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부터 부쩍 쌀쌀해지기 시작하는 날씨에
잔뜩 움츠러들었는데...
드뎌 퇴근 무렵에 눈이 내리기 시작하네요...
차 창 밖으로 날리기 시작하던 눈이...
집에 도착하니깐 펑펑 쏟아져요...
11월 초부터 눈타령 하던 녀석들...
제가 신경질을 좀 냈어요.
해마다 겨울이면 꼭 한 번씩 눈길에 미끄러져 사고를 내곤 했거든요...
운전한 뒤로는 눈 오는 게 넘 싫어서...
오늘 아침에도 제 눈치 슬슬 보며 눈타령 하던 녀석들...
기어이 밖으로 뛰쳐나가네요...
이런 옷차림으로 한 밤중에 눈싸움을...
얼마나 행복해보이는지...
엄마생각은 않고 철없이 눈타령만 한다고 짜증냈던 게 무지 미안해지네요.
한바탕 눈싸움이 끝난 뒤
집안에 들어와 눈 털다가 제 누나한테 또 혼나고...
그래도 첫눈 오는 날은
누구나 기다리는 날이지요.
무심코 제 손끝에 남아있는 봉숭아 물을 들여다보면서
첫 눈 올때까지 손톱에 들인 봉숭아 물이 남아있으면
첫사랑이 이루어진다던 미신을 믿고
조금씩 잘라내가던 손톱끝이 아쉽기만 했던 그런 소녀시절이
제게도 있었건만...
지금 이 순간
잠시 그런 설레임이 제 마음을 스쳐지나가기라도 했을까요??
유난히 눈이 많이 내리는 강원도 산골마을...
내일 아침 일어나서 옥상위의 눈이며 집 안팎의 눈 치울 생각하면
벌써부터
어깨가 아파오네요...
에휴...낭만과는 담 쌓아가는 산골아짐입니다...
울 아들 왈 : 엄마, 괜찮아. 사는게 다 그렇지, 뭐.
그게 다 엄마가 나이먹었다는 증거야.
......
삼생아짐 : 네 나이가 도대체 몇이냐??
영재 : 너무 서운하게 생각말어, 다 엄마 생각해서 한 말이니깐.
내가 엄마 잘 되라구 이런 소리 하지 못되라구 이런 소리 하겠어?
엄마가 늙었다구 생각하믄 그런거구,
난 아직 젊다 생각하믄 젊은거야.
다 마음먹기 나름이라구.
그러니까 맘 편히 먹어,
이게 도대체 위로한다는 건지, 약올리는 건지...저도 모르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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