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피의 법칙이란 말 있지요...
지독히도 재수없고 일진 꼬이는 날..
살다보면 그런 날들 있는데...
바로 어제가 그런 날이었어요...
며칠 전부터 노래자랑 예선 통과했다고 자랑자랑 하던 울 아들..
자기가 다니는 중학교 가요제에서 노래한다고 며칠전부터
엄마, 올 수 있겠냐고...
약속은 못 하겠지만 되도록 가겠다고 했어요...
(사실 가문의 영광이죠, 우리집안에서 노래 잘 하는 사람 아무도 없거든요...)
그런데 아침부터 전화가 오기 시작하는데...
도저히 자리를 뜰 수 없을 지경이예요...
전자상거래 물품 배송 현황이랑...
배송사고 두 건이랑...
송장 조회 오리무중...
받은 물건에 대한 고객들의 평가전화...농가는 농가대로 사정이 있고...
이쪽저쪽으로 전화해서 달래고, 사정하고, 변명도 하고......
걸려오는 전화 마음대로 끊을 수도 없고...
안 받을수도 없고...
시간이 임박해서 허둥지둥 달려갔지요...
바로 울아들 첫순서였는데...
입구에 계시던 선생님...
"영재어머니, 이제 막 끝났는데...5분만 일찍 오시지..."
울아들 맨 뒷자리에 앉아 있는데...
뒷모습이 넘 쓸쓸해보여...잘 못 불렀는지...
차마 문 열고 들어가질 못하고 그냥 서서 바라보았어요...
그냥...마음이 아팠어요...
초청장 내밀며 엄마 바쁜거 아니까,
그냥 좋으신대로 하세요..하면서도 엄마가 와주기를 바라던 녀석의 표정...
그 전날 늦게까지 노래방에서 연습하고...
아침에 달걀 먹고 목소리 가다듬겠다고...
며칠 전 제가 프로그램관리자 우수사례 발표하러 갈 때
"엄마, 너무 잘하려고 하지마. 실수만 하지마."
"그게 더 무섭다, 이넘아."
"엄마, 엄만 잘 할 수 있을거야, 힘내, 화이팅."
현관문을 나서면서까지 응원해주던 울 아들...
그랬는데 저는
"아침부터 날 달걀먹음 비린내 나, 기냥 평소대로 해."
그래버리고 말았네요...
'
잠시 후 우연히 뒤를 돌아보던 울아들 저를 발견하곤
얼굴이 환해지며 벌떡 일어나 나오더니
정작 현관밖에 나와서는 먼 산을 바라보며 눈물이 찔끔...
"미안해, 엄마가 일이 생겨서 늦었어...정말 미안해...잘 했어??"
여리디여린 감성의 울 아들녀석...
꼬옥 안아주었어요.
녀석, 씨익 웃더니
"그냥 생각보다 잘 안됐어. 엄마ㅡ,나 미술 최우수상 탄 거 보러가자."
하더니 손을 잡아 끌어요...
아들의 손을 잡고 작품 전시된 전시회장으로 가는데 왜 울 아들 손이 이리도 작게
느껴지는지...
작년서부터 사춘기 접어서는지 무척 맘 고생을 시키던 녀석이
자기네 학교에 와 준 엄마를 보고 얼마나 기뻐하는지...
참 무심했나봐요. 부모가 학교에 너무 자주 들락거리면
그냥 다른 아이들 보기 안 좋다고...
(시골이라 부모들이 바빠서 학교에 거의 못 와요...
그렇지만 중학교에 들어와서 초등학교 때완 너무 다른 모습에 실망한 탓도 있어요...)
그래서 안 갔었는데 이녀석 너무너무 좋아하네요...
자랑스레 자기 작품 보여주고...
다른 아이들 작품도 보여주더니...
"엄마아ㅡ 오신 김에 용돈좀 주고 가세요~~~"
"얼마??"
"천원이요."
잠시 망설이다 오천원 줬어요.
"엄마, 감사합니다. 아껴 쓸께요!!!"
온라인게임하면서 도서상품권이랑 어른들께 용돈 탄거 전부 캐쉬하다 들켜서
제가 용돈 금지 시켜버렸거든요......
석 달 만에 받는 5천원에 넘넘 행복한 울 아들녀석...
아직 이렇게 어린데
왜 저는 이녀석이 말 안듣고 대들고 제 속 썩인다고 그렇게 화를 냈을까요...
저는 성숙하지 못한 부모였는지도 모르겠네요.
어른이 어른답지 못하면
그렇게 애처럼 애와 싸우는거죠...
부모도 아무나 하는거 아니라는 생각들어요.
노력하고 반성하고 인내하고...
어쩌면 부모도 자격증 시험 봐야하는건 아닌지 모르겠어요.
아이들이 잘못 크는데에는 부모의 책임이 크다는 옛말
그래서 옛어른들은 자식이 잘못하면 자식에게 부모인 자기 종아리치게 했는지도
모르겠다는 생각 드네요.
이것저것 꼬이고 힘들던 하루였는데
지금 생각하니 오히려 저에겐 저자신을 반성할 수 있는 하루가 되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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