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사는 이야기

가을과 겨울 사이

삼생아짐 2022. 11. 28.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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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촌살이 초창기,
 
식물을 먹는 것과 못 먹는 것으로 구별하는게 기본이었고,
 
꽃과 나무는 색깔을 보고, 그 후에는 스마트폰으로 찾아 이름을 알곤 했다.
 

 
새벽일을 하기위해 두시부터 일찌감치 눈 떠서 서방님과 텔레비젼을 보다가 세계테마기행편을 보는데
 
다이버들의 바닷속 물고기 탐험이 나온다.
그순간 알록달록 물고기를 보고 나도 모르게 그랬다.
 
 
ㅡ 저거 먹는거야?
서방님, 잠시 멈칫하더니
 
ㅡ 글쎄.
서방님도 잘 모르겠나보다.^^;;

 

이번에는 만타가오리가 나온다.
ㅡ 쟤는 먹는거야?
 
ㅡ 글쎄.....근데 저거는 보호종일텐데...ㅡㅡ;;
 
또다른 물고기가 보인다.
 
ㅡ 저거는? 못 먹나?
그러자 갑자기 나를 돌아보며 묻는다.
 

ㅡ 너 배고프냐?

 
ㅡ 아니.^^;;
 
(아무리 회를 좋아해도, 적어도 살아있는 물고기를 보며 식욕을 느끼는 여자는 아닌데..ㅠㅠ)
근데, 사실은 테마기행같은 프로그램보면 무지무지 여행 가고 싶다.ㅠㅠ
 
 
겨울로 접어서는 요맘때,
 
햇살이 점점 짧아지고,
 
아침 늦게야 해가 뜨고,
 
안개와 서리는 자욱해지고...
 
추수 끝난 빈 들판은 황폐하게 느껴지고,
 
11월 또한 4월 만큼이나 황량해져서 그런지 우울감이 깊어진다.
 
나만 그런게 아닌지 딸아이도 요맘때가 제일 힘들단다.
 
그래,
 
요즘은 모두가 힘든 때이지.
 
이래저래.
새벽부터 죽어라 일하다가 창고에서 구석에 얌전히 놓인 캠핑의자 두개를 보았다.
ㅡ 에이씨, 차박 가던 때가 다 그리워지네.
 
했더니 딸아이가 마악 웃는다.
 

 
그렇다.
누군들 일상의 변화를 원하지 않겠는가.
하지만 더 중요한건 아무 것도 일어나지 않는 하루의 소중함을 알아버린 후일게다.
그러므로...
 
 
자식 가진 어미의 마음으로 타인의 아픔에 공감하고 같이 힘들어하는건 '배려'라고 하자.
 
최소한의 인간적인 '도리'라고 하자.
 
타인의 아픔이 나의 불행이 아닌 것에, 안도감으로 돌아오는 것에도 죄책감을 느끼는 이기적인 어미의 마음이 약한 멘탈 탓인가.
 
 
누가 한때 그러더라.
 
밖에 소나기가 세차게 내리는데 나는 비를 피해 원두막에 앉아 있고 누군가는 비를 맞고 있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행복을 느낀다고.
 
 
왜냐면 인간은 타인의 불행에서 상대적인 행복을 누리기도 하는 존재란다.
ㅡ 에이, 그건 아니다.
 
라고 해줬는데...
 
 
 
인간은 본디 선한가, 악한가
 
강한가, 약한가
 
우울함의 유전자는 갖고 태어나는가, 후천적으로 양성되는가
어찌됐든
 
학창시절 지겨워하며 공부한
 
맹자와 순자의 가르침이 다시 생각나는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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