어떻게 다 외웠냐는 듯...
(저번에 최후의보루가 이녀석 물어볼 때 선뜻 대답 못하고 인터넷 뒤져 알려줬거든요.
그러면서 시험에 꼭 나올 거 같으니 외우라 그랬는데 이녀석, 안 외웠었나봐요.)
삼생아짐 ; 쟤 방에 한 번 가 봐요.
막내녀석 벽 위에 걸어놓은 전도에 포스트를 덕지덕지...
최후의 보루 ; 헐~~~
......
참, 살다보니 이런 날도 있네요.
공부하라 잔소리 안 해도 자기들이 알아서 하는 날이요...
얼마나 마음이 뿌듯한지...힘들던 거 싸악 잊혀지대요.
그나저나 아직꺼정 게임과 기타와 축구와 탁구와 낚시와 기타 등등...
공부빼곤 몽조리 하고 싶어하는 울 장남은 언제나 제자리 찾아오려나요...
오늘아침에도...그 바쁜 와중에...
아침부터 기타 들고 드러누워 텔레비젼보며 띵띵거리고 있으니까
수향과 민재 ; 엄마, 근데 쟤는 시험다가오는데 저래도 되는거예요??
영재 ; 아직 일주일이나 남았어.
온 식구들 : 기가 막혀...
게다가 한술 더 떠서...
장남 ; 민재야, 내가 지도그리는 순서 외우기 쉽게 가르쳐줄까??
민재 : ??
영재 ; 전날 밤에 물을 잔뜩 마신다.
자면서 오줌 누는 꿈을 꾼다.
아침에 이불에 표시한다.
어때, 더 쉽지?? 그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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